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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kg 뺀 의사의 비결 '달리기'… 알고 보니 발목엔 체중 11배 하중

2026.05.11 10:00

2025년 9월 21일 강원 철원군 고석정 관광지와 DMZ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열린 제22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벼가 익어가는 논 옆을 지나고 있다. 러닝 열풍이 불편서 달리기 하다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철원=왕태석 선임기자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내 진료실은 몸이 내는 소리인 ‘통증’과 만나는 곳이다. 허리와 무릎, 목, 어깨, 발목 등 부위와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30여년을 함께 씨름하다 보니 통증에도 트렌드가 있음을 느낀다. 근골격계 질환을 다루는 진료실이라 원래는 중년 여성들과 장년층이 단골 환자였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작은 변화가 생겼다. MZ세대 환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종식과 불어닥친 러닝 열풍...진입장벽 낮은 유산소 운동



그 중심엔 골프와 테니스에 갓 입문한 초보들인 '골린이'와 '테린이'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건강도 챙기려는 욕구가 크게 작용해서다. 이들은 종목의 특성상 팔꿈치와 손목,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이 흐름은 2년쯤 지나 서서히 줄더니 코로나19가 종식된 2023년부터 확 꺾였다. 대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종목이 등장했다.

요즘 광풍 수준에 도달한 ‘달리기’다. 10년 전만해도 달리기를 하다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지 않았다. 2023년 하루 평균 1~2명 수준이던 내원 환자 수는 현재 7~8명으로 늘었고,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러닝은 심폐능력을 향상시키고, 근육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러닝이 각광받는 것은 체중조절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달리기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 그래서 누구나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또한 심폐능력 향상은 물론 근육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체중조절 효과는 러닝 열풍의 일등공신이다. 달리기는 몸속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독소 배출은 물론, 지방 연소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체중감소 효과 뛰어나지만...통증 참고 뛰면 부상 위험



달리기를 통한 체중 감소 효과는 최근 후배 의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체중이 127㎏에 이르는 고도비만자였다. 그는 건강을 위해 살을 빼는데 정성을 쏟았다. 환자들의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가 정작 자신의 건강조차 관리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부터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달리기였다.

그는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달리기 방법을 찾아 2년간 꾸준히 달렸다. 그 결과 무려 38㎏을 감량하며 지금은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외형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그는 건강하고 활력있는 몸을 갖게 됐다.

달리기는 이처럼 긍정의 효과도 있지만 ‘어두운 그늘’도 존재한다. 바로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부상이다.

러닝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훌륭한 유산소운동이지만,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30대 중반의 채모씨는 달리기 4년차다. 그는 땀을 흘리며 달릴 때 행복함을 느낀다. 그래서 통증이 있어도 적당히 무시하며 매일 10여㎞의 달리기를 소화했다. 뛰는 순간에는 아프지 않고 몸도 가벼워졌다.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리다 보면 전해지는 묘한 쾌감이 그에게 ‘쉼표’를 지워버린 것이다.

이는 베타 엔도르핀의 영향 때문이다. 이 신경물질은 마약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다. 달릴 때 몸에서 5배 이상 증가하는데, 일반 진통제 수십 배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무릎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나서야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를 해보니 무릎 연골판이 파열돼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뛸 때 발목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은 체중의 8~11배



사실 달리기는 부상이 잦은 운동이다. 원인도 다양하지만 생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하체의 ‘얼라인먼트(alignment)’, 정렬상태의 불균형 문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휠 얼라인먼트는 바퀴가 균형 있고 가지런하게 정렬된 것을 뜻한다. 만일 얼라인먼트가 틀어지면 차량 바퀴의 특정부분이 더 마모돼 타이어 수명 단축은 물론 좌우측 쏠림현상으로 정상 주행을 방해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발바닥이 아프면 정강이가 서서히 안쪽으로 돌아가고, 무릎 관절의 정렬 상태를 틀어지게 한다. 무릎이 비틀리면 골반도 자연스럽게 틀어져 통증은 물론 부상으로도 연결된다.

이는 달리기가 체중이 실리는 충격 운동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무릎관절에 체중의 2~5배, 발목관절에는 8~11배의 하중을 지속적으로 가하게 된다. 하체에 반복적인 충격과 부하가 누적되면 근육은 물론 인대와 힘줄 등의 손상으로 이어진다. 과사용으로 인해 부상을 입는 주요 부위는 무릎과 종아리, 발바닥 등 3곳이다.

뛸 때 큰 충격을 받는 부위 중 하나가 발바닥이다. 반복적인 충격으로 발바닥의 움푹 파인 부위인 아치가 무너지면 족저근막이 파열돼 염증이 생긴다. 게티이미지


발바닥 무릎 종아리...러닝으로 발생하는 '부상 3종세트'



▶족저근막염

달릴 때 체중과 함께 지면의 충격과 압력이 고스란히 발바닥에 전달된다. 반복적인 충격이 지속되면 발바닥 중간의 움푹 파인 부위인 아치가 무너져 내린다. 아치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두꺼운 섬유조직인 족저근막이다. 근막은 아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아치가 무너지면 족저근막도 타격을 받는다. 근막에 염증이 생겨 지나치게 늘어나거나 부분 또는 완전 파열로 이어진다.

▶러너스 니(Runner's Knee)

무릎은 발과 골반을 연결하는 가교다. 만일 아치가 무너지거나 골반을 잡아주는 근육이 약하면 무릎은 치명타를 입는다. 특히 달릴 때 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 질환으로 무릎 앞쪽이 아픈 슬개대퇴통증증후군, 바깥쪽이 아픈 장경인대 증후군이다. 슬개골은 무릎을 구부리거나 펴주는 도르래 역할을 하는 뼈로 대퇴골(허벅지뼈) 위를 상하로 움직인다. 슬개골과 대퇴골의 균형이 깨져 슬개대퇴 관절면에 마찰과 압력이 지속되면 통증이 생긴다.

발과 골반을 연결하는 가교인 무릎의 슬개골과 대퇴골의 균형이 깨지면 통증이 발생한다. 게티이미지


장경인대는 골반 바깥쪽에서 정강이뼈로 이어진 섬유조직으로 달릴 때 무릎이 바깥쪽으로 젖혀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무릎 바깥쪽 돌출 부위와 장경인대가 마찰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착지를 반복하면서 무릎 아래쪽 힘줄인 슬개건에 염증이 생기는 슬개건염도 흔하다. 이같은 통증은 부드러운 흙길 보다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을 달릴 때 나타나기 쉬운데 증상이 심하면 반월연골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손상

평소 다리 근육을 잘 사용하지 않던 초보자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다.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은 하나의 세트다. 두 개의 장딴지근과 하나의 가자미근으로 이뤄진 종아리 근육은 아킬레스건과 바로 연결돼 있어서다.

종아리 근육이 뻐근하거나 올라오는 느낌이 지속되면 아킬레스건도 스트레스를 함께 받는다. 그러다 반복적인 충격이 쌓이게 되면 염증과 파열로 이어지게 된다. 많은 환자들이 아킬레스건염과 종아리 통증을 동시에 느끼는 이유다.

달리기 부상 방지 처방전...미니스쿼트와 한다리 들기 운동



달리기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근육 관리다. 훌륭하고 질 좋은 근육이 관절과 인대 등으로 가는 충격을 흡수해 주기 때문이다. 근육 관리는 ▲유연성을 늘려주고 ▲굳은 근육은 풀어주고 ▲강화운동을 하는 것이 모범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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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무 솔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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