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N% 성과급’ 못박으면, 통상임금 후폭풍
2026.05.12 00:54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 요구대로 단체협약 등에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명문화할 경우, 이 문제가 ‘통상임금 논란’으로 확대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은 퇴직금,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앞서 대법원이 올 초 삼성전자의 TAI(목표인센티브)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직원 1인당 퇴직금이 최대 약 16%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2000억원이 더 든다고 한다. 여기에다 규모가 훨씬 큰 성과급(1인당 최대 7억원) 문제가 통상임금 논쟁으로 번질 경우, 기업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성과급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은 건 이를 ‘근로의 대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대로 된다면, 성과급 분배 시 사전 결정 등과 같은 확정성이 늘어나고 사측의 재량은 줄어 ‘근로의 보상’인 임금으로서 성격이 강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차 방어벽이던 ‘임금 인정 장벽’이 무너질 경우, 노동계가 통상임금 인정을 위한 기획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통상임금의 1차 방어벽 역할을 하던 ‘임금 인정’ 부분엔 균열이 시작됐다. 지난 1월 삼성전자 성과급 사건에서 대법원은 TAI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은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고, 전략 과제나 매출 실적 등 성과가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회사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 근로의 대가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가 지급률 등을 두고 다투는 건 성과인센티브(OPI)다. ‘영업이익 N%’를 이 재원으로 제도화할 경우, 이익이 많든 적든 무조건 특정 금액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내줘야 해 ‘성과 배분’보다 ‘근로의 대가’로서 성격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고정급으로 받는 계약 연봉 외에 성과급 역시 실적에 따라 받는 ‘실적 연봉’ 개념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크게 높이는 결정”이라고 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급 지급 공식이 사전에 정해지면 회사 재량이 축소되고, 근로자가 지급 규모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럴 경우 기존 판례에서 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했던 논리가 약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논란을 먼저 겪었던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임금 인정 가능성을 염려해 문구 조정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10년간 확정하기로 정했지만,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임금·단체협상이 아닌 임금 협상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영상 변동 발생하면 재협의할 수 있다’는 등의 표현을 통해 회사의 재량 사항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임금 협약 형태로만 처리했더라도 통상임금 소송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급이 ‘임금 인정’ 장벽을 넘을 경우, 통상임금으로 확전은 불가피하다. 대법원은 2024년 판례를 변경해 정기적으로 이를 지급한다는 ‘정기성’과 일정한 조건·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이를 지급한다는 ‘일률성’을 통상임금 판단의 핵심 지표로 정했다. 노동계에선 기업들이 사실상 요건을 충족한 이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지급하는 만큼 ‘정기성’과 ‘일률성’ 조건을 만족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다만,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위해선 ‘근로의 대가’보다 더 까다로운 ‘소정 근로(약정된 근로)의 대가’였는지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노동법 전문가인 양시훈 화우 변호사는 “통상임금 판단 시엔 근로 외(外)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 등을 임금보다 더 엄밀히 따진다”며 “앞으로 이 부분이 법리 다툼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상임금
노동자가 사 측과 미리 약정을 통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받는 근로의 대가다. 이는 각종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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