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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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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 피스~”…빌딩 숲에서 찾은 멈춤의 미학 [트래블ON]

2026.05.11 11:33

황룡사 닮은 국제선센터의 템플스테이
도로 너머 속세 떠난 듯한 기묘한 감흥
찰나의 순간에도 수만 번 생멸하는 마음
수식관 통해 흙탕물 같은 잡념 가라앉혀


쌍계사의 명상 프로그램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오직 숫자에 집중합니다. 들이쉬는 숨에 하나, 내쉬는 숨에 둘. 틈을 두지 말고 숫자를 촘촘히 따라가야 합니다.”

스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선(禪) 명상을 배우는 시간. 눈을 살짝 내리뜬 채 호흡을 가다듬어 보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잡념을 떨치려고 바닥의 무늬에 집중하자 ‘3’자가 보이더니 급기야 갈매기로 둔갑했다. 어지러운 생각이 뿌옇게 마음을 흐려 놓는다. 스님은 이를 객진번뇌(客塵煩惱), 즉 외부에서 온 먼지처럼 일시적으로 붙은 번뇌라고 말했다.

“우리 마음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뿌연 흙탕물은 가만히 두어야 속이 보이듯,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비로소 그 안의 ‘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도심 속 사찰


사찰을 수직으로 세운 듯한 국제선센터 외관 [김명상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설립한 국제선센터는 도심 속 마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서울 목동 한복판에 우뚝 솟은 7층 건물의 외관은 사라진 신라의 ‘황룡사 구층 목탑’을 연상케 한다. 다른 높은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그 모습은 이질적이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국제선센터는 불교의 전통 수행법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지난 2010년 개장했다. 넓게 펼쳐진 전통 산사를 수직으로 세운 구조로, 1층 안내소를 시작으로 2·4층 법당, 3층 공양관, 5층 템플스테이 방사(客房)가 자리하며, 6·7층은 스님 전용 공간으로 운영된다. 기능은 일반 사찰과 거의 같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방문한 터라, 건물 입구부터 오색 연등이 장관을 이뤘다. 참가한 프로그램은 ‘미니멀리즘 인 템플스테이’. 1박 2일 일정으로, 1인실을 사용하며 명상과 개인 사색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선센터에서 본 도심 [김명상 기자]


배정된 방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선풍기, 에어컨, 개인 샤워실 및 화장실, 책상, 충전기, 침구류까지 고루 갖춰져 있어 비즈니스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올해 5월 기준 1박 2일 체험 비용은 10만원. 선명상 강의에 식사 2끼, 숙박까지 포함돼 있다. 요즘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무척 저렴한 편이다.

방에서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창밖을 내다보니 아파트와 학교,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와 편의점도 코앞이다. 산사 템플스테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도로 하나를 건넜을 뿐인데 마치 속세를 떠난 듯한 기묘하고 낯선 감흥이 밀려왔다. 보통의 삶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토록 많은 것이 바뀌는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보다


국제선센터 2층의 큰 법당 [김명상 기자]


템플스테이 운영 규칙은 보통의 산사와 다르지 않다. 오전 4시 10분 새벽 예불로 하루가 시작되고, 오후 9시부터는 취침 시간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건물 전체의 문이 잠긴다. 보안상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부와의 단절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강제된 고독과 달리,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오히려 안락하게 느껴졌다.

참가자를 위한 사찰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2층 법당에서 참배를 올리고 나니 오후 5시부터 저녁 공양이 이어졌다. 공양간의 식사는 뷔페 방식으로 운영돼 참가자가 스스로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사찰에서는 먹는 행위 자체를 수행으로 여긴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수고로움을 헤아리며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양한 음식이 나오는 공양간의 식사 [김명상 기자]


입이 짧아 걱정했으나 식사는 훌륭했다. 콩나물, 시금치, 깍두기, 상추, 된장에 떡까지 곁들인 메뉴는 정갈하고 담백해 그릇을 깨끗이 비울 수 있었다. 채소 위주라서 그런지 배불리 먹었지만 속이 편안했다. 수저를 내려놓으며 합장으로 감사를 표했다. 반찬 투정이 아닌, 식사 그 자체에 감사한 것이 대체 언제였을까.

호흡의 숫자를 세며 마음 가라앉히기


템플스테이의 주요 프로그램인 명상 시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저녁 예불이 끝나면 이번 템플스테이의 핵심 프로그램인 ‘선명상’이 시작된다. 국제선센터 템플스테이 지도법사인 진과 스님은 불교의 명상이 힐링이나 ‘멍때림’과 다르며, 깨달음을 목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깨달음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입니다.”

진과 스님은 우리의 밑바닥에는 본래 청정한 성품, 자성(自性)이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번뇌와 무의식의 흔적, 그리고 ‘나’라는 집착 등이 겹겹이 그것을 덮고 있어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명상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호흡을 따라갑니다. 들이쉴 때 ‘하나’, 내쉴 때 ‘둘’. 이렇게 1부터 9까지 세고, 다시 1로 돌아옵니다.”

골굴사에서 합장하는 외국인 참가자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스님은 명상법 중 하나인 수식관(數息觀)으로 수행자들을 이끌었다. 호흡과 숫자를 함께 세며 산만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행법이다. 내가 지금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지, 놓쳤는지를 쉽게 알아차리기 위해서다.

“눈은 감지 말고 1m 앞에 시선을 내려놓으며, 맑고 고요하게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숫자를 세며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시간은 3분입니다.”

곧 싱잉볼(singing bowl)이 울렸다. 금속 주발을 두드려 내는 그 소리는 천천히 은은하게 번져 나가며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었다.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집중하려고 해도 수없는 생각과 잡념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잠깐 집중했다 싶으면 금세 다른 생각으로 미끄러지며 마음이 제자리를 벗어났다.

불교 경전인 인왕경(仁王經)은 ‘한 생각(一念) 중에 90 찰나(刹那)가 있고, 한 찰나가 지나는 동안 900번의 생멸(生滅)이 있다’고 전한다. 이처럼 마음은 붙잡을 틈 없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계산대로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도 8만1000번 넘게 마음의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 않다. 수만 번의 생멸을 거친 새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쉼 없이 변하기에 고정된 ‘나’라는 실체는 없다. 불교에서 ‘집착’의 헛됨을 깨닫고 벗어나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만나는 ‘나’를 찾는 틈


골굴사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외국인 참가자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다음 날 아침, 어제와 확 달라진 나를 상상하며 일어났지만 아니었다. 몸은 국제선센터에 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돌아가서 할 일로 빼곡했다. 스님과의 아침 차담 시간에도 일 때문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이를 본 스님께선 대부분의 사람은 현재에 있지 않고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하셨다.

“과거를 끌어오고 미래를 당겨와서 지금 이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는 것, 이것을 망상이라고 합니다. 이고 지고 끌고 다니기 때문에 이 시간에도, 저 시간에도 온전히 있지 못하게 됩니다. 망상을 놓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내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죠.”

템플스테이의 주요 프로그램인 명상 시간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차담을 마치고 오전 10시가 되자 모든 프로그램은 끝났다. 센터를 나와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다. 일은 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현재의 마음을 흐리는 전형적인 ‘망상’에 빠져 있었다. 집에 돌아와선 TV를 켜는 대신 앉아서 선명상을 했다.

“마음의 특성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이에요. 생각이 올라오더라도 따라가지 않고, 다시 호흡과 숫자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것을 반복할수록 ‘따라가지 않는 힘’이 커집니다.”

스님의 가르침을 떠올려 봤지만 잡념은 여전히 올라왔다. 그래도 짧지만 고요한 순간을 거치고 나자 머리가 상쾌해지고 마음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졌다. 그동안만큼은 모든 일이 잠시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삶 속에서 곧 번뇌에 빠지겠지만,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염려할 필요는 없으니.

스님과의 차담시간에 사용된 다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여행의 선물 중 하나는 ‘낯섦’을 경험하는 데 있다. 일상의 궤도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날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틈이 생긴다. 템플스테이는 현대 사회의 피로 속에서 불교의 수행적 가치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국제선센터는 깊은 산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지하철이 다니는 거리에서 사찰 수행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과의 이탈 거리를 최소화하면서 심리적 거리는 극대화하는,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국제선센터는 디지털 디톡스, 치유 명상, 선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약은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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