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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정산, 환헤지...법보다 먼저 나라밖에 생겨난 원화 스테이블코인

2026.05.10 12:04

[어느새 곁으로 온 스테이블코인]
/제미나이

여성용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소기업 ‘질경이’의 최원석 대표는 얼마 전 인도네시아 거래처와 가상 화폐로 수출 대금 약 1000만원을 정산하는 실험을 했다. 보통 수출 대금은 인도네시아 루피아를 달러로 바꾸어 인도네시아 은행을 통해 한국 은행에 보낸 후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절차가 복잡해 휴일이 끼면 길게는 한 주까지도 걸리고 수수료가 4% 넘게 들어가는 수출 대금 정산이 실험에서는 거래 검증 과정을 제외하면 5분도 안 걸려 끝났다. 거래엔 무역 대금 거래를 위해 최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피니버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시험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스코(KORT)가 쓰였다. 스테이블코인이란 ‘1코인=1달러’, ‘1코인=1원’처럼 법정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가상 화폐(코인)를 뜻한다. 최근 만난 최 대표는 “아직 한국 외국환 거래법과 세법 등의 제약이 있어 본격적인 발행은 자제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업체에서 벌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럽·일본에 이어 지난해 미국까지 관련 법이 통과되고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국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개발·활용이 늘고 있다. 주로 무역 대금 결제, 기관 투자자의 환 헤지같이 국경 간 금융 거래가 필요한 기업들이 쓰는 사례들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국경 간 금융 거래를 하면 은행망을 거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이 수시로 급등락하는 비트코인 같은 다른 코인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점도 활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실명 확인이나 돈세탁 방지 등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까다롭지만 꼭 필요한 여러 ‘안전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최 대표는 “법제화가 완료되면 투명한 공시, 자금세탁 방지 기술을 갖춘 기존 은행권과의 협업 등을 통해 이런 문제를 보완해 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무역 대금을 정산할 경우 수출 대금에 대한 면세 혜택(영세율)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아직은 제약이다.

최 대표는 라오스의 거래처에서 얼마 전 1만달러쯤 되는 수출 대금을 나누어 지급하겠다는 부탁을 받은 후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떠올렸다고 한다. 거래처는 라오스 거래 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부족해 한국에 1만달러를 한 번에 보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환 시장이 선진화된 한국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많은 저개발국에선 달러를 구하지 못해 정산이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나라 기업일수록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라고 했다.

KORT는 규제가 정리되는 대로 인도네시아 최대 코인 거래소 ‘노비(NOBI)’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로런스 사만다 노비 대표는 “상품 수출입뿐 아니라 콘서트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 관련 서비스 무역 결제에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왼쪽) 및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WQ 준비금 구성. USDC 준비금은 전액 달러 자산인 반면 KRWQ의 경우 13%만 한국 국채고 나머지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각사 홈페이지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는 환 헤지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 주식 시장이 많이 오르면서 이런 거래가 확대됐다. 가장 많이 쓰인 코인은 역외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다. 이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 IQ·프랙스가 만들었고 기관 전용 거래소 EDX마켓 등에 상장돼 있다. 3일 기준 발행 총액은 11억원 정도다. 홈페이지엔 1코인이 1원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페이지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운영진’이라고 되어 있지만, 법인 소재지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사실상 ‘역외 코인’이다.

가상 자산 연구 기업 ‘타이거리서치’ 분석 결과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매가 늘어난 지난해 하반기 이후 KRWQ를 활용한 원화 환 헤지 규모는 하루 평균 약 100만달러 정도였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외국 기관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금융사 헤지 상품보다 저렴한 스테이블코인 환 헤지의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KRWQ와 협업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인 홍콩 디지털 자산 기업 ‘퍼스트 디지털 그룹’의 빈센트 촉 최고경영자(CEO)는 본지에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한국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기관이 많다”고 했다.

/타이거리서치


다만 KRWQ는 아직 준비금 중 한국 국채 비율이 13%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구성돼 있어 주요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관련법에서 규정한 기준엔 못 미친다. 미국 등은 스테이블코인 가치 유지를 위한 준비금으로 현금 및 단기 국채 같은 연동 통화의 자산만 담도록 못 박고 있다.

자금 세탁, 탈세 등 불법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나라 밖에서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만약 한국에서 거래가 늘면 한국 규제 당국의 관할권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아직은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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