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그녀가 퇴직한 이유
2026.05.10 20:07
“변호사님 통화 가능하십니까? 아기가 계속 울다 이제야 잠들어 늦게 연락드립니다.” 내 의뢰인은 8개월 된 아기 엄마다. 그녀와 통화하고 싶을 때 문자를 먼저 남긴다. 그녀는 아기가 잠들고 나서야 연락을 준다. 그래서 우리 통화는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아기에게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 그녀는 임용권자인 인천 미추홀구청장과 싸우고 있다.
그녀는 미추홀구 보건소 치매 전문 작업치료사였다. 임기제공무원으로 5년 넘게 일했다. 작년 7월 만삭인 그녀는 팀장·과장에게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온 대답은 “아기는 축복이고 좋은데 임용 기간 연장과 아이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예요” “한 사람으로 인해 다수한테 부담이 생기는 것을 감수하기엔 무리가 있어요”였다.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외면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하세월이었다. 결국 같이 임용된 임기제공무원 9명 중 그녀만 유일하게 퇴직 처리됐다. 출산한 지 한 달이 지난 때였다. 몸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이번에는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인천광역시 소청심사위원회는 임기제공무원의 임기는 임용권자의 재량이라며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 결정이 난 직후 그녀를 돕던 인천여성노동자회의 소개로 나는 그녀의 사건을 맡았다. 사건을 추적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미추홀구 치매정신건강과에 근무하는 임기제공무원은 15명인데, 이들이 하는 일은 상시·지속적인 업무라는 것, 그러나 미추홀구청장은 일반직공무원 대신 임기제공무원을 뽑아 이 일을 시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15명의 임기제공무원 모두 여성이라는 것. 인천여성노동자회가 확보한 미추홀구청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한 일반직공무원은 1188명인 데 반해 임기제공무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결국 임기제공무원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이들에게 출산휴가·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라는 것.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모성보호제도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성보호제도를 쓸 수 없다. 참고로 전체 비정규직의 약 60%가 여성이다.
부랴부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소장 제출 기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시작했다.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미추홀구청장이 한 행위는 “출산 및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이익 처우로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대통령이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 연장을 언급했다. 현행 기간제법은 2년 넘게 근무한 기간제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는데, 그 결과 기간제근로자가 2년마다 해고될 가능성이 크므로 사용 기한을 4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은 임기제공무원의 사용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임기제공무원은 아무리 오래 일해도 비정규직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고, 출산휴가·육아휴직은 엄두를 못 낸다. 엄두를 냈을 때 돌아오는 것은 퇴직처분이다. 10년의 의미는 임용권자가 10년 동안 임기제공무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지 임기제공무원의 임기를 10년 보장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작업치료사를 정규직으로 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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