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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감시망 밖 ‘블랙홀’…이란·러시아, 카스피해로 군수·식량 우회

2026.05.10 06:41

러시아, 드론 부품 카스피해 경로로 이란에 전달

선박 위치추적 끈 유령운항...무역 규모 파악 난항

미군 사령부 관할 분산으로 카스피해 대응 어려워
◆…세계 최대 내륙해인 카스피해를 항해 중인 러시아 선박들. 사진=로이터통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러시아와 이란은 카스피해를 통해 군수물자와 식량을 주고받으며 제재 우회 통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카스피해가 최근 러시아와 이란을 연결하는 핵심 전략 수송로로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무역의 중심축 역할을 했지만 미군 봉쇄와 중동 긴장 고조로 기존 항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내륙해인 카스피해의 중요성이 크게 커졌다는 설명이다.

카스피해는 이란 북부와 러시아 남부를 직접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내륙해다.러시아·이란·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연안 5개국만 접근할 수 있어 외부 함정의 진입이나 해상 차단 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NYT에 최근 전투에서 드론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은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카스피해를 통해 핵심 부품을 공급받아 무기고를 빠르게 재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선박들이 위치추적장치(AIS)를 끈 채 운항하는 이른바 '다크 쉽(Dark Ship)'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어 실제 군수 물자 이동 규모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 식량 안보까지 연결된 카스피해, 이란 생존 통로로 부상

군수 물자뿐 아니라 식량과 원자재 이동도 활발하다. 이란 정부는 현재 카스피해 연안 항구 4곳을 24시간 가동하며 밀·옥수수·사료·해바라기유 등 필수 식량 자원을 들여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물밑 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페르시아만이 아닌 이란 북부의 반다르안잘리 항구를 전격 공습했다.

안나 보르슈체프스카야 워싱턴연구소 러시아중동정책 전문가는 "러시아와 이란이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냈고 이 항로를 통해 러시아가 이란에 상당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스라엘도 파악했기 때문에 공습이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카스피해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미 유럽사령부가 담당하는 반면 이란과 중앙아시아 국가는 중부사령부 관할이어서 전략 대응 체계가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루크 코피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에게 카스피해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나 다름없는 '지정학적 블랙홀'이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카스피해 항로가 이란 경제의 핵심인 대규모 원유 수출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물동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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