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육아 할머니 57% 답변
2026.05.09 22:51
| AI 생성이미지 |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2명 중 1명은 자녀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봄을 떠맡는 ‘비자발적 돌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은 평일 기준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을 육아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발표한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부모들은 평일 기준 주 평균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6.83시간에 달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53.3%)이 본인이 원치 않음에도 자녀의 사정상 거절하지 못해 육아를 떠맡고 있었다. 이러한 비자발적 돌봄 비율은 여성(57.5%)이 남성(44.6%)보다 12.9%포인트 높았다. 해당 조사는 주당 15시간 이상 만 10세 미만 손자녀를 돌본 경험이 있는 만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조부모들은 손자녀 돌봄으로 인해 손자녀와의 관계(81.9%) 및 자녀 부부와의 관계(68.8%)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돌봄 노동 이후 육체적 피로감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3.7%, 정신적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응답은 60.4%에 달했다. 심지어 기존 질환 및 통증이 악화됐다는 응답도 47.8%였다. 이러한 부정적 건강 변화는 여성 노인에게서 훨씬 뚜렷했다. 황혼 육아는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노년층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는 의미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응답자의 46.8%는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0~1세 영아를 돌보는 여성 노인의 경우 그 비율이 54.7%까지 치솟았다.
돌봄 중단을 고려한 주된 이유로는 ‘힘에 부쳐서’(46.7%),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12.1%), ‘건강이 나빠져서’(10.8%) 순으로 나타나, 육체적·정신적 건강 악화 요인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조부모의 돌봄이 여전히 가정의 보육 공백을 메우고 있으나, 그 부담이 특히 조모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부모의 돌볼 시간을 보장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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