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2026.05.11 16:06
서정균 10만인클럽 회원과는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 전부터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통화 소재는 주로 그가 겪은 어렵고 답답한 이야기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 서울(2020년 7월 사망, 당시 37세, 과학고 교사)씨가 3D 프린터기를 사용하면서 육종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등졌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3D 프린터기 기사를 보면, 아버지 서씨의 생각이 전혀 무리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관련 기사 : [단독] 274개교 교원 "3D프린터 사용 뒤 '건강이상 증상'"
https://omn.kr/1r199).
3D 프린터기를 수업에 사용한 교사 아들에게 닥친 불행
| ▲ 고 '서울' 교사 아버지인 서정균씨는 아들 사망의 진상규명을 위해 자전거 대행진 등의 활동을 펼쳐 왔다. |
| ⓒ 윤근혁 |
3D 프린터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사용을 장려하였던 기기이다.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창의재단이 쓴 '무한상상실 운영 매뉴얼' 7쪽에는 2013년 1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3D 프린터기 사용을 장려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에선 안전 관련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만든 <3D프린터 안전 이용 가이드라인> 등이 있다 - 편집자 말).
아버지 서씨는 폐쇄 공간에서 장시간 3D 프린터를 다룬 아들이 희귀암인 육종암에 걸려 죽은 후 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2023년 인사혁신처 역시 육종암과 3D 프린터 사용의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서씨는 '인사혁신처의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3월 1심 법원은 인사혁신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는 아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볼 작정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에서 서정균 회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고, 추가로 궁금한 내용은 6일 전화로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생전에 기억하는 아들 서울씨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초중고대학까지 자기가 알아서 공부했던 성실한 아들이었죠. 원래 천체 물리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아버지, 저는 우주를 좋아해서 나중에 칠레 어디 산 위에 천문대에 가서 일하고 싶어요' 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교사가 되는 건 생각도 안 했는데, 경북대 물리교육과에 수시전형 장학생으로 합격했습니다. '아버지 직장도 그만두시고, 제가 다른 대학을 가면 장학생도 못하고 그러면 학비도 아버지가 부담해야 된다'면서... 그런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 서 교사는 2018년 2월 육종암을 진단받고, 2020년 7월 사망했습니다. 사망 전 학교나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의 대응이 어땠나요.
"육종암 판정을 받고 사망할 때까지는 대응할 이유가 없었죠. 당시 아무도 3D 프린터의 유해성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 집은 암 병력이 없어요. 그래서 아이가 육종암에 걸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죠. 아들이 사망한 이후,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의 3D 프린터기 유해성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알았습니다. 기사가 나오기 전에는 국가, 교육부, 교육청, 학교 아무도 유해성을 몰랐던 겁니다. "
| ▲ 서울씨가 사망 한달 전 제자들에게 남긴 메시지 서울씨는 2020년 7월 29일 육종암으로 사망하였다. 사망 한 달 전쯤 제자들에게 3D 프린터기의 유해성에 대한 글을 남기었다. |
| ⓒ 서정균 제공 |
| ▲ 서울씨는 2020년 7월 29일 육종암으로 사망하였다. 사망 한 달 전 본인의 블로그에 3D 프린터기 유해성에 대한 글을 올렸다. |
| ⓒ 서울씨 블로그 갈무리 |
- 2020년 6월 10일이니까 사망 한 달 전인데요. 제자들과 함께 있던 단톡방과 블로그의 내용을 보니까 서울씨가 3D프린터를 유해성에 대해 글을 써 놓은 게 있더군요.
"아들이 그 글을 써놔 놓고,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울이가 호스피스 병원 가기 전 새벽에 내 방에 들어와 가지고 '아버지 살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렸어요.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 2021년부터 올해까지 자전거를 타고 국토대장정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울이가 '아버지. 내가 죽으면 억울하겠네. 공부시켜주고, 키워주고 이렇게 했는데. 내가 죽어버리면 내가 뭔가 해주는 게 없으니까 아버지가 억울한 거 아이가. 아버지한테 뭔가 선물로 하나 해야 되겠는데,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자전거 사줄게', 그래서 자전거 2대를 사주었어요. 2021년에 아들 사진을 붙인 자전거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해서 울이 나온 고등학교, 대구교육청, 대전교육청, 세종교육청, 교육부, 인사혁신처, 과기부, 경기도교육청까지 다녀왔어요. 아들이 학교에서 정부에서 권한 프린터를 쓰다가 암에 걸려 죽었기 때문에 순직을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관련 공무원이 만나 주지 않았습니다."
20일 교육부 장관과 15분 면담 예정..."아들 명예회복 할 때까지 끝까지 갈 것"
| ▲ 서정균씨는 자전거에 아들 고서울씨의 사진을 붙인채 510.6km를 달렸다. |
| ⓒ 신나리 |
- 2023년 인사혁신처는 아들 울씨에 대해 공무상재해 인정하지 않았고, 행정심판도 기각됐습니다. 지난 3월 행정소송 1심도 기각됐습니다. 정부와 사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사혁신처와 행정법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결과만 보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학조사만으로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까지 나서 3D 프린터기 사용을 장려했습니다. 프린터기의 유해성에 대해 정부는 왜 몰랐냐는 것입니다. 적어도 매뉴얼에 안전규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새 장비를 들일 때 그만큼 안전에 대한 검증을 필요합니다. 애초에 정부가 잘못한 것입니다.
더불어 울이가 다닌 학교에서 3D 프린터기를 사용한 교사 중에 울이 말고도 다른 한 명이 육종암에 걸렸어요. 그리고 다른 과학고 선생님도 육종암에 걸렸습니다. 3명 모두 3D 프린터기 사용을 많이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관련기사 : A과학고 교사들 잇단 희귀암 육종... '3D 프린터 공포' 확산 https://omn.kr/1ohz0).
저는 법원이 법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전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정부의 방기·태만은 사법부의 결정에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행정법원 결정에 항소한 상태인데요. 이후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대법원 판례를 보면 업무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아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을 얻는 노동자 사례(2017년 8월)입니다. 역학조사 이외에 여러 요소를 인정한 경우입니다. 울이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가 살아있는 한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 10만인클럽 가입한 이유와 오마이뉴스에 하고 싶은 말을 있으시면 해주세요.
"우연히 오연호 대표의 방송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언론이 광고에 좌우되면 정론직필을 하지 못한다. 언론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10만명이 1만 원씩만 후원해주면 우리가 할 말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지요. 아들이 죽고, 오마이뉴스에서 이 문제를 보도해 줘서 후원하게 됐습니다. 시민기자도 참여해보려고 했지만, 여의치가 않더라고요. 오마이뉴스는 우리 같은 억울한 사람들의 사연을 반영하는 언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정균 회원을 인터뷰한 뒤인 지난 4일, 최교진 교육부장관 면담이 잡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 유은혜 장관부터 지금의 최교진 장관까지 장관이 바뀔 때마다 편지를 보내며 면담을 요청했는데, 처음 면담이 성사되었다고 한다.
면담일시는 오는 20일 오후 2시로, 약 15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15분은 너무 짧다며 사전에 교육정책, 안전정책 담당공무원과 만남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가 여기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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