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구 죽음 외면 말아달라”는 고교생들의 호소
2026.05.10 22:14
지난 5일 밤 광주 도심에서 20대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고생과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이 “친구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범죄로 취급되는 현실을 개탄하며 어른들이 책임 있게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글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공동체의 당연한 책무다. 아직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이를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다니, 참으로 부끄럽다.
지난 9일 광주 숭일고 학생회는 “누군가의 무책임한 폭력으로 한 학생의 삶과 미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8일 광주 경신여고 교지편집부 학생들이 “모든 청춘에 부쳐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광주 설월여고와 전남여고, 속초여고 학생들이 잇따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이들은 공부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17살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는 2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자신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여성과 청소년을 비롯한 약자의 안전 문제를 얼마나 충분히 다루고 있었는지, 위험 신호를 미리 발견하고 보호할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한 학생의 말은 어른들에게 죽비를 내려치는 것 같다.
범인은 우발적 범죄였다고 주장하지만, 범행 이틀 전부터 흉기를 소지한 채 거리를 배회하고, 범행 후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통신기기를 차단하고 도보와 택시를 이용하는 등 명백한 계획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엄벌해야 한다. 경찰의 대응도 아쉽다. 범인의 전 아르바이트 여성 동료가 범행 이틀 전 그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는데, 별다른 조처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고 한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2024~2025)에 따르면, 스토킹 가해자의 구속수사 비율이 3%에 불과할 정도로 경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청소년들은 “이대로 침묵하면 친구의 죽음은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소비될 것”이라며, 왜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는지, 이를 막을 수는 없는지 사회에 묻고 있다. 사회적 약자가 더는 강력범죄로부터 살아남는 행운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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