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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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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나면 여기로 뛰어가라고?” 겨우 ‘1m 출입문’ 대학로 소극장의 현실 [세상&]

2026.05.09 18:46

300석 미만 대부분 방화막 의무 제외
좁은 계단·지하 구조에 대피 우려
전문가 “방화막보다 신속 대피 중요”


8일 서울 종로구 둥숭동 S 공연장 입구 통로. 이준영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경보기 울리면 결국 여기로 한꺼번에 뛰어나가야 해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지하 소극장. 공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성인 두 명이 겨우 비껴갈 정도로 좁았다.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극장 안은 검은 벽과 낮은 천장 탓에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100석 규모 공연장 출입문 폭은 약 1m 남짓으로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란히 지나가기조차 어려웠다. 공연장 관계자는 출입문 옆 두꺼운 벽을 가리키며 “이것도 법 지키려고 만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연장 방화막 설치 의무가 확대됐지만 대학로 소극장 상당수는 여전히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방화막 설치보다 신속한 대피 체계와 현장 대응 훈련이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포된 공연법 개정안은 방화막 설치 의무 대상을 기존 1000석 이상 국공립 공연장에서 300석 이상 공연장으로 확대했다. 무대 화재 시 객석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다. 하지만 대학로 공연장 대부분은 300석 미만의 소극장이다.

실제 공연법 시행령상 500석 미만 공연장은 관객 피난 안내와 안전교육 정도만 규정돼 있다. 안전 총괄책임자와 안전 관리 담당자 의무 배치도 500석 이상 공연장에만 적용된다.

“법 지키려 만든 벽인데”…오히려 좁아진 출입문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S 공연장은 지난해 말 새로 공사를 하며 소방 규정에 맞춰 벽체를 설치했다. 문제는 그 결과 출입문이 더 좁아졌다는 점이다. 공연장 관계자 김모(35) 씨는 “소방업체에서도 와서 ‘이거 설치하면 오히려 위험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라며 “법을 지키려고 공사를 새로 했는데 현실과 안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무대가 열리는 종로구 대학로 극장가의 모습. 이준영 수습기자


김씨는 “원래는 벽이 없었다. 그런데 소방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출입문 폭이 좁아졌다”며 “법은 지켜야 하는데 실제 대피 상황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극장은 관객 출입문이 사실상 하나뿐이다. 배우 이동용 출입구가 따로 있지만 공연 중에는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발생했을 때도 관객들은 이 좁은 출입문으로 한꺼번에 대피했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는 경보 울리면 무조건 공연 중단하고 대피시킨다”면서도 “결국 이런 구조 자체가 현실적으로 위험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근 극장 관계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대학로 C 극장 공연 관계자는 “방화막 같은 시설은 구조상 설치가 쉽지 않은 극장이 많다”며 “특히 대학로는 오래된 건물과 복합 상가 구조가 많아 공사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극장은 대관 형태 운영도 많아 공연팀이 시설 공사를 결정할 권한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설치 의무가 생긴다면 결국 건물주와 비용 문제까지 같이 얽히게 된다”고 말했다.

“비상벨 울려도 공연 계속” 반복되는 혼란


우려는 최근 실제 상황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7일과 9일 대학로 뮤지컬 ‘스톤’ 공연 중 화재경보기가 두 차례 오작동하면서 관객들이 혼란을 겪었다. 실제 화재는 아니었지만 일부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피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고 공연도 곧바로 중단되지 않았다.

평소 대학로에서 자주 연극을 본다는 관람객 정모(30) 씨는 “공연 시작 전 형식적으로 대피 안내는 하지만 실제 직원 교육은 부족해 보인다”며 “매진 공연은 객석 이동 자체도 어려운데 실제 불이 나면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연극 관람객 김모(28) 씨는 “예전에는 공연 전 안내 방송이 왜 이렇게 긴가 싶었는데 최근 사건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며 “예전에 다른 공연장에서 경보 오작동이 났을 때 관객들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키고 다시 입장시킨 사례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대응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로 P 극장 입구의 모습. 출입구가 곧 유일한 대피로다. 이준영 수습기자


행정당국도 최근 현장 대응 문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9일 민원이 접수된 공연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며 “비상대피로와 소화기 관리 상태 자체는 전반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었고 공연장 구조도 기본적인 대피는 가능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상황 대응에는 문제를 드러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보가 울렸을 때 공연을 즉각 중단하지 않거나 현장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했던 부분은 분명 미흡했다고 봤다”며 “관객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직원 교육과 비상 대응 매뉴얼 숙지가 더 필요하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방화막 의무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장 적용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 차원의 별도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면서도 “소규모 공연장은 대피로 자체가 많지 않고 공간 구조도 협소해 방화막 설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화막보다 중요한 건 빨리 빠져나가는 구조”


전문가는 대학로 소극장 현실을 고려하면 방화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대학로 소극장은 구조 자체가 좁고 대부분 지하에 있어 방화막 설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설령 설치하더라도 실제 화재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대피 체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건 객석과 무대를 차단하는 것보다 얼마나 빨리 관객을 밖으로 대피시킬 수 있느냐”라며 “소화기 배치·방염 처리·피난 유도등·출구 안내와 직원 역할 분담 같은 현실적인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로 소극장은 어둡고 좁은 구조가 많아 작은 화재나 오작동 상황에서도 군중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반복적인 현장 훈련과 즉각적인 대피 유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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