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해도 회사 못 옮겨요”…이주노동자 이직 조건 손 본다
2026.05.09 09:00
#경기 파주 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B씨는 사업주의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다른 직원에게까지 폭행을 당한 B씨는 사업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되레 “일 안 하고 다른 데 간다고 하면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당했다. 결국 B씨는 회사를 옮기지 못하고 현재도 계속 같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만료 후 갱신 거절한 경우 ▶사업장 휴·폐업 ▶근로조건 위반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만 고용노동부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지원 단체는 법률이 규정한 사업장 변경 요건이 까다로워 폭행·폭언 등 괴롭힘이 있어도 이를 신고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한국어도 잘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부당한 처우를 입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포기하고 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 5명은 지난 2020년 사업장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관련법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헌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고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용자는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사업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7대2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인천 한 섬유공장에서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주가 방글라데시 국적 이주노동자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법무부·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경기 화성 한 제조공장에서 태국 국적 이주노동자 항문 부위에 에어건을 쏴 중상을 입힌 사업주가 최근 구속 송치됐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은 “이주노동자가 마음대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으니 안심하고 폭행이나 괴롭힘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고, 비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에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요구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숙련된 이주노동자가 필요한 중소기업 등 경영계의 의견도 충분히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기업에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고, 노·사·정 간 이견도 많은 상황이라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외국인 노동자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