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 판사 사고방식 달라야…원포인트 개정도 필요"
2026.05.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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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시행 20주년을 맞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을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돌게 하는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채무자회생법 시행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실패가 낭떠러지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는 사회가 되며 더 많은 개인과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법원이 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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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 헌법재판관은 회생법원이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중추 역할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재판관은 서경환 대법관, 임치용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과 함께 채무자회생법의 기틀을 닦은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회생법원 판사의 마인드는 달라야 한다”며 “채무를 면책해 경제생활로 복귀시키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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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2006년 채무자회생법 시행된 후 한국의 도산 법제가 걸어온 길을 성찰하고 도산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채무자회생법은 파산법·화의법·회사정리법·개인채무자회생법으로 분절돼 있던 도산 법제를 하나로 묶은 통합도산법이다. 서 대법관은 “채무자회생법 시행으로 한국 도산법 체계가 글로벌 표준에 버금가는 완성체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채무자회생법은 사회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경제 질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 도산 사건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법인 도산 사건은 지난해 3600여 건으로 시행 첫 해인 2006년(200여 건) 대비 18배 이상 증가했다. 채무를 갚으며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회생 문화가 정착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회생 비중은 지난해 전체 사건 가운데 78.9%으로 2006년(29.4%) 대비 49.5%포인트 늘었다. 정 법원장은 “도산 제도의 활성화가 경제의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부실을 털어내고 투명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박재완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채무자회생법은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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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올해 하반기 서울회생법원 등에 통합도산지원센터를 설치해 재기를 적극 지원한다. 이 센터는 단순한 법률 상담을 넘어 금융, 고용, 복지 등 재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지원 허브로 거듭난다. 양민호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는 “채무자회생법이 벼량 끝에 선 기업과 개인들에게 긴 터널 끝 만날 수 있는 따뜻한 풍경이 될 수 있도록 사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승진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향후 개인도산절차에서 공공 마이데이터의 활용이 활성화되고 채무자가 한국신용정보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통합부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면 진정한 ‘원스톱 통합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법부는 최근 개원한 대전·대구·광주 회생법원을 비롯한 총 6곳의 회생법원을 통해 전국에서 양질의 도산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사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용회복위원회, 회생파산위원회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에선 도산 체계가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법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재판관은 “경제 상황은 계속 바뀐다”며 “실무상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원포인트 개정’에 나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회사 분할 제도를 이용한 인수합병(M&A) 방식, 자회사의 설립 주식의 포괄전 이전 등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법원이 채무자회생법 개정 작업을 준비해주길 바란다”며 “임금 채권은 파산 절차보다 재건 절차에서 우대를 받는게 더 실효적”이라고 전했다.
남승정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청구대행기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판사는 “회생절차에서 대규모 도산사건이 접수되는 경우 법원 자체적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인력 한계 등의 문제가 있다”다 “효율적인 사건 관리 및 처리를 위해 법원의 업무량 분산, 채권자 편의 향상, 투명성 제고, 다국어 지원 등의 장점을 가진 청구대행기관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회생계획안 단계에서 채권자 동의 수준에 따라 ‘합의인가형’과 ‘강제인가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회생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개편안도 제시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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