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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바다 아래 숲, 이름 얻고 지도에 오르다

2026.05.12 05:30

현대자동차 ‘이름 없는 숲’ 캠페인

해조류 군락 두 곳, 카카오맵에 등재
바다숲 보호할 정책적 근거 마련

기후변화·수온 상승에 바다 사막화
‘나무 특파원’ 이어 환경 보호 활동

현대자동차는 2013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지정한 ‘바다식목일’을 계기로 전 세계 바다숲에 지명을 부여하고 지도를 구축하는 ‘이름 없는 숲’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올봄, 울산과 울릉도의 해조류 군락 두 곳이 처음으로 이름을 얻고 국내 대표적인 지도 플랫폼인 카카오맵에 올랐다. 울산시 주전동의 ‘울림 바다숲’과 울릉도 ‘통구미 천연 바다숲’이다. 수중에 형성된 바다숲이 지도에 공식 등재된 건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유 명칭이 공식 등재된 바다숲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연구기관이나 보전 단체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대부분 위도·경도 좌표로만 기록돼 있을 뿐이다. 이름이 없으면 지도에 오르지 못하고, 지도에 없으면 제도적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다. ‘바다식목일’(5월 10일)을 즈음해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첫 시도가 결실을 보았다. 현대자동차가 해양수산부·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바다숲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명명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결과다.

바다숲은 켈프(Kelp)를 비롯한 해조류가 군락을 이룬 해양생태계로, 지구 연안의 4분의 1 이상을 덮고 있다. 전 세계 해조류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2억t으로, 서울시 전체가 4년 5개월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단 1년에 흡수하는 규모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지난해 개최한 제63차 총회에서 해조류를 해양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으로 인정하며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중요한 생태계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보고서 ‘Into the Blue’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 바다숲의 최대 60%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수온 상승과 해양 열파, 남획과 연안 개발이 주된 원인이다.

울산 해역의 ‘울림 바다숲’.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갯녹음’으로 불리는 바다 사막화는 수온 상승과 과도한 연안 개발로 해조류가 고사하고 석회조류만 남는 현상이다. 2015년 기준 1만5035㏊에 달했던 국내 갯녹음 면적은 바다숲 조성 사업으로 다소 줄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지속되면서 위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바다숲은 기후 대응 자원으로 가치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 체계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근본 원인은 이름의 부재다. 아마존·사려니숲·지리산 같은 육지 숲과 달리 바다숲은 이름이 없다. 국제 환경 단체들은 이 구조적 비가시성을 바다숲 보호를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지적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이름 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 캠페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현대차가 바다숲 조성 사업에 참여한 한국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호주에서 해양과학자 및 보전 전문가,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해 바다숲을 선정하고, 육지 숲처럼 고유한 개별 이름을 부여했다. 또한 현지 해양 NGO가 보유한 분산된 지역 데이터를 통합한 지도 플랫폼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정책과 연구, 보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에선 두 곳의 바다숲이 이름을 얻었다. 현대자동차가 직접 복원에 참여한 울산 해역 바다숲에는 ‘울림 바다숲’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울림’은 ‘울산의 새로운 숲(蔚林)’이라는 의미와 함께, 바다숲을 통해 환경 보호의 메시지가 더 넓게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이 이름은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울릉도에는 울릉군의 협조로 ‘통구미 천연 바다숲’이 확정됐다. 두 바다숲 모두 카카오맵에 공식 등재됐다.

아르헨티나 바다숲에는 현지 원주민 언어로 ‘삶의 터전’을 뜻하는 ‘아우켄 아이켄(Auken Aiken)’이 명명됐다. 현지 해양보전 NGO 및 해안 커뮤니티 협업으로 후보 안을 만들어 확정했다. 호주 바다숲에는 현지 원주민 언어로 바다가재라는 뜻의 ‘양가 포레스트(Yanggaa Forest)’라는 이름이 소셜 미디어 글로벌 공개 투표를 통해 붙여졌다. 최근 산호초 백화 현상으로 해양보전 주목도가 높아진 지역이다.

울산 해역의 ‘울림 바다숲’.
이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선보인 ‘나무 특파원(Tree Correspondents)’ 캠페인의 연장선에 있다. 나무 특파원은 한국·브라질·체코의 나무에 센서를 달아 실시간 생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를 통해 나무가 직접 기후위기를 1인칭으로 보도하는 형식을 취했다. 2025년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금상 2개를 받으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이름 없는 숲’은 이 흐름을 이어받되 접근을 달리한다. 이름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언어 행위를 택했다. 이름을 짓는 데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그 결과가 공식 지도에 등재되며, 나아가 법적·정책적 보호의 근거로 쌓여가는 구조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나무 특파원이 자연에 목소리를 부여해 인식 전환을 시도했다면, 이름 없는 숲은 소외당하는 자연을 지도 위에 올려 향후 사회적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여는 과정”이라며 “기업의 CSR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정책과 제도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그 숲에 이름이 생겼다. 이름을 갖게 된 숲은 달라진다. 지도에 오르고, 보호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정책 논의에 오른다. 이름을 얻은 네 개의 숲이 수면 아래 여전히 이름 없이 남아 있는 숲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 갖고 지켜볼 때다.
바다숲 지도, 세계지도를 뒤집으면 보여

현대자동차 ‘이름 없는 숲’ 캠페인의 기획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스필하우스 프로젝션(Spilhaus Projection)’이다.

스필하우스 프로젝션은 1942년 해양학자 애덜스탄 스필하우스(Athelstan Spilhaus)가 고안한 지도 투영법으로, 바다를 중심에, 대륙을 가장자리에 놓는다. 울산 앞바다와 아르헨티나 해조숲과 호주 켈프 군락이 하나로 이어진 단일한 생태적 무대임을 한눈에 보여주며, 바다숲의 위기가 특정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지도의 구조 자체로 전달한다.

캠페인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이 지도(사진) 위에 전 세계 바다숲이 펼쳐지고, 각 바다숲을 클릭하면 위치·생태 특성·복원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지 해양 NGO들이 보유한 분산된 지역 단위 데이터를 통합해 구축한 전 세계 바다숲 매핑 표준이다. 국내 바다숲 두 곳은 카카오맵에 등재됐으며, 향후 글로벌 지도 플랫폼 등재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이 플랫폼을 ‘글로벌 바다숲 데이터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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