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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장 "금융 역할 재정립 공감…건전성 챙겨야 지속 가능"

2026.05.10 05:49

"단기 이익보다 금융 본질 중요"…李정부 개혁 기조에 일제 호응
"획일적 확대는 리스크 키울 것" 우려도…설문조사 답변


5대 시중은행 본점
위에서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도흔 기자 =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10일 금융의 구조를 다시 세우겠다는 이재명 정부 방침에 공감을 표시했다.

안 그래도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부응해 담보 위주의 가계대출을 자제하고 기업·서민 대출에 무게를 실어 온 은행장들은 저마다 그간의 노력을 부각했다.

더 나아가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유지, 즉 '지속 가능한' 방식을 전제로 한층 과감한 포용금융 확대를 약속했다.

다만, 획일적인 목표 제시나 단기 실적 중심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현장 중심의 관점도 살펴달라 당국에 요청했다.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은 준공공기관'에 이견 없어…"공공성 무겁게 인식" 연합뉴스는 지난 8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누차 주문한 금융의 역할 변화와 관련, 우리나라 대표적 금융기관 수장들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설문 답변은 각 은행의 개별 의견보다 은행권 전반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한 취지 등을 고려해 익명으로 이뤄졌다.

먼저 은행은 민간기업이 아니라 준공공기관이라는 김용범 실장의 지적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은행의 공공성을 부인하는 행장은 아무도 없었다.

A 행장은 "은행이 준공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불가피하게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단기 이익보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과 지속가능성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B 행장도 "금융기관이 공공성을 가진다는 인식에 동의한다"며 "단기 성과보다 고객 신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C 행장은 "은행은 시장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기업이지만, 국가의 인가와 신뢰, 예금자 보호와 금융안정이라는 공적 기반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지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주주가치에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D 행장은 "은행이 공공적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은행의 공공성과 주주가치는 지속 가능한 금융 공급이라는 틀 안에서 상호 병행할 수 있는 가치"라고 했다.

E 행장은 "금융기관이 일반적인 민간기업의 성격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 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준 공공기관적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금융기관의 역할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시장 안정과 위기 완충 기능에 있다는 점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 이미 보완 중…'발굴형 금융'으로 진화할 때" 다음 질문은 금융 이력이 미흡한 고객, 중·저신용자 등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소외되기 쉬운 차주에 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문제였다.

앞서 김용범 실장은 현행 신용평가가 얼마나 공정하고 정교한지 물었다. 그러면서 중·저신용자의 금융 소외를 지적했다. 낡은 신용평가 체계를 손봐 여신 구조를 바꾸자는 취지였다.

이에 은행장들은 그간의 노력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은행권에서 다각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 행장은 "신용평가모형 이원화를 진행 중"이라며 "기존 규제신용평가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목적에 맞게 운영하되 대안신용평가는 고객의 현재 상환 능력과 금융 성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B 행장은 "금융 및 신용정보 외에도 통신비, 공과금 납부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운영하고 있다"며 "실제 상환 능력과 금융거래 특성을 입체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신용평가 체계를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C 행장은 "과거에는 '연체 가능성을 얼마나 잘 걸러내느냐'가 신용평가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장 가능성과 미래 상환 역량을 얼마나 정확히 발견하느냐'도 금융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선별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발굴형 금융'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동의했다.

D 행장은 "기존 금융 데이터에 비금융 대안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 고도화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플랫폼 노동자와 개인사업자의 특성을 반영한 타깃별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 행장은 "비금융 대안 정보를 비롯해 사업 성장성, 역량 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의 활용을 확대해 기존 금융 이력 부족 고객과 중·저신용 고객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에 따라 사회 초년생, 시니어, 신생 소상공인 등에 대한 금융지원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포용금융은 전략적 투자 영역…내부 평가 등에 반영" 은행장들은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정부의 '창의적 해법' 주문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였다. 포용금융이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문제라는 공감대를 전제로 했다.

특히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영업점 평가, 임직원 성과 보상, 리스크 관리, 상품 개발, 내부 자본 배분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A 행장은 "영업점 평가와 임직원 성과 체계에 단순 판매 성과가 아닌 금융소비자 보호, 취약차주 지원, 건전성 관리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 행장은 "영업점 성과 지표에도 정책 서민금융 상품 배점을 반영해 운영 중"이라며 "향후 포용금융 확대 방향에 맞춰 평가 기준을 더욱 정교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경영 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로 대출 심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C 행장은 "그동안 공급이 위축됐던 중·저신용 구간에 대한 평가모형과 대출 구조를 정교화하고, 고금리·비제도권 차입을 제도권으로 옮기는 대환과 재기 지원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용금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분명히 하되, 그 안에서는 보다 다양한 고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위험을 나누고 완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포용금융을 단순 비용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 영역으로 보고, 내부 자본 배분 과정에도 반영하고자 한다"고 했다.

D 행장은 "금융 공급 구조 혁신과 지역 경제 생태계 연계 금융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금융과 비금융 융합 모델을 추진 중"이라며 "소상공인 판로 확대와 매출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 행장은 "연체 채무를 성실히 상환 중인 고객을 위한 여신 상품과 고령층, 연금 수급권자를 위한 패키지 수신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단순히 상품 출시에 그치지 않고, 비대면 채널뿐 아니라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객을 위한 대면 지원 체계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 연계 필요"…'현실적' 접근법 제안도 다만, 은행장들은 획일적인 공급 확대, 단기 실적 평가를 경계했다. 포용금융을 얼마나 했는지 평가해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한 우려 섞인 반응으로 해석됐다.

한 행장은 "획일적인 포용금융 공급 확대로 대출 규모나 금리 수준만으로 평가되면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한 외형 증대에만 치중하는 등 장기적으로 오히려 실물 경제에 부담이 되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취약 차주는 물론 시장 전체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행장은 "지나친 금리 인하나 채무 감면은 성실 상환자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은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지원은 넓게, 손실은 통제 가능하게'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장은 "획일적인 목표 부여나 단기 실적 중심 평가로 운영될 경우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책기관 보증, 지역신용보증재단 연계 등 위험 분담 체계를 적극 활용해 은행의 건전성과 포용금융 확대를 함께 달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 행장 역시 "단기 실적 중심일 경우 시장 기능 왜곡과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연체율 상승이나 충당금 부담 증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금융기관별 절대 공급 규모 비교(단기 실적)보다는 개선 노력 중심의 차등 평가(장기 성장성)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추가 출연해 은행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공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현실적 접근법"이라고 했다.

다른 행장은 "포용금융은 현장 중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적절한 금융지원과 금융교육 등을 함께 제공해 고객이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도 연체율을 낮추고 안정적인 이자수익 및 다양한 금융거래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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