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외식 한 셈치고 아이들 책 선물”…동네 서점·교회가 일군 기적
2026.05.12 00:02
종교 상관 없이 어린이·청소년 200여명 수혜
취지 알려져 십시일반 기부도 들어와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동네 소규모 서점과 교회가 힘을 합쳤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 구매비를 조성해 지난 1월부터 ‘한 셈 치고’ 캠페인을 시작한 전남 여수 크리스챤백화점(대표 김영희)과 나진교회(김은길 목사), 여수영광교회(왕재권 목사) 얘기다. 세 단체의 매달 정액 기부로 출발한 도서 구매비는 35만원으로 시작해 현재 178만원까지 늘었다. 이 캠페인으로 책을 선물 받은 아이들도 200명이 넘는다.
커피 한 잔으로 후원하는 다음세대 꿈
캠페인은 지난해 11월 아이들의 책값을 어른들이 선결제하는 동네 서점을 다룬 한 기사에서 착안했다.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음세대 교육과 신앙을 걱정하던 김영희 대표가 김은길 나진교회 목사의 제안과 왕재권 여수영광교회 목사의 후원에 응하면서 시작됐다. 김 목사와 왕 목사는 신학생 시절부터 김 대표와 인연을 맺은 고객이기도 하다. 캠페인 명칭인 ‘한 셈 치고’는 ‘커피 한 잔, 식사 한 끼 한 셈 치고 책값을 후원하자’는 의미를 담아 작명했다.
캠페인 대상은 여수에 거주하는 유치원생과 어린이, 청소년이다. 매달 1회 무료로 크리스챤백화점에서 원하는 책을 가져갈 수 있다. 1년 동안 매달 매장을 찾으면 책 12권을 소장할 수 있는 셈이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고, 매장에 없는 책이나 기독 도서가 아닌 책도 따로 문의하면 받아볼 수 있다. 후원금 부족을 염려해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매장 입구에 이달의 후원금과 현재까지의 지출액도 공지하고 있다.
“책값은 커서 다른 사람에게 주세요”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책도 각양각색이다. 유치원생은 오디오북과 그림책을, 초등학생은 ‘슈퍼북’(두란노) 등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둔 책이나 만화책을 선호한다. 중·고교생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고전 명작이나 신앙 에세이 등을 주로 고른다. 어린이는 주로 부모와 함께, 청소년은 혼자 오거나 친구와 동반해 매장을 찾는다. 여수 성광교회 권사인 김영희 대표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이 종종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왜 공짜로 책을 주냐’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책값은 훗날 어른이 돼 다른 사람에게 갚으면 된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책 선물을 받은 다음세대 가운데는 인생의 의미와 진로를 모색하거나 기독교 신앙에 대한 생각이 바뀐 이들도 적잖다. 최근 매장을 찾은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신간 ‘천종호 판사가 들려주는 십계명’(홍성사)을 가져갔다. 김 대표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법관을 꿈꾸는 친구였다”며 “하나님 나라의 큰 일꾼이 되는 좋은 판사가 되라고 덕담했다”고 했다.
위기 청소년의 인문학 수업을 다룬 책 ‘길 잃은 별들과 함께한 수업’(두란노)을 가져간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도 그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김 대표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학생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삶의 목적과 목표, 예수와 하나님의 존재를 생각하게 됐다고 하더라”며 “신앙 여부와 관계없이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절대자인 하나님 존재를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보람차다”고 말했다.
“시골의 작은 시도지만…더 확산되길”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동네 서점과 교회가 도서 구매비를 선결제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후원자들도 알음알음 모여들었다. 지금껏 김 대표의 지인을 포함한 20여명이 캠페인 기부에 참여했다. 캠페인에 기부한 이들 가운데는 칠순 잔치 식사비를 내놓은 한 교회 장로도 있다. 김 대표는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십시일반 나눔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며 ‘한 셈 치고’에 하나님의 함께 하신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엔 선착순 30명에게 특별한 선물도 전했다. 지역 주민의 후원으로 마련된 선물은 나진교회와 김 대표가 손수 각종 과자와 라면 등을 포장해 제작했다.
여수 성광교회 권사인 그는 34년째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기독 서적과 신앙 자료를 보급해왔다. 김 대표는 “작은 시골에서 동네 교회와 함께 다음세대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어 참 감사하고 기쁘다”며 “이들이 잘 자라서 주님의 나라를 세워가길 바란다”고 했다. 또 “믿음이 없는 이들에겐 조건 없는 주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이 됐으면 한다”며 “훗날 이들이 성장해 이웃에게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면 더욱 좋겠다”고 했다.
더 많은 이들과 교회가 캠페인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정서 함양에 독서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캠페인을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주는 손길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관심과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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