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바다 아래 숲, 이름 얻고 지도에 오르다
2026.05.12 05:30
해조류 군락 두 곳, 카카오맵에 등재
바다숲 보호할 정책적 근거 마련
기후변화·수온 상승에 바다 사막화
‘나무 특파원’ 이어 환경 보호 활동
전 세계적으로 고유 명칭이 공식 등재된 바다숲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연구기관이나 보전 단체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대부분 위도·경도 좌표로만 기록돼 있을 뿐이다. 이름이 없으면 지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도에 없으면 제도적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즈음해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첫 시도가 결실을 보았다. 현대자동차가 해양수산부·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바다숲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명명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결과다.
바다숲은 켈프(Kelp)를 비롯한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해양생태계로, 지구 연안의 4분의 1 이상을 덮고 있다. 전 세계 해조류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억t으로, 서울시 전체가 4년 5개월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단 1년에 흡수하는 규모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지난해 개최한 제63차 총회에서 해조류를 해양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며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중요한 생태계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보고서 ‘Into the Blue’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 바다숲의 최대 60%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수온 상승과 해양 열파, 남획과 연안 개발이 주된 원인이다.
이처럼 바다숲은 기후 대응 자원으로 가치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 체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이름의 부재다. 아마존·사려니숲·지리산 같은 육지 숲과 달리 바다숲은 이름이 없다. 국제 환경 단체들은 이 구조적 비가시성을 바다숲 보호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지적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이름 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 캠페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현대차가 바다숲 조성 사업에 참여한 한국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호주에서 해양과학자 및 보전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해 바다숲을 선정하고, 육지 숲처럼 고유한 개별 이름을 부여했다. 또한 현지 해양 NGO가 보유한 분산된 지역 데이터를 통합한 지도 플랫폼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정책과 연구, 보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선 두 곳의 바다숲이 이름을 얻었다. 현대자동차가 직접 복원에 참여한 울산 해역 바다숲에는 ‘울림 바다숲’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울림’은 ‘울산의 새로운 숲(蔚林)’이라는 의미와 함께, 바다숲을 통해 환경 보호의 메시지가 더 넓게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이 이름은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울릉도에는 울릉군의 협조로 ‘통구미 천연 바다숲’이 확정됐다. 두 바다숲 모두 카카오맵에 공식 등재됐다.
아르헨티나 바다숲에는 현지 원주민 언어로 ‘삶의 터전’을 뜻하는 ‘아우켄 아이켄(Auken Aiken)’이 명명됐다. 현지 해양보전 NGO 및 해안 커뮤니티 협업으로 후보 안을 만들어 확정했다. 호주 바다숲에는 현지 원주민 언어로 바다가재라는 뜻의 ‘양가 포레스트(Yanggaa Forest)’라는 이름이 소셜 미디어 글로벌 공개 투표를 통해 붙여졌다. 최근 산호초 백화 현상으로 해양보전 주목도가 높아진 지역이다.
‘이름 없는 숲’은 이 흐름을 이어받되 접근을 달리한다. 이름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언어 행위를 택했다. 이름을 짓는 데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그 결과가 공식 지도에 등재되며, 나아가 법적·정책적 보호의 근거로 쌓여가는 구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나무 특파원이 자연에 목소리를 부여해 인식 전환을 시도했다면, 이름 없는 숲은 소외당하는 자연을 지도 위에 올려 향후 사회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여는 과정”이라며 “기업의 CSR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정책과 제도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그 숲에 이름이 생겼다. 이름을 갖게 된 숲은 달라진다. 지도에 오르고, 보호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정책 논의에 오른다. 이름을 얻은 네 개의 숲이 수면 아래 여전히 이름 없이 남아 있는 숲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 갖고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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