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조급함과 번아웃 시대의 가족 관계 회복법
2026.05.12 05:41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불만 중 하나가 “곧 도착합니다”라는 안내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래 기다린다고 느꼈고, 그 사이 짜증과 불만이 커졌다.
그런데 안내 문구를 “지금 고객님께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라고 바꿨더니 고객 불만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카카오택시 안내 메시지 바꿨더니…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아주대 심리학과)는 이 사례를 소개하며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다. 이전 문구가 회사 중심의 기계적인 정보 전달이었다면, 바뀐 문구는 고객을 ‘주인공’으로 느끼게 하는 언어였다는 것이다.
“지금 고객님께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말 속에는 단순한 안내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다.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내 존재가 중요하구나.”
사람은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마음의 방어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밖에서는 친절한데 왜 가족에겐 날카로울까
지난 주말 <마음건강길>이 어버이날 특집으로 주최한 ‘마음디톡스⑩’ ‘왜 가족은 나를 힘들게 할까’라는 제하의 강연에서 김 교수는 이 원리를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바깥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친절히 대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쉽게 말하고 삽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공부 좀 해라.”
“당신은 맨날 그런 식이야.”
“엄마는 왜 맨날 잔소리야.”
가족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가까울수록 더 쉽게 다친다.
더구나 지금은 모두가 지쳐 있는 시대다. 사람들은 밖에서 하루 종일 경쟁하고, 비교당하고, 평가받는다. 조급함과 번아웃 속에서 겨우 버티다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집에서는 사실 평가보다 인정받고 싶다. 주인공으로 대접받고 싶다. “수고했다”, “힘들었지” 같은 말 한마디를 원한다. 그런데 가족 안에서도 또 평가와 지적이 이어지면 마음은 쉴 곳을 잃어버린다.
김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주체의식’이 강한 민족이라고도 설명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부딪히는 곳이 가정이다. 그러니 더 섬세한 언어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술
예를 들어 남편이 늦게 들어왔을 때
“왜 이렇게 늦게 와?” 대신
“오늘 하루 힘들었지?”라고 묻는 것.
아이에게
“공부 좀 해라” 대신
“요즘 네가 많이 지쳐 보이더라”라고 말하는 것.
부부가 다툴 때도
“당신은 왜 맨날 그런 식이야?” 대신
“오늘 그 말은 조금 서운했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왜 맨날 잔소리야” 대신
“엄마가 걱정해서 그러는 건 아는데, 나도 요즘 좀 버겁긴 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상대를 공격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요즘 사람들은 모두 너무 예민하게 살아간다. 스마트폰 알림, 속도 경쟁, 끝없는 비교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점점 사라진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따뜻하게 말할 힘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가족은 원래 편한 관계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밖에서 상처 입고 돌아온 마음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곳이 결국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관계가 따뜻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조급하고 소란스럽고 번아웃된 시대를 조금 더 견딜 힘을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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