[AI 워크플로우 혁신③] IT서비스업계, AI 투자대비효과 잡기 '사활'
2026.05.12 06:32
기업 AI 전환은 더 이상 모델 성능이나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수억원을 들인 PoC가 실제 손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AI 역설’ 속에서 ROI, 보안, 데이터 거버넌스, 책임성, 운영비가 새 기준이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7회에 걸쳐 글로벌 빅테크의 워크플로우 장악 전략과 국내 IT·클라우드·AI 기업들의 실행 파트너 경쟁을 함께 짚어, AI가 비용이 아닌 성과가 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본다. 모델 공급자의 직접 진입, 산업별 특화 데이터 확보, 법·규제 대응, 사람 검증을 결합한 운영 체계가 향후 AX 시장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지난 몇 년 간 한국 IT 서비스 시장의 주요 동향 중 하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성장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저장 및 관리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서 클라우드 기반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위협 증가로 인해 사이버 보안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데이터와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 조치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투자 기조가 AI 등장 이후 바뀌고 있다. AI열풍에 기업의 IT인프라와 서비스 구축이 AI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려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AI 역설’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억원을 투자해 AI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실제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은 단순 도입을 넘어 성과 검증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가 제공하는 고성능 AI 모델이 쏟아지면서 기술 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이를 기업 환경에 맞게 적용하고 운영까지 연결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얼마나 돈값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 수억원 투자해도 효과 측정불가…데이터 유출 가능성까지 ‘이중고’
<디지털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국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과제는 ‘투자대비수익(ROI) 불확실성’이다. 기업들은 AI 도입 자체에는 적극적이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은 단순히 업무가 편해졌다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비용 절감이나 자동화율 개선까지 수치로 확인하려 한다”며 “하지만 보안 규제 대응이나 데이터 정제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작용하면서 ROI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결과 도출 과정이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 특성이 있어 기업 기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AI 인프라 비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투자 대비 효과를 매우 엄격하게 따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AI 도입 단계별로 고민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데이터 유출 가능성과 보안 이슈가 사업 추진 조건으로 작용하고, 도입이 본격화되면 ‘어디에 적용해야 성과가 나는지’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이어진다. 이후 운영 단계에서는 조직 변화관리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특히 AI를 법률, 금융, 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 영역에 적용할 경우 정확성 문제는 더욱 민감하다. 한 관계자는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오류 발생 시 책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조 품질 관리나 금융 분석처럼 오류 허용 범위가 낮은 영역에서는 AI 판단을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며 “결국 사람 검증을 결합한 구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ROI, 보안, 정확성 문제가 얽히면서 기업들은 단순 개념검증(PoC) 수준 도입을 넘어 실제 업무 흐름 전반을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을 전환하고 있다. AI를 개별 기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무가 아닌 워크플로우 단위로 AI를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 삼성·LG ‘글로벌 협력’, 현대·포스코 ‘산업 공략’, SK·CJ ‘운영 차별화’로 승부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공통적으로는 글로벌 AI 기술을 활용하되, 이를 실제 기업 환경에 적용하고 운영까지 연결하는 실행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삼성SDS는 인프라, 컨설팅, 플랫폼, 솔루션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역량을 기반으로 공공·금융 중심 AX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오픈AI 등 글로벌 협력을 통해 다양한 AI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면서도, 이를 고객 업무에 맞게 설계·적용하는 컨설팅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혁신으로 확장하며 상담 서비스 등 실제 운영 환경에서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LG CNS는 오픈AI, 팔란티어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AX 사업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다. ‘에이전틱 AI’ 기반 풀스택 플랫폼을 중심으로 설계·구축·운영·관리 전 주기를 지원하며 제약·바이오, 금융, 공공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이어지는 워크플로우 단위 혁신이 특징이다.
SK AX는 제조와 금융을 중심으로 기업 운영 전반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위 업무 자동화를 넘어 업무 흐름 단위에서 판단과 실행이 이어지는 ‘워크플로우 중심 AI’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장애 감지부터 원인 분석, 조치까지 자동 수행하는 운영 자동화 체계와 멀티 에이전트 기반 업무 수행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제조·엔터프라이즈 중심으로 산업 특화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자율제조를 핵심으로, 생성형 AI 기반 업무 혁신 플랫폼을 그룹사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개발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통해 코드 생성, 오류 분석, 개선 제안 등 실제 업무 흐름에 AI를 통합했으며, 멀티 모델 오케스트레이션과 보안 설계를 기반으로 산업 맞춤형 AI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DX는 산업 현장 중심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AI’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피지컬 AI와 AI 워크포스(Workforce)를 양축으로, 제조와 사무 영역에서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 중이다. 기존 로봇기반업무자동화(RPA)를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AI 워크포스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으며 산업 도메인과 레거시 시스템을 결합하는 라스트마일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그룹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AI 워크플로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영상 AI와 제조 AI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과 생산 공정에 AI를 적용하고 있고 문서 작성, 개발, 품질 검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스스로 작동하고 개선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이 지속적으로 학습·배포되는 운영 구조를 통해 현장 적용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것이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경쟁 심화라는 위기로 인식될 수 있지만 AI 도입 컨설팅, 에이전트 기반 업무 혁신, 데이터 정비, 인프라 및 아키텍처 전환 등 새로운 시장이 함께 확대되며 전체 AI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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