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서 갈 데가 있는 노년이 행복”
2026.05.12 01:22
‘은퇴 전문가 재고용’ 민간형까지
정부, 노인 일자리 다변화 시도
“복지 아닌 인구 정책이자 투자”
지난 7일 찾은 부산 금정구 우리동네ESG센터. 입구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물품들이 놓여 있었고 안쪽 페트세척실에선 노란 조끼를 입은 6명의 어르신이 페트병 뚜껑을 떼어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분류·세척한 폐플라스틱은 재생원료 업체로 보내지거나 일부는 문손잡이·블록 등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옆방에서는 장난감 수리가 한창이었다. 이충남(67)씨는 “평생을 조선소에서 엔지니어로 살았다 보니 장난감 수리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며 “잠잘 때도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이 일자리는 부산시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개발원)이 협력해 만든 노인 일자리다. 채용된 이들은 10개월 단위로 고용 계약을 갱신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올해 국비 2조3851억원을 편성해 이같은 115만2000개 일자리·사회활동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최근 들어 일자리 개수 확대보다 일자리의 질·영역 다변화에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과거 환경 미화와 같은 단순 업무에 집중되던 것과 달리 공익활동형·사회서비스형·민간형 등으로 분야를 나눠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특히 민간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지속가능한 고용 형태를 내세우고 있어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곳은 고려아연이다. 이 회사는 ‘세대통합형 시니어 인턴십’을 통해 정년 은퇴한 시니어를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노인 일자리를 제공한다. 은퇴 후 재고용된 조영렬(61)씨는 11일 “아침에 일어나 갈 데가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하다”며 “후배들 곁에서 설비와 공정을 다시 공부하며 알려주는 재미가 크다”고 전했다.
회사는 매년 30여명의 정년퇴직자 가운데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을 선발해 재고용한다. 현재 근무 중인 시니어 인턴 대부분은 수십년간 제련 현장을 누빈 전문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은 현장 경험에서 나온다”며 “시니어는 회사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정년 이후에도 존중받으며 계속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노인일자리는 더 이상 복지 비용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인구·노동정책의 핵심 투자”라며 “환경·통합돌봄·국가기간산업과 연계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세대통합형 시니어 인턴십 같은 민간형 일자리를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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