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추억도 학원이 채우는데…”… 현장학습 활성화 대책 논의 난항
2026.05.11 00:07
교원단체·법무부 입장차 커
인천 청라지구에서 두 초등학생을 키우는 조모(44)씨는 형식적인 학교 현장체험학습이 불만이다. 3학년인 둘째는 학교 주변 공원을 도는 게 봄 소풍이었고, 5학년 첫째의 경우 이마저도 없었다. 아이들은 또래 친척이나 다른 지역 친구에게서 ‘놀이공원 간다’ ‘1박2일 수련회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한다. 조씨는 “애들은 합기도 학원 수련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학창시절 추억도 사교육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추진 중인 ‘현장학습 활성화 대책’이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현장학습 사고 시 교사 면책 범위를 놓고 교육부와 법무부, 교원단체의 입장이 달라 좀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대통령 지시(현장학습 활성화) 뒤 이 문제(면책 범위)에 대해 법률적으로 어찌할지 부처 이견이 있었다”며 “법무부에선 여러 다른 공무원들과의 이런 것(형평성) 관련해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최 장관이 언급한 이견은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의 예외 적용 여부와 관련이 있다. 해당 조항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교원단체들은 현행 학교안전법이 교사를 보호해주지 못하므로 교사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형법 적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학교안전법은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안전사고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교사들은 ‘다한 경우’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전남의 한 초등교사는 “초등생은 상황 판단력·방어력이 떨어지고, 중·고교생 일부는 일탈의 기회를 보는 돌발 상황 속에서 수백 쪽에 세세히 적힌 매뉴얼을 전부 준수하라는 건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되도록 광범위한 면책 범위를 허용해주려는 입장이다. 최 장관은 “선생님 의견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을 살펴야 하는 입장이어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소방공무원도 의사도 실수로 사람을 상하게 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데 교사만 예외로 할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특히 학부모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장학습은 교사 재량이므로 강요해선 안 된다. 우리 노조에 초등교사 3만7000여명이 있다. (고의성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장학습은 내년에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체험학습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