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사기당하는 세상… 법률 보험 돼드릴게요”
2026.05.11 02:32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법정 드라마에서나 보던 변호사들이 유튜브에 등장해 어려운 법률 용어가 아닌 친근한 ‘일상의 언어’로 사건을 해설해주기 시작했다. 때는 유튜버를 향한 관심이 지금보다 덜하던 2018년으로, 당시 이런 모습을 보여준 이는 법무법인 LF 소속 변호사들이었다.
이후 꾸준하게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들과 열심히 소통한 덕분에 이들 변호사가 만든 채널 ‘로이어 프렌즈’는 큰 관심을 끌게 됐다. 현재 이 채널의 구독자는 21만명이 넘고, 그동안 업로드한 동영상은 860여개에 달하며, 이들 영상의 총 조회수는 약 2400만회나 된다. 명실상부한 한국 법조계를 대표하는 채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셈이다.
‘로이저 프렌즈’를 운영하는 이는 손병구(43) 변호사와 이경민(43) 변호사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LF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유튜버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법조 크리에이터’로서 겪는 보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변호사, 유튜버가 되다
우선 두 변호사의 이력부터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손 변호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고. 실제로 10대 시절 그는 공부보다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같은 게임에 푹 빠져 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한때는 프로그래머를 꿈꾸기도 했다. 지방에 있는 한 법대에 진학한 것도 성적에 맞는 학과를 고른 결정이었다.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던 시기는 군대 시절이었다. 교도소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교도대에서 복무했는데, 그곳에서 마주한 검사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전역 후 그는 곧바로 고시 공부에 뛰어들었고 2년여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변호사의 삶은 손 변호사보다는 굴곡이 많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는 법조인을 꿈꿨고, 사법시험에 붙은 뒤엔 많은 이가 그렇듯 검사와 변호사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했다. 그즈음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생각했는데 당시 내린 결론은 이랬다. 대중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두 사람을 8년 전 유튜브의 세계로 이끈 것은 의사들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였다. 손 변호사는 “닥터프렌즈가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비슷한 채널을 만들어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로이어 프렌즈’의 시작은 ‘닥터프렌즈’의 법조인 버전이었던 셈이다. 채널 개설 초기엔 업계의 보수적인 시선 탓에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당시만 해도 변호사 업계에서 유튜브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며 “유명세만 타려는 변호사로 비칠까 걱정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삶의 모든 현장이 콘텐츠
초창기부터 이들에겐 목표가 확실했다. 법률 지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꼽는 ‘로이어 프렌즈’의 강점은 ‘현장 밀착형 콘텐츠’를 지향한다는 것. 두 사람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콘텐츠를 고민한다. 가령 출퇴근 시간에도 뉴스를 꼼꼼히 살피면서 대중이 궁금해할 만한 이슈가 무엇일지 생각한다고 했다.
“콘텐츠의 주제가 정해지면 스크립트를 완성하는 데엔 30분도 걸리지 않아요. 아이디어 회의는 점심을 먹으면서 진행하곤 하는데, 이때 ‘오늘은 이런 방향으로 만들어보자’는 합의가 이뤄지면 곧바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논의하게 돼요.”(손 변호사)
“의뢰인과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콘텐츠 생각을 하곤 해요. 수사관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낯선 조사 절차 때문에 당황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까지도 적어놨다가 훗날 콘텐츠의 재료로 삼곤 하는 거죠.”(이 변호사)
변호사들 사이에서 ‘로이어 프렌즈’는 업계의 비밀까지 드러낸 채널로 불린다. 수임료를 챙기기 위해 꼭꼭 숨겨둔 알짜 정보까지 시원하게 공개해버리기 때문이다.
손 변호사는 “지금은 인공지능(AI)과 인터넷 검색 때문에 모든 정보가 열려 있는 시대라 뭔가를 감추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실무의 미세한 차이가 소송의 결과를 바꿀 때가 있는데, 이런 순간에는 결국 우리 같은 전문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로이어 프렌즈’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는 두 변호사의 솔직담백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가령 이 변호사는 한 의뢰인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못하는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변호사로서 심하게 체면을 구긴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자신이 겪은 이 사건의 모든 것을 4편의 시리즈로 제작해 채널에 올렸다. 유튜브 채널을 위해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낸 셈이었다.
“커리어에 흠집이 날 수도 있는 일이니 처음엔 당연히 망설였어요. 의뢰인들이 나를 못 미더워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매일 법을 다루는 변호사조차 사기를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제가 직접 고소장을 쓰고, 경찰서에 가고, 재판에 출석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비슷한 일을 겪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죠.”(이 변호사)
손 변호사는 그동안 채널에 올린 영상 가운데 만족하는 콘텐츠로 ‘좋은 변호사 고르는 현실 기준’ 편을 꼽았다. 그는 “사무장과 40분 떠들고 정작 변호사 얼굴은 5분만 보는 기형적인 구조의 로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상을 통해 이 같은 낡은 관행을 꼬집었고, 그 후 1년쯤 지나자 직접 변호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상담하는 사무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법률 정보를 쉽게 가르쳐주는 채널”
두 사람은 채널 구독자를 일컫는 ‘고소미’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이메일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받으면 그 내용을 꼼꼼히 분석해주고, 구독자들이 법률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설명을 요청할 때도 열심히 응하곤 한다.
그렇다면 ‘로이어 프렌즈’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확실한 것은 대중의 ‘도파민’만 자극하는 채널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손 변호사는 “흥미만 유발하는 콘텐츠, 자극만 주려는 영상은 선보이고 싶지 않다”며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할 수도 있는 상황, 그때 써먹을 수 있는 묵직한 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 유튜버로서 느끼는 책임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I가 만든 정보의 홍수 속에서 AI의 오류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진정한 의미의 ‘법의 테두리’가 어떤지 보여주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는 설명이었다.
이 변호사는 “일종의 ‘법률 보험’에 가입한다는 생각으로 채널을 구독해주셨으면 한다”며 “당장 쓸모없는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로이어 프렌즈’는 인생의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꺼내볼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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