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슈퍼사이클' 효성중공업…초고압직류송전으로 글로벌 확장
2026.05.11 11:00
초고압 변압기 잇는 핵심 수익원 육성…"시장 호황 10년 갈 수도"
(창원=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효성중공업이 차세대 전력망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시장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규 공장을 통해 HVDC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이를 초고압 변압기를 잇는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8일 찾은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3공장 내 부지(약 2만9천㎡)는 국내 최대의 '전압형 HVDC 변압기 공장'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효성이 3천300억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이곳은 내년 3분기 완공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AI 데이터센터 급증과 노후화된 미국의 전력망 교체 주기 등이 맞물리며 주력 제품인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없어서 못 파는 '귀한 몸'이 된 상태다.
실제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약 45% 증가한 15조1천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북미 지역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효성은 이 같은 초고압 변압기의 호실적 바통을 차세대 먹거리인 HVDC로 이어받아 성장세를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HVDC는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직접 챙기는 미래 사업 분야기도 하다.
[효성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VDC는 HVAC(초고압교류송전) 대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재생에너지 발전과 국가 간 송전망 연결(슈퍼 그리드)이 활발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현재 HVDC 시장은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히타치 등 3강 업체가 독점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2034년 약 264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15년 가까이 쌓아온 기술 노하우와 국산화 역량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러한 도전의 밑바탕에는 회사의 '스태콤(STATCOM·무효전력보상장치)'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찾은 1공장에서는 직원들이 데스크톱 본체 모양의 장비를 한 땀 한 땀 조립하며 스태콤 생산에 몰두하고 있었다. 스태콤은 전력 계통의 전압을 제어·안정화하는 설비로 기술 장벽이 높지만, 효성중공업은 이미 전 세계 11개국에 수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효성중공업은 스태콤 기술을 장거리 전송이 주목적인 HVDC에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과거 방식인 '전류형 HVDC'는 별도의 스태콤 설비가 필요하지만, 최신 '전압형 HVDC'는 시스템 자체에 보상 기능이 탑재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원=연합뉴스)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상무)이 8일 창원공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5.11 [효성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효성중공업은 기술 국산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 안보와 비용 절감,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부터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효성중공업은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전압형 HVDC 개발에 성공했다. 경기 양주변전소에는 국내 최초로 200메가와트(㎿) 전압형 HVDC를 적용해 운영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이는 2030년까지 호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만 11조원에 달한다.
임희수 효성중공업 DC시스템사업팀 팀장은 "양주에서 확보한 기반 기술을 10배 키우는 기가와트(GW)급 대용량 기술도 개발 중이며 2028년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해외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우리는 국산화 기술을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은 글로벌 HVDC 표준이 된 2GW·525킬로볼트(㎸)급 기술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대응하고, 이후 글로벌 시장으로 저변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상무)은 "여러 국가와 HVDC 관련 수주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2030년을 기점으로 HVDC가 회사의 효자 노릇을 하는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황인 변압기 시장과 관련해서는 "부품 업체들의 납기(리드타임)가 100주까지 늘어날 정도로 상당히 시장 상황이 좋다"며 "공장을 찾은 고객사들이 '호황이 10년은 갈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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