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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스웨덴식 모델 실패... 다양성·포용성 갖춘 성장 추구해야”

2026.05.11 07:31

■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대우증권 사장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제 교사’
복합 위기 맞아 강력한 지도자에게 맡기는 파시즘 확산 우려
중동 전쟁 이면에는 미국·이스라엘의 인종주의 담겨
강력한 민주주의 기반 위에 자본주의 작동하도록 해야
AI 시대에 걸맞는 교육 개혁, 대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전 세계가 복합 위기를 맞아 강력한 지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는 파시즘적 충동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강력한 민주주의 기반 위에서 자본주의가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8일 서울 광화문의 개인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파시즘의 확산에 맞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평등, 불공정, 불확실, 불안정의 ‘4불(不)’ 문제를 해결해 사회를 안정시킬 수단은 민주주의밖에 없다”며 “인종주의와 거짓선동,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장은 대우증권 사장 출신으로 2020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세종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23년 말 불출마 선언을 하고 금배지를 내려놓았다. 21대 국회부터 여당 의원을 대상으로 경제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민주당의 경제 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홍 의장은 최근 집필한 저서 ‘더 센 파시즘’에 “복합 위기가 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00년 전 파시즘 전성시대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며 “파시즘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 국가를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 등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책에 파시즘의 사례로 미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등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그는 “책의 내용을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경제 세미나에서도 소개했는데 자칫하면 외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 전쟁과 관련해서도 인종주의가 저변에 깔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인구가 1000만 명 정도인데 주변 이슬람 국가의 인구팽창 속도가 너무 빨라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미국 역시 비백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6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의 결집을 위해 유대인들과 결속을 다지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장은 글로벌 파시즘의 공세 속에서 우리 사회는 구조개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 진영이 모범 사례로 주목했던 스웨덴식 복지 모델은 성장 동력을 잃었고,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은 심각한 양극화·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제 우리 사회가 모델로 삼을 나라가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향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제시하면서 “인종·성별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존중하고, 모든 구성원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개혁을 위한 우선 과제로 교육 개혁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이 직원을 채용한 뒤 교육을 다시 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교육이 뒤처져 있다는 걸 여실히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교육 개혁의 방향으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간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인문학, 넘쳐나는 잘못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미디어 문해력, AI 활용 능력을 제시했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이제 창업자의 3·4세가 소유한 곳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현재와 같이 상속·증여를 어렵게 만들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오너가 혁신적인 경영 역량이 있다면 경영자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미국처럼 배당만 받고 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주주로 남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주요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상법 개정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랑봉투법) 개정안 등은 산업 및 노동계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수용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오랜 기간 이어진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데 잘못이 있다고 처벌부터 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기업에 유예기간 허용 등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홍 의장은 올해 6월 지방선거 후부터 2028년 4월 총선 전까지 약 2년의 기간을 사회 구조 개혁의 적기로 꼽았다. 그는 “최근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맞아 구조 개혁을 추진할 여력이 생기게 됐다”며 “정부의 법인세 등 세수 증가뿐 아니라 증시 활황으로 개인 투자자의 자산이 늘어나고,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 흑자 등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선거가 없는 시기는 각종 사회적 반발에 대한 정치권의 부담이 비교적 적은 만큼 사회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장은 앞으로도 민주당 의원들의 경제 교사이자 미래학 연구자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의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지식을 주는 것이 현실 정치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정책 제안을 계속 제시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8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 앞서 저서 ‘더 센 파시즘’을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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