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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K-컬처 끝판왕…향토 음식으로 외국인 발길 붙잡아야”

2026.05.10 18:13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韓 드라마·영화 흥행에 한식 인기
해외서 한식당 경험·만족도 늘어
장·소스 현지 식문화 맞춰 제안을
회복의 힘 담긴 국밥 주목 받을 것

K-푸드 인기 방한 관광으로 연결
지역 대표 음식·식재료로 차별화
저녁 음식문화로 체류시간 확대
각 기관·지자체 유기적 협력 필수

K-푸드의 확산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으로만 보기 어렵다. 한식은 ‘두유 노 김치’를 묻던 호기심의 단계를 지나 일상에 스며드는 글로벌 식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김치·불고기 등 대표 메뉴 중심으로 알려졌던 한식은 라면·치킨·떡볶이 같은 K-푸드 확산을 계기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제는 발효음식, 사찰음식, 향토음식, 다이닝 문화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흐름은 콘텐츠 소비를 넘어 실제 산업과 관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서 외국인이 한국 방문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본 요소로 ‘음식 및 미식 탐방’이 상위에 오른 바 있다. K-푸드 플러스 수출액도 2024년 130억 달러를 넘어서며 최근 3~4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다. 한식이 단순히 ‘알려진 음식’을 넘어 실제 구매와 외식, 방한 동기를 만드는 관광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K-푸드의 확산을 미식 관광과 지역 콘텐츠로 연결하려면 장·국밥·사찰음식·향토음식 등 한식의 스펙트럼을 넓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이 한식진흥원 내 특별전시실에서 한식 상차림을 소개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K-컬처가 도화선이었다면 그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음식”이라며 “영화나 음악은 취향이 바뀌면 스트리밍을 끊을 수 있지만, 음식은 몸에 들어가고 일상에 남는다”고 말한다. 이규민 이사장을 만나 한식의 글로벌 확산이 미식 관광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에 대해 들었다.

-한식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체감하고 계신가.

“한식이 이렇게 확산된 데에는 K-컬처의 역할이 컸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소비자가 집에 머물며 넷플릭스?유튜브 같은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더 많이 소비했다. 이때 K-팝, K-드라마, K-무비를 접하는 과정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이 ‘K-컬처의 끝판왕’이라고 본다. 음악이나 드라마는 화면으로 소비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음식은 직접 맛보고 일상에 들이는 경험이다. 한 번 입맛에 익숙해지면 계속 찾게 되지 않나. 한국인들이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나 피자를 한 달에 한두 번 자연스럽게 먹는 것처럼, 한식도 세계인의 일상 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는 단순 유행인가.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나.

“K-푸드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제 수요와 소비로 연결되고 있느냐다. 2024년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이 130억 달러를 넘어서며 3~4년 사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25년 K-푸드 수출액도 약 136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대표적인 지표다. 한식진흥원이 조사한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도 한식 경험자의 만족도는 94.2%에 달했다. 재방문 의향 역시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 1년 내 한식당 방문 경험이 있는 비율도 70%를 넘었다. 한식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외식과 지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K-푸드의 인기가 한식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나.

“K-푸드는 꼭 전통 한식만을 뜻하지 않는다. 동시대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문화 전체로 볼 수 있다. 한국식 치킨, 김밥, 핫도그, 커피믹스처럼 지금 한국인이 즐기는 방식이 담긴 음식도 K-푸드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정체성이 모호할 때 한식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장’이다. 한국식 양념치킨의 정체성이 간장·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에서 나오듯, 장과 한국식 소스는 현대 한식과 K-푸드를 잇는 중요한 접점이다. 거리음식이나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음식은 정통 한식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묵은지와 신김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외국인도 겉절이처럼 샐러드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작해 김치찜의 감칠맛까지 경험할 수 있다. 파인다이닝이 한식의 위상을 높인다면, 김밥·떡볶이·국밥 같은 대중 음식은 한식이 일상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저변이 된다.”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한식 카테고리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발효 기반 한식이다. 김치와 장류는 한식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영역이고 장 건강·면역·자연 발효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장을 해외에 소개할 때는 ‘어떻게 먹느냐’까지 함께 제안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장을 요리 재료로 쓰지만 해외에서는 샐러드 소스나 디핑 소스, 빵에 곁들이는 소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청장이나 쌈장처럼 현지 식문화에 맞는 활용법을 개발하는 R&D가 필요한 이유다. 치즈에 대중 제품과 고메 치즈가 함께 존재하듯 장 역시 대중화된 제품과 프리미엄 전통장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한식 메뉴는.

“국물 음식이다. 앞으로 국밥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설렁탕, 곰탕, 돼지국밥, 육개장 같은 국물 음식에는 힘이 있다. 뉴욕처럼 빠르고 밀도 높은 도시에서 따뜻한 국밥은 몸을 데우고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몸이 으슬으슬할 때 ‘신라면 국물을 찾는다’는 해외 인플루언서의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 그들에게 국물 음식은 몸을 데우고 회복시키는 장치로 받아들여진다. 순대도 가능성이 있다. 북유럽, 중앙아시아, 동유럽처럼 피순대나 소시지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는 거부감이 적다. 문화권별로 맞는 한식을 다르게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한식이 방한 관광의 이유이자 국가 브랜드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가장 보완돼야 하나.

“K-푸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지금 단순히 음식을 먹어보는 데서 끝내지 말고 한국을 직접 찾고 싶게 만드는 관광 동기로 연결해야 한다. 프랑스가 와인과 고급 식문화로, 일본이 ‘와쇼쿠’와 지역 미식으로, 태국이 대중성과 이국성을 앞세운 음식문화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한 것처럼 음식이 관광과 국가 브랜드로 이어지려면 장기적인 정책 지원과 일관된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대표적 자산은 향토음식이다. 지역의 역사와 식재료가 담긴 향토음식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향토음식을 자원으로 꼽으셨다. 지역 음식이 관광 콘텐츠가 되려면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하나.

“음식 자체가 도시의 정체성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 지역 음식과 식재료가 분명한 곳은 충분히 관광의 중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일본이 지역 미식 관광에서 강점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식재료, 이를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소도시까지 관광객이 분산되고, 지역 공항과 교통, 식당, 숙박이 맞물리며 미식 관광이 작동한다. 한국도 지역 대표 음식과 식재료를 관광자원으로 엮는 구조를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외국인들은 한국을 찾았을 때 교통정보와 음식·맛집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외국인 입장에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편의성이 갖춰져야 한다. 지역별 대표 음식과 식당, 체험 프로그램, 예약 시스템, 교통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실제 방문과 체류로 이어진다.”

-미식관광이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하나.

“저녁 음식문화가 아닐까 싶다. 지역 음식과 전통주를 함께 즐기고 근처에서 머물 수 있어야 한다. 반주 문화, 전통주, 노포, 야장, 지역 식당이 연결되면 체류형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숙소 시설만 잘해놓는다고 사람이 머무는 것이 아니다. 저녁에 즐길 음식문화가 있어야 술도 마시고, 쉬고, 그 지역에서 하루를 보낸다. 노포와 야장, 전통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지역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익선동, 종로3가, 을지로처럼 음식과 골목의 분위기가 함께 기억되는 장소들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관 협업도 필요할 것 같다.

“한식이 방한 관광으로 이어지려면 음식, 관광, 문화 콘텐츠가 따로 움직여서는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진흥원이 추진하는 ‘K-미식벨트’ 사업도 한식과 농업, 지역 문화, 관광자원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어 관광객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다만 미식관광은 한 부처나 기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관광상품화와 홍보는 문체부·관광공사, 지역 식당과 체험 프로그램은 중기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현장 관리와 안내 체계는 지자체의 역할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전통시장, 문화재, 지역 축제, 숙박, 교통까지 연결된 통합 경험으로 설계될 때 향토음식이 관광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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