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딪힌 줄 몰랐다?"…검찰, 'AI 수사'로 또 밝혀냈다
2026.05.11 13:40
동부지검 'AI 수사' 두 번째 사례 나와
동부지검, 흐릿한 CCTV에 AI 분석 적용
얼굴 각도·시선 방향까지 읽은 오픈소스 AI
“원본 없는 정보 생성 가능성” 우려도
11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는 길거리에서 이른바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뒤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한 A씨를 지난달 29일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CCTV 영상을 추가 분석하고, 이를 통해 A씨의 피해자 인지 여부와 범행 고의성 등을 보강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지검이 AI 분석 기법을 수사에 활용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 1월 13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동구의 한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30대 남성 A씨는 길을 걷던 50대 여성 B씨를 빠른 속도로 들이받아 넘어뜨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지하철역에서 약 300m 떨어진 주거단지 인근 골목으로, 공용주차장을 사이에 둔 비교적 한적한 장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음주 정황이 없고 피해자와도 일면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이상 동기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A씨를 검거했지만,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속도를 냈을 뿐, 여성과 부딪힌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범행 직후 A씨가 넘어진 피해자를 실제 인지했는지 여부에 주목해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CCTV 분석에 나섰다. 사람 객체를 인식하는 ‘YOLOv8’ 프로그램과 얼굴 방향·각도를 분석하는 ‘SixDRepNet’ 등을 활용해 A씨의 시선과 얼굴 방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일반인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 모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기존에도 CCTV 확대와 속도 조절 등 기본적인 영상 분석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사람의 움직임과 시선 방향 등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건을 수사한 손성민 검사는 "기존 포렌식으로는 놓칠 수 있는 정황을 AI가 보완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분석 결과를 법원이 어디까지 객관적 증거로 인정할 수 있을지는 향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나 영상 보정 기술이 원본에 없는 정보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분석 과정의 검증 가능성과 재현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자료 보안 문제 역시 과제로 거론된다. 생성형 AI나 외부 오픈소스 모델 활용 과정에서 사건 영상이 외부 서버로 유출될 가능성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다. 손 검사는 "인터넷 연결 없이 폐쇄망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향후 AI 분석 기법의 활용 범위와 검증 절차를 보다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I 기술이 수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증거능력과 신뢰성을 둘러싼 법적 기준 마련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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