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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모호하게 말하기 싫다"는 국토장관

2026.01.15 08:55

신년 기자간담회, 부동산 대책은 말 아껴
발표 시기 구체화하는 것에도 부담
공급책만으로는 시장 안정 어렵다는 평가도
"도지사 출마 안 합니다."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신년 기자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장관 개인의 거취에 관한 질문은 민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관이 불출마라는 확실한 입장을 밝히자 웃음이 더해지기도 했다.

공사비 현실화 방안에 관해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사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실무진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다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차량 제작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다원시스와 추가 계약한 사례 등은 분명히 처벌하겠다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 질문과는 다소 동떨어진 답변이었으나 공공공사의 계약 과정에서 잡음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사진=국토교통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 장관은 세계 최대 IT·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6'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말하는 데 8분 넘게 할애하기도 했다. 장관 본인도 얘기가 너무 길지 않았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 장관의 명쾌함은 공급 대책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흐릿해졌다. 지난해 11월 추가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연내 내놓겠다고 했으나 2개월가량이 지난 지금도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한다. '끝손질'이라는 표현을 쓰며 마무리 단계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공개한 세부 내용이나 일정은 없었다.▷관련기사: 김윤덕 국토 "주택 공급대책 끝손질, 늦어도 설 전"(1월12일)

김 장관은 "늘 공무원한테 애매모호하게 말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데 나 자신도 갈수록 애매모호한 말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공개한 대책 발표 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때 정책 신뢰 훼손을 우려한 말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시장 일선에 선 부처다. 그런 부처의 장관이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를 애매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상황은 안타깝다. 그러나 자초한 측면도 있다. 대책 발표 시기야 너무 늦어지지만 않으면 됐다. 공무원처럼 말하기 싫은 마음은 이해하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발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작년부터 대책 발표 기한을 얘기한 김 장관은 이미 이를 미뤘다. 지난해 연말까지 9·7 주택 공급 대책의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고 했으나 이 기한을 1월 중순 쯤으로 물렸다. 김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설 전에 공급 대책이 공개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1월9일까지도 CES 출장 등으로 업무보고를 받기 어려웠다. 공급 대책을 더 세부적으로 가다듬고 발표까지로 이어가기 쉽지 않은 시기다. 김 장관도 "출장 중 공급 대책 관련한 전화가 왔고 결국 돌아가서 얘기하자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사진=국토교통부
정책 효과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건 발표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만이 아니다. 내용상으로는 거의 완성됐다는 후속 공급책이 시장 안정 기대감을 키울 힘은 부족해 보인다는 게 문제다. 

이날 김 장관의 주택 공급 관련 발언은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등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정도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나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제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와는 선을 그었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원칙에 따르면 앞으로 나올 공급책은 시장에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올 만하다. 뻔한 공급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정책 공개 시점은 계속 밀리니 오히려 분위기가 요란하게 됐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적당한 공급 예고로는 판을 바꾸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22일까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48%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상승률이었던 2018년 8.03%를 넘어섰다. 특히 작년 송파의 집값은 1년간 20%가 넘게 올랐다. 오르는 곳은 급등하고 나머지는 집값 변동률이 미미하다.

결국 정부에서도 단기적 주택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세제나 대출과 같은 수요 관리에 힘을 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 장관이 강조하는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는 다른 부처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종합적인 내용을 담을 부동산 대책의 발표 시기라면 처음부터 신중하게 밝혔어야 할 사안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시장 안정 효과가 분명한 공급 대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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