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유동성 늘려 환율 올랐다?...이창용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
2026.01.15 13:55
M2·GDP 비율로 환율 설명 무리…"과거부터 존재해온 구조 차이"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유동성 증가가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주장에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고 15일 반박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래프를 보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재 취임 이후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광의통화(M2) 증가율이나 수준은 이전에 비해서 늘지 않았고, 추세를 스톱시켰다. 제 임기 중에 M2는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GDP 대비 M2 비율을 미국과 직접 비교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M2를 GDP로 나눠서 우리나라는 한 150% 되고 미국이 70이니까 2배 정도가 유동성이 크다고 한다"며 "저는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2배, 3배(로 M2가 늘어났다는 주장)에 대해 위험성이 크다고 하는 이론을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가슴 아프고 달리 표현하면 화도 나기도 한다. 이런 얘기를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할 수 있나"며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도 토로했다.
이어 "취임 이후 3년 동안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가계부채가 90%를 넘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금융 안정"이라며 "이를 위해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된다는 노력을 두 번 정부를 통해(거치며) 계속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 기관들이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를 전망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고환율 기대가 유독 크게 형성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었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을 맡은 박종우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 상승을 M2 증가나 GDP 대비 통화 비율로 설명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 시장 기대를 자극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GDP 대비 M2 비율은 2022년 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해당 비율이 낮아진 배경으로는 2022년 이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된 점과 기업 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 여건이 반영됐다는 점이 꼽혔다.
GDP 대비 M2 비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해 온 점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 구조조정을 거친 뒤 금융산업이 재성장했고, 은행 중심 금융 시스템이 확대된 영향임을 강조했다.
통화량 증가 속도 자체도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M2 증가율은 2022년 이후 빠르게 하락했으며, 최근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2021년의 높은 증가율을 두고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특수한 현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 부총재보는 "당시 주요국이 양적완화를 실시했던 것과 비교해도 한국의 통화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팬데믹 이전에는 일정 부분 동조성이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통화 증가율과 환율의 방향성이 분리됐다고 부연했다. 박 부총재보는 이를 언급하며 "최근 안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이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부총재보는 통화 증가율과 환율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최근 같은 경우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프를 통해 최근 구간에서는 M2 증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미 M2 증가율 차이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통화 증가율 격차와 환율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러한 주장이 구매력평가설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력평가설은 통화량 증가율 차이가 아니라 국가 간 물가 수준과 인플레이션 차이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이를 두고 한국의 물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고, 최근에도 목표 범위 내에 있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즉 통화량 자체보다는 물가 여건의 차이가 환율 방향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GDP 대비 M2 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환율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 중심 금융 구조를 가진 한국·일본·중국·대만 등은 GDP 대비 M2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자본시장 중심 국가인 미국 등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과거부터 존재해 온 구조적 차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박 부총재보는 "미국의 경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GDP 대비 M2 비율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며 "한국은 전체 금융업권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46%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이 비중이 2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GDP 대비 M2 비율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많이 풀어서 이렇다(환율이 오른다), 팩트에 어긋나는 얘기가 너무 많다"며 "다른 말씀 안 드리겠다. 데이터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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