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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인가 아닌가… 상대방 핑계 교전 미·이란, 속내는 협상 기싸움

2026.05.08 18:30

호르무즈서 교전, 확전은 자제
해협 통제 흔들기·굳히기 공방
갈등·봉합 반복되는 불안 국면
5일 한 이란 여성이 호르무즈해협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꿰맨 상상화가 그려진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의 반미 광고판 앞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에 의해 선박 통항이 막혀 있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과 이란군이 충돌했다. 휴전 합의가 무색하다. 일단 확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양측 다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선 넘는 보복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결국 종전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난



미군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당일 “미군이 이유 없는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고 자위 차원 공격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사령부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오만만으로 진입하던 미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3척을 향해 이란군이 다수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발사하고 소형 선박을 출동시켰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접근하는 위협을 제거하고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 지휘통제소, 정찰·감시·정보 기지 등 미군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란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사령부는 밝혔다.

이란 입장은 다르다. 미군이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는 이날 성명에서 “미군이 자스크 인근 이란 영해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항해하던 이란 유조선 한 척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인근에서 해협으로 가던 선박 한 척을 공격했고, 반다르하미르, 시리크, 게슘섬 해안을 따라 민간인 거주 지역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군함들을 공격한 것은 보복 차원이라는 게 이란군 설명이다.

다만 교전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란 국영TV는 공격당한 호르무즈해협 인근 섬과 해안 도시들의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란 내 강경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인명 피해 보고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도 성명에서 이번 사건으로 미군 자산이 타격받지 않았으며 확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알렸다.

시늉



공세적인 쪽은 미국이다. 이란이 행사 중인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박탈을 위해서다. 하루 만에 중단되기는 했지만 4일 착수했던 해협 억류 선박 구출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의 목표는 현 구도를 흔드는 것이었다. 휴전 파기 위험을 무릅쓰고 이날 구축함들을 호르무즈해협에 투입한 것도 이란이 장악한 해협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쟁 재개가 목적이 아닌 것은 현시점에서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ABC뉴스 기자 레이첼 스캇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한 미군의 반격이 “단지 가볍게 툭 친 것(love tap)”이라고 말하고는 휴전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항구로 향하는 이란 국적 유조선을 상대로 미국 해군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호(아래)가 해상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 7일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이란이 주장하는 미군의 민간인 시설 공습도 정황상 프로젝트 프리덤 재개를 위한 포석 성격일 개연성이 있다. 미국 폭스뉴스 기자 제니퍼 그리핀이 이날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엑스(X)에 올린 글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이란의 게슘 항구와 반다르아바스를 공습했다. 그리핀은 게시물에서 미국의 이번 공습을 프로젝트 프리덤 시행 첫날(4일) 이란이 UAE 푸자이라항에 미사일 15발을 쏜 일과 연결시켰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배경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미군 항공기 영공 사용 중단 결정이 철회돼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작전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하며, 댄 케인 미군 합동참모의장이 이란의 UAE 공격을 ‘저강도 괴롭힘’ 정도로 폄하하고 대응 포기를 시사한 게 사우디 측을 화나게 했다고 함께 소개했다. 이들 걸프 국가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게 공습 취지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압박



결과적으로 미국의 ‘호르무즈 흔들기’는 협상용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측 간 교전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오늘 우리가 그들을 다시 무너뜨렸듯 그들이 빨리 (종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폭력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새 정부 기관으로 ‘페르시아만 해협청’을 신설했는데,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공식화해 굳히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당분간 갈등과 봉합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로젝트 프리덤이 재가동되면 교전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직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에 “협상은 해협 문제 합의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일종의 ‘동결 대 동결’ 시나리오가 협상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선박 통항 재개와 미국의 대이란 봉쇄 해제가 맞물려 점진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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