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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외모 순위 매긴 남학생들, 우리 아이 학교 대처는 달랐다

2026.05.11 06:56

단 한 건의 민원도 없는 학교, 완벽해서가 아니다... 대안학교 학부모로 보낸 1년
 교실
ⓒ 픽사베이

이재명 대통령이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학교 현장의 소풍·수학여행 기피 풍조를 비판했다. 안전요원이 부족하면 더 채용하면 될 일이지 활동 자체를 없애지 말라는 것이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서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말까지 더해졌다. 행정의 자원을 확충해 활동을 살리자는 말이다.

같은 날 교원단체들이 응답했다. 문제는 안전요원의 머릿수가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법정에 서느냐의 구조라는 것이다. 2022년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인솔교사가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유지된 현실에서, 사고의 모든 화살이 교사 개인에게 향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체험학습은 교육이 아니라 위험이라는 것이다. 정당한 분노이고, 마땅한 요구다. 이 자리에서 교원 민원·소송 국가책임제와 면책권 입법이 다시 정책 의제로 올라왔다.

같은 날 학부모 쪽에서도 다른 결의 말이 나왔다. 도승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이 <오마이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건 단순히 안전 문제라기보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 신뢰가 과거보다 많이 약해진 영향이 크다." (관련 기사: 대통령 "소풍 안 간다? 학생기회 뺏는 것"...교원단체들 '우려' https://omn.kr/2hyvp)

세 결의 말은 어긋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풍경을 세 자리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행정은 자원을, 교사는 책임 구조를, 학부모는 신뢰를 가리킨다. 결국 학교를 떠받치는 것은 학교 안의 민주주의이고, 그 민주주의 위에서만 신뢰가 자란다.

영유아교육 정책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동시에 한 대안학교의 학부모로서 그 사실을 지난 1년 동안 가까이서 보았다. 먼저 두 가지를 인정한다. 내가 학교를 고를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 일반학교 학부모에게는 그런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학교 학부모가 민원을 쓰는 일은 종종 다른 통로가 없는 자리에서의 절박함이다. 일반학교 교사가 갈등을 학교 안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도 교사의 자질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다룰 시간과 권한이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사회의 구조 때문이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을 탓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1년이 여행으로 짜이는 학교

일반고 1학년에서 학기 중간에 자퇴해 17세에 한 대안학교에 들어간 아이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학교 이름을 '민들레'라고 부르겠다.

민들레의 1년은 여행으로 짜였다. 학기 중 합류하게 된 아이는 5월 돋움여행, 가을의 질문여행, 그리고 11월 '세상 만나기'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키노쿠니 학교 친구들과 함께 광주 5·18 답사도 다녀왔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따라 걷고, 5·18 민주묘지에서 묵념하고, 오월어머니집에서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 만나기'에서는 학생이 만나고 싶은 어른을 직접 섭외해 찾아갔다. 내 아이는 동화작가 선생님을 흑석동에서 만났다. 한국 일반학교 중 한 학년 동안 이만큼 학생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들레에서 여행은 행사가 아니라 교육과정 그 자체다. 학교는 1년의 교육과정을 "배우기를 배우고, 타인과 함께 살기를 배우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학기 초 '배움계획서'를 직접 쓰고, '연결과 사유의 방'에서 친구들과 자기 배움을 정리하며, 매일 저녁 '하루닫기' 일기를 쓴다. 1년이 끝날 무렵에는 자기 1년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다. 내 아이가 작년에 펴낸 책 제목은 <5월의 첫 여행>이었다. 아이는 책에 적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수업과 만남은 진짜 나를 찾아가는 나만의 여행이었다. 성적이나 등급으로 매겨지는 내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웃는지를 알아가는 시간들이었다."

단 한 건의 민원도 없었다

▲ 교육공간민들레 대안학교, 만화로 기록된 3월의 전환여행 민들레 학교의 허락을 받아, 선생님과 학생들의 3월 전환여행 사진을 AI 기술을 활용해 배낭을 메고 꽃길을 걷는 정교한 흑백 펜화 만화로 재해석한 이미지임.
ⓒ 교육공간민들레

가장 의아하게 들릴 사실 하나를 적어본다. 그 1년 동안 학부모들은 학교에 단 한 건의 민원도 넣지 않았다. 학교가 완벽해서가 아니다. 첫 여행 첫날 밤 룸메이트들 사이에 작은 다툼이 있었고, 아이는 울기도 했다. 학교 밖 일정도 많았고, 낯선 어른을 만나러 학생이 직접 길을 나서는 활동도 이어졌다. 스스로 서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모험이 있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학교의 매뉴얼을 두껍게 만들어 달라고 청한 적이 없다. 면책 조항을 더 촘촘히 다듬어 달라고 한 적도 없다. 우리가 본 것은 매뉴얼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이었다. 자퇴할 무렵 어두웠던 표정이 달라졌다. 학부모의 신뢰는 선언되지 않는다.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매일 두 눈으로 볼 때, 그제서야 학교에 대한 믿음이 마음 깊이 싹튼다.

신뢰가 자란 데에는 또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갈등을 학교 안에서 의논으로 다룰 시간과 권한이 교사에게 주어졌고, 학생도 그 의논의 한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남학생 몇이 여학생들의 외모에 순위를 매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폭력위원회와 교육청 신고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였다면, 학교장도 교사도 그 트랙으로 사건을 넘기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들레는 그날 밤 1번 방에 모든 학생을 모았다. 모두 집에 가지 않고 늦은 밤까지 토론했다. 외모로 친구를 줄 세우는 일이 왜 공동체의 신뢰를 깨뜨리는지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했다. 잘못한 학생들도 자기 말로 사과했고, 다음 자리를 함께 약속했다.

차이는 교사의 자질이 아니다. 학교에 의논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느냐다. 일반학교 교사들이 못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매뉴얼은 두꺼워지고, 신고 트랙은 자동화되고, 교사 한 사람의 어깨에 모든 책임이 얹힌 자리에서, 갈등을 의논으로 푸는 일은 누구도 시도하기 어렵다. 그 자리를 만들 사회적 조건이 우리에게 아직 없을 뿐이다.

세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 안전 자원의 확충은 필요하다. 인솔 인력, 안전요원, 보험과 보장의 두께가 두꺼워져야 학교가 학생을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다. 다만 자원이 늘어도 책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교사는 여전히 혼자 법정에 선다.

둘째, 교원 민원·소송 국가책임제와 면책권 입법은 미룰 일이 아니다. 책임을 학교와 교육청, 국가가 함께 나누는 자리로 옮겨야 한다. 다만 책임의 분담만으로 학부모의 마음이 학교에 돌아오지는 않는다.

셋째, 그래서 함께 가야 할 자리가 있다. 학교를 다시 민주적 공동체로 세우는 일이다. 교사에게 갈등을 의논으로 다룰 시간과 권한을 돌려주는 일, 학생이 자기 배움의 한 자리를 가지는 일, 학부모가 항의의 발신자가 아니라 학교의 동료로 들어서는 일. 학교폭력 사건의 자동 이송 트랙도 의논의 자리를 거치는 절차로 다시 짜야 한다. 안전 자원, 면책권, 그리고 학교 안의 민주주의. 셋이 한 몸으로 가야 비로소 체험학습이 학교로 돌아온다.

독일 어느 숲유치원에서 필자가 직접 본 한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올빼미반 어린이들이 숲이 만들어낸 거대한 비탈에서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진흙 웅덩이에 고인 빗물 속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온몸을 진흙 범벅으로 만든 채 한참을 첨벙대며 놀고 있었다. 옷도 신발도 흠뻑 젖었고 미끄러운 자리도 있었다. 한 방문자가 담임 교사에게 물었다.

"이렇게 위험한 놀이를 하면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지 않습니까."

교사의 답은 짧았다.

"부모들이 우리를 믿어요."

이 한 마디가 나는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본다. 신뢰는 안전요원 머릿수로도, 면책 조항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부모가 학교의 일상에 동료로 들어서 있을 때, 교사가 갈등과 위험을 의논으로 다룰 권한을 가지고 있을 때, 학생이 그 자리에 한 시민으로 서 있을 때, 그제서야 신뢰는 학교의 공기 안에 자라난다.

좋은 학교는 매뉴얼이 두꺼운 학교가 아니라, 부모가 학교를 믿는 학교다. 우리가 다시 보아야 할 것은 사라지는 체험학습이 아니라, 그 신뢰가 자랄 자리를 학교 안에 어떻게 다시 만들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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