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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도, 지원금도… “나는 왜 안 주나”

2026.05.09 00:32

[아무튼, 주말]
곳곳서 번지는 “나도 달라”
정당한 권리? 선넘는 요구?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SK하이닉스 3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 차별 중단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랑 삼성전자 성과급, 한국전력 직원들한테도 줘야 하는 것 아님? 전기 우리가 공급해준 건데, 우린 안 줌?”(직장인 커뮤니티 이용자) “내가 삼성전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누군가 나 대신 입사할 수 있었고, 그것이 원동력이 돼서 지금의 성과가 나왔다. 성과급 내놔라.”(A대 동문 사이트 이용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얼핏 억지스러운 농담처럼 보이지만, 이는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쟁을 비튼 풍자에 가깝다. 실소를 자아내는 글들 뒤에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현실이 놓여 있다. 기업 성과급부터 정부 지원금까지, 성격은 다르지만 ‘나도 달라’는 요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의 바깥에 있는 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몫을 요구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의 물류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피앤에스로지스 직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SK하이닉스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SK하이닉스가 원청 직원에겐 수억원의 성과급을 주는 반면, 하청 직원들에겐 수백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만 지급했다”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냈음에도 이러한 차별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비슷한 요구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나왔다. 지난 3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급식·세탁 등 지원 업무를 맡는 하청업체 웰리브 직원들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한화오션 측에 교섭을 촉구했다. 한화오션은 급식업체가 선박 건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만큼 성과급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대자동차·HD현대중공업 등의 하청업체 노조원들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 성과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이주민 단체들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이주민 대다수가 배제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 이주 외국인들도 내국인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만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나도 달라’ 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현상을 두고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기존 기준선 밖에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식 기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사정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천문학적 이익을 두고 동네 사람들을 같이 불러 음식 나눌 생각은 안 하고, 대문 걸어 잠그고 끼리끼리 먹자판 잔치와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이 솔직히 불편하다”고 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의 성과는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국가 정책과 사회적 비용, 농어민의 희생이 결합한 결과인 만큼 분배 역시 보다 넓은 책임과 균형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앞서 인권위는 2020년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재난은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 주민을 구별해 위험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며 지급 대상에 외국인 주민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른 한쪽은 보상과 지원의 대상을 명확한 기준 없이 넓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수혜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장하면 우리 사회에서 통용돼 온 분배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에 기여해 받는 보상(報賞)이든, 손실을 메우는 보상(補償)이든 그에 걸맞은 자격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준이 흐려질 경우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집단까지 여론전과 집단 압박을 통해 혜택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되고, 결국 소모적인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상에서 “SK하이닉스 직원 치과 주치의인데, 나 없었으면 치통 때문에 실적 안 나왔다” “(휴대폰) 갤럭시 쓰는 사람들 덕에 삼전이 여기까지 왔다. 국민에게 반도체 수당을 줘야 한다” “어차피 흥청망청 퍼주는 지원금 공평하게 전 세계 외국인들에게 다 주자” 등의 조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도 달라’ 식의 요구는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충주맨’으로 활동했던 전 충주시 공무원 유튜버 김선태씨가 최근 고3 학생들에게 치킨 1000마리를 기부한 뒤 후일담을 밝혔다. 김씨는 “‘순살 치킨은 없냐’ ‘왜 고3만 주냐, 고2는 안 주냐’는 DM을 받았다”고 했다. /유튜브

‘나도 달라’는 목소리는 왜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분출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격차의 가시화, 비교의 일상화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가려져 있던 기업 실적과 성과급, 정부 지원금의 규모 등이 구체적인 숫자로 공개되면서 “누구는 얼마를 받았다”는 비교가 쉬워졌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비교를 실시간으로 확산시키며 개인의 소외감을 집단적 분노로 증폭시킨다. 현금성 지원 정책이 잇따르면서 공적 재원을 ‘받아내야 할 몫’으로 여기는 인식이 짙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등 일련의 제도적 변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은 받는데 나는 받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소외감을 한국인들이 더 민감하게 느끼는 측면이 있다”며 “과거보다 불로소득처럼 보이는 수익을 주변에서 쉽게 보게 되면서 박탈감도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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