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는 있는데 '부모 돌봄카페'는 왜 드문가요… 고립된 돌봄 가족들
2026.05.12 04:31
부모 돌봄 정보 찾기 어려워
"보호자 요구 맞춰 세심한 정보 제공을"
"간호사를 폭행했다는 이야기에 급하게 달려가보니 침상에 누워 있는 아빠가 순한 눈빛으로 저를 보면서 말했어요. '밥은 먹었니? 고생스럽게 계속 왜 여기 있느냐'고요. 아빠를 돌보며 감정이 손바닥 뒤집히듯 오락가락했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애증이었어요."
치매를 앓은 아버지를 수년간 보살피다 떠나보낸 김희연(39)씨는 힘들었던 돌봄 기간을 잊지 못한다. 그는 1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육아 정보는 동네마다 있는 온라인 맘카페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어린아이처럼 변해버린 부모를 돌볼 때 필요한 정보는 구하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슬픔과 분노, 무력감 등을 오가는 감정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김씨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추정)는 95만5,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보살피는 가족 구성원도 늘고 있지만 세심한 공적 돌봄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가족이 가장 답답해하는 건 정보 부족이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치매 가이드북이 있지만 치매 예방·안전 수칙 등 일반적 정보를 담았을 뿐 보호자가 간병을 하며 실제 마주하는 세세한 어려움의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공개하는 병원별 치매 적정성 평가(1~5등급) 결과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게 가족들의 평가다.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가 인정됐음에도 1등급을 받은 사례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보호자 사이에선 "실제 병원 환경을 확인하려면 병원 내에서 소변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지 챙겨보라"는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환자 상태별로 입원 가능한 병원 정보는 치매 돌봄 가족들 사이에서 구전(口傳)되기도 한다. 에세이집인 '서른넷 딸, 여든둘 아빠와 엉망진창 이별을 시작하다'를 내기도 한 김씨는 "아빠의 입원 치료가 필요해서 가까운 요양병원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보면 '고령, 남성, 뇌 질환'이라는 조건 탓에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그나마 몇 안 되는 치매 정보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 '치노사모(치매 노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문의해 한 회원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회원은 직접 각 병원의 정보를 취합해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공유해줬다고 한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가족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정신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의 치매 실태조사 결과(2023년)에 따르면 가족들은 치매 돌봄이 시작된 후 가장 부정적으로 변한 삶의 영역으로 정신건강(응답률 50%)을 꼽았다.
'치노사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언제나'(온라인 활동명)는 본보 통화에서 "치매 부모의 자녀 중에서 '고생했다'는 한마디에도 위로받고 무너지는 사람을 많이 봤다"며 "서로 위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하루 종일 네가 돈을 가져갔다고 하신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냥 한강 가서 죽어버리겠다고 하시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오늘 처음으로 소리치고 화를 냈다"는 죄책감 어린 고백들이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치매 돌봄을 가족에 맡기는 구조를 더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간병비 부담 완화 등 지원을 늘리는 한편 정부가 치매 환자 보호자 욕구에 맞춰 조금 더 세심하게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환자가 가끔씩 문제 행동을 할 때 대응을 돕는 24시간 콜센터를 이용자 친화적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치매에 특화된 요양시설 확충과 함께 치매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지역사회에서 함께 부담을 나눠지는 구조도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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