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파크골프 열풍…‘푸른 잔디’의 그늘
2026.05.10 23:01
노년층을 사로잡은 파크골프입니다.
누구나 골프를 공원이나 녹지에서 즐길 수 있도록 변형한 스포츠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도 30년 가까이 됩니다.
| 파크골프 동호인/ 파크골프를 안 했으면 뭐 하고 살았을까 막 이래요. 진짜 그래요. |
경기장이 부족한 지역에선 예약 전쟁이라 부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 파크골프 동호인/ 30초 안에 예약이 바로 끝나거든요 |
하지만 농지나 임야에 불법으로 조성되는 사설 파크골프장들.
| 해당 지자체 관계자/ 빨리 복구가 안 되다 보니까 고발도 하고 계속 연이어서 원상복구 명령 나가고 |
파크골프 열풍, 이대로 좋을까요?
휴일 오전, 파크골프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한 달 전 예약에 성공한, 운 좋은 분들입니다. 한 달분 예약이 열리는 날이면 금세 동이 나기 때문입니다.
| 이원춘/파크골프 동호인 서울 시민 전체가 예약하니까 딱 하루에 거의 30초 안에 예약이 바로 끝나거든요. |
예약 때문에 온 가족이 동원되는 건 예삿일입니다.
| 정연숙/파크골프 동호인 저뿐만 아니고요. 여기 오신 분들, 연세 드신 분들은 거의 다 손자, 자식들이 다 해줄 거예요. 사위까지 딸까지 다 동원한대요. |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번 홀부터 시작하는 골프와 달리 이용자들은 입장하자마자 각 홀로 흩어져 경기를 시작합니다.
| 홍우진 /서울시 서부공원여가센터 파크골프는 골프랑 다르게 시작할 때 18홀을 모두 다 이용객분들이 입장을 하셔서 순차적으로 홀을 돌고 계십니다. |
맑은 하늘 아래 탁 트인 파크골프장을 누비는 동호인들. 대체 매력이 뭘까요?
| 김옥자/파크골프 동호인 동호회 하면서 하니까 재미도 있고 또 운동 후에 맛있는 것도 먹고 다니고, 많이 걸으니까 일단 좋아요. 햇빛도 보고. 건강해진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
파킨슨병을 앓았던 60대 남성은 파크골프를 하면서 건강도 나아졌다고 말합니다.
| 김정수/파크골프 동호인 파크골프 하기 전에는 5분 정도 걸어가면 힘들어서 한 5분 쉬어야 하는데 이 파크골프 1년 하고 나서는 2시간 동안 운동해도 거뜬합니다./어디로 볼을 보낼 것인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되니까, 치매 예방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특히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파크골프로 넘어오는 이유는 바로 경제성. 돈과 시간을 덜 들이면서도 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정무호/ 파크골프 동호인 노인들이 되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좀 빈약해지는데 그런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을 수 있고. 보통 골프장은 차를 타고 1시간 2시간 나가야 하는데 여기는 전철 타고 올 수 있는 데다. |
파크골프의 주 이용자인 노인들의 소외감 극복에도 한몫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 김경숙/ 파크골프 동호인 운동하고 하면 더 화합되고 너무 건강하고 웃음도 많아지고 즐겁고 너무 재미있어요. |
40여 년 전 일본 홋카이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파크골프. 황량한 하천 둔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다 기존 골프를 변형해 시도해 본 것이 파크골프의 시초입니다. 아이부터 부모, 조부모 세대까지 3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생활체육을 목표로 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파크골프장이 된 그 공원에선 지금도 해마다 파크골프 대회가 열립니다.
파크골프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건 1990년대 후반.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개장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 강진숙/파크골프 동호인 도심 속에서 잔디를 밟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시설이 있으니까 참 좋고... |
고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크골프. 일반 골프와는 어떻게 다를까?
골프는 최대 14개의 채를 갖고 다니며 탄성이 좋은 작은 공을 사용하는데, 파크골프는 하나의 전용 골프채와 묵직한 합성수지 공이면 돼, 상대적으로 단출합니다.
| 홍석주/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 채 하나와 공 하나, 쉽게 말해서 가져가기도 좋고 다니기도 상당히 좋기 때문에 어디든지 가서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파크골프의 인기가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파크골프장은 18홀 기준 1.58킬로미터를 넘지 않아 일반 골프장의 1/4에서 1/5 정도이고, 도심에 있어 방문하기 쉽고 경기 시간도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특히 파크골프장은 이용료가 저렴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이원춘 / 파크골프 동호인 골프를 치러 가면 20~30만 원 드는데, 여기에서는 노인들이 4천 원만 내면 치니까 얼마나 편해요 |
이 같은 장점에 파크골프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회원 수는 22만 9천 명으로 5년 만에 5배가 됐습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회원 수의 3배 이상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파크골프장 역시 급증해 5백 곳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야외 잔디밭을 실내로 옮겨놓은 곳, 스크린 파크골프장입니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실내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시설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 고순금/ 파크골프 동호인 쉽고 일단 따라다니면 되니까 몇 번 나가면 조금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처음이라도 두렵지 않더라고요. |
이런 추세에 대학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대학도 이번 학기부터 25살 이상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관련 학과를 신설했습니다.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는데 실내외 실습 여건을 갖춘 데다 관련 자격증을 따도록 한 게 지원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 유영란/장안대 파크골프산업학과 학생 제가 일반 골프를 하다 보니까 이 시점에서 파크(골프)를 시작하면 그래도 젊은 층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
| 문성식/장안대 파크골프산업학과 교수 다양한 영역에서 파크골프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발생하고 있다 보니까. ‘파크골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로 하는 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해서 개설하게 됐습니다. |
현재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명칭을 붙여 전공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19곳, 교과목을 개설한 대학도 48곳이나 됩니다.
바닷가 마을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있습니다.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겁니다.
| 박옥점 / 파크골프 동호인 (경남 창원) 2박 3일로 옵니다. 저희는 당일 올 수가 없어요. 너무 멀어서 여기까지 오는 데 6시간 걸리잖아요. 양양에 다 풀어주고 가잖아요. |
파크골프장 입구는 이용자들을 대신해 공들이 줄을 섰습니다.
| (얼마나) 기다렸냐고요? 1시간 20분(이요) |
단체는 하루 200명으로 제한하는데, 한 달 전 예약이 끝났습니다.
| 최기주 / 양양군 파크골프협회 홍보이사 (4월 예약은) 3월 말일경까지 마감이 다 됐어요./ 우리가 오픈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전화번호를 알아서 |
멀리서 온 이용자들로 주변 식당과 숙소가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 배선애/파크골프장 인근 식당 운영 단체로도 많이 오시고 파크(골프)장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 편이라서 거의 단골이라고 봐야죠. 작년에 오셨던 분들이 매년 오시니까 |
양양군은 골프장 입장료 8천 원 가운데 3천 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등 파크골프 이용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 장지선/ 양양군 체육시설팀장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는 지자체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타 시군에서 벤치마킹 오신 분도 있고, 또 앞으로 오겠다고 연락받은 곳도 있거든요. |
농작물을 심은 밭 한가운데 들어선 파크골프장. 홀마다 이용자들이 북적입니다. 잔디 농장으로 등록한 뒤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36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다 적발됐습니다.
| 파크골프장 운영자/ (불법인 것을 알고 있는지?) 알고 있죠. |
참외 비닐하우스였던 이곳도 파크골프장이 불법으로 조성됐습니다.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불법 이익 환수도 없어 배짱 영업만 계속되는 실정입니다.
| 해당 지자체 관계자/ "빨리 복구가 안 되다 보니까 고발도 하고 계속 연이어서 원상복구 명령 나가고 이행 강제금도 나가고.“ |
하천 둔치가 허옇게 땅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인근에 있는 훼손되지 않은 억새밭과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억새 10리길’이 적힌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지역 파크골프협회가 허가 없이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다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두더지가 땅을 판 흔적과 고라니의 발자국, 배설물로 보아 야생동물 서식지로 추정됩니다.
|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이 안에는 웅덩이도 있고 습지도 있고 또 뭍도 있고 그렇게 하나의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 곳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맹꽁이도 살고 있고 삵도 살고 있고 너구리 고라니 수달 이런 친구들이 다 서식지, 사냥터 이렇게 썼던 곳이라는 거죠. |
더욱이 파크골프장 절반 이상이 하천 변에 조성되고 있는데 비가 많이 오면 침수되기 쉽다 보니, 해마다 침수와 복구가 반복돼 예산만 낭비될 우려가 크다고 환경단체는 지적합니다.
|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비가 오면 물에 잠겨서 사실은 이용할 수도 없고 유지 관리 비용이 계속 반복적으로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이런 시설물들을 몇몇 사람의 이용을 위해서 설치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죠) |
실제 최근 4년 동안 호우 등 풍수해로 파크골프장이 침수, 파손된 건수는 모두 165건, 복구에 투입된 예산은 70억 원이 넘었습니다.
2024년에야 정식 ‘체육시설’로 인정된 파크골프장. 하지만 ‘체육시설업’에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신고나 등록 대상이 아니다 보니, 일단 돈이 된단 생각에 불법 조성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파크골프장업을 체육시설업으로 규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더욱이 일부 지자체에선 대형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이 경쟁적으로 발표되는 상황.
| 송진호/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시작부터 경쟁이었다는 거죠. 마치 유행처럼 ‘이게 있대’라고 시작돼서. 그럼 저 지역과 우리의 차별성은 뭐야 규모 혹은 시설 이런 식으로 나가서. |
파크골프장이 전국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 체계적인 수요 조사나 연구는 없었습니다.
| <int>송진호 /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과연 파크골프장의 수요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유행으로 끝날 건지에 대한 논의도 사실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게이트볼 구장의 사례를 좀 들어봤을 때 파크골프장의 미래를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후죽순 늘어났을 때 관리 부실에 대한 미래를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파크골프장 설치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공사 소음과 분진으로 학습권이 침해되고, 건강도 우려된다는 겁니다.
| 특수학교 재학생 학부모/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도(특수학교 아이들이) 훨씬 더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학교 담을 같이 쓰면서 파크골프장을 짓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
자치단체가 합법적으로 설치하는 것이지만 학부모들과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못한 겁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파크골프장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다 함께 이용하는 공원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 공원 이용 시민/ 약간 특정 그룹들만 사용한다는 느낌은 좀 많이 받았어요. 면적만으로 봤을 때는 파크골프장 공간이 제일 크다 보니까 |
일본은 남녀노소 함께 즐기도록 홀 최대 길이를 100m로 제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최대 150m까지 가능합니다. 9홀 기준, 일본은 500m 한도인데, 한국은 790m까지 길어지게 만든 겁니다.
| 홍석주/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 “나이 많은 사람들이 치도록 설계된 것이 일본 파크골프장의 명분이고 우리는 젊은 세대도 끌어들이기 위해서.” |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이 땅의 산업화를 일군 주인공들은 어느덧 노인이 됐습니다. 평생 일만 해오다 자신을 돌볼 기회는 적었습니다. 그들을 위한 운동과 휴식 공간도 부족했습니다.
| 곽경림/서울시 마포구 산업화 시대를 산 분들이 열심히 일만 하셨고, 젊었을 때 즐기고 놀 줄을 몰랐어요. 나중에는 이분들이 쉬셔야 하는데 마땅히 쉴 곳도 없고, 쉴 콘텐츠도 없고 |
그런 그들을 달래주는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
| 김영희 / 파크골프 동호인 나이 들면서 골프하기는 갈수록 부담스럽고, 이 파크골프는 시니어 운동으로서는 진짜 이보다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
‘반짝’ 인기에 머물지 않도록, 그들과 젊은 세대가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함께 ‘특별한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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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오종우
촬영:조선기, 강우용, 최승구
편집:유지영
그래픽:장수현
리서처:유리
조연출:엄희주,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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