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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해도 회사 못 옮겨요”…이주노동자 이직 조건 손 본다

2026.05.09 09:00

#인천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해 3월 무거운 짐을 옮기다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의사는 “작업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악화될 수 있다”는 소견을 냈고, 곰팡이가 핀 불법 건축물 기숙사에서도 더 이상 지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주는 A씨의 사업장 변경을 거부했고, A씨가 “불법 기숙사 문제를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제야 마지못해 이직에 동의했다.

#경기 파주 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B씨는 사업주의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다른 직원에게까지 폭행을 당한 B씨는 사업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되레 “일 안 하고 다른 데 간다고 하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당했다. 결국 B씨는 회사를 옮기지 못하고 현재도 계속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지난해 2월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1
전국에서 이주노동자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한 외국인고용법상 사업장 변경 요건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상반기 중 이주노동자 이직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만료 후 갱신 거절한 경우 ▶사업장 휴·폐업 ▶근로조건 위반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만 고용노동부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지원 단체는 법률이 규정한 사업장 변경 요건이 까다로워 폭행·폭언 등 괴롭힘이 있어도 이를 신고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한국어도 잘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부당한 처우를 입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포기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 5명은 지난 2020년 사업장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관련법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헌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7대2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인천 한 섬유공장에서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주가 방글라데시 국적 이주노동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법무부·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경기 화성 한 제조공장에서 태국 국적 이주노동자 항문 부위에 에어건을 쏴 중상을 입힌 사업주가 최근 구속 송치됐다.
이주노동자 에어건 상해 사건이 발생한 화성 향남읍 업체에서 사용한 에어건. 중앙포토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은 “이주노동자가 마음대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으니 안심하고 폭행이나 괴롭힘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고, 비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숙련된 이주노동자가 필요한 중소기업 등 경영계의 의견도 충분히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기업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고, 노·사·정 간 이견도 많은 상황이라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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