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58m 상승' 막아준 빙붕 밑면에 구멍 숭숭…10배 빨리 녹는 중
2026.05.11 05:05
남극 빙붕 밑면에 있는 홈이 따뜻한 물을 가두는 효과를 내어 빙붕이 녹는 속도를 가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빙붕(ice shelf)은 남극대륙 위에 놓인 빙하로부터 이어져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백 미터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빙붕의 붕괴는 전세계 해수면 상승과 직결되는 문제다.
노르웨이 ‘아이시쓰리’(iC3·Centre for Ice, Cryosphere, Carbon and Climate) 극지 연구 허브의 토레 하테르만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남극 빙붕 밑면에 있는 좁은 수로 형태의 지형이 빙붕이 녹는 속도를 최대 10배 이상 증폭시킨다”고 밝혔다.
남극의 빙붕은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전세계 해수면 상승을 막아주고 있는 ‘브레이크’다. 남극대륙 위에 있는 빙상(ice sheet)은 지구 담수의 70%를 저장하고 있으며,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바다로 녹아들어 급격한 해수면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남극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전세계 해수면은 무려 58m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륙 위 빙하로부터 연결되어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인 빙붕은 이를 막아주는 존재다. 그러나 수백 미터 두께인 빙붕이 매우 차가운 아래쪽에서부터 붕괴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잇따라, 관련 연구들이 진행됐다.
이번에 연구팀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더 낮은 동남극 지역의 핌불리센 빙붕을 대상으로 빙붕 밑면이 매끄럽거나 거친 정도와, 바닷물의 순환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했다. 그 결과 빙붕 밑면이 매끄럽다고 가정할 때와 달리, 좁은 수로처럼 홈이 파인 곳(channel)에서는 따뜻한 바닷물이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해 얼음을 녹이는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을 발견했다. 국지적으로 녹는 속도는 10배까지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테르만 박사는 “아주 소량의 따뜻한 물이라도 좁은 홈 안에서 얼음이 녹는 속도를 증폭시킬 수 있으며, 이는 수로를 더욱 확장해 최악의 경우 빙붕 전체의 안정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환남극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CDW)의 영향과 합쳐질 경우, 이 ‘좁은 수로 효과’는 빙붕을 더 치명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최근 관측 결과들은 따뜻하고 염도가 높은 환남극 심층수의 흐름이 점차 남극대륙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 때문에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좁은 수로 효과’를 고려하면, 여태까지의 계산과 달리 더 적은 양의 환남극 심층수로도 더 큰 빙붕 융해가 일어날 수 있다. 하르테만 박사는 “현재 기후 모델이 이 효과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극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차가운’ 빙붕이 해상 수온의 작은 변화나 온난화에 얼마나 민감한지 과소평가하고 있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극해의 해빙(sea ice)은 지구 온난화에도 한동안 그 면적에 변화가 없거나 되레 소폭 늘어났으나, 2015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22~2023년에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아디티야 나라야난 등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은 남극 해빙의 감소를 초래한 복잡한 원인을 3단계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남극 주변에서는 편서풍이 강화됐는데, 2013년께부터 그 영향으로 따뜻하고 염분 높은 환남극 심층수가 표면 쪽으로 많이 올라온 것이 첫 번째 단계다. 2015년께엔 남극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바람이 심층의 열을 표층으로 직접 전달하며 표층의 해빙을 급속도로 녹였다. 녹아내릴 얼음이 줄어든 2018년 이후부턴 해수면이 높은 염도와 온도를 유지하며 새로운 해빙 형성을 저해하는 악순환에 갇혔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알베르토 나베이라 가라바토 사우샘프턴대 교수(물리해양학)는 “해빙 면적 감소 현상이 2030년 이후에도 지속한다면, 세계 기후를 안정시키는 구실을 해왔던 바다가 강력한 지구 온난화 요인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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