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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숙소 짓다 농가 허리 휜다

2026.05.09 17:01

전쟁 탓 건축비 20~30% 급등
숙소건립지원 중단…부담 가중

체류형쉼터 활용·금융지원 절실
숙소·식사 제공 공제율 인상 등
“농촌 맞춤 제도 개선” 한목소리
경기 양주에서 시설채소를 생산하는 한순식씨는 건축비 1억3000만원을 들여 신축한 건물을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영농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숙소를 마련해줘야 하는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축비 등 관련 비용이 크게 높아져서다.

현행법상 농가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려면 정해진 기준에 맞는 숙소를 준비한 다음 해당 시·군에 ‘고용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숙소를 마련하는 방법은 신축이나 임차가 있다.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경기 양주에서 오이·애호박 등을 생산하는 한순식씨(66)는 외국인 노동자가 사용할 96㎡(29평) 규모의 원룸형 주택을 올해 완공했다. 자가 인력을 들여 비용을 최소화했지만 건축비만 1억3000만원이 들었다. 여기에 토지비와 농지전용부담금·설계비·취등록세 등을 포함하면 2억원가량이 투입됐다.

한씨는 “지난해까지 임차 주택을 숙소로 이용했지만 농장과 거리가 멀다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매일 출퇴근 시키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대출까지 받아 지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씨는 숙소 건축 인허가를 지난해 마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 경기도와 양주시의 ‘외국인 근로자 숙소 건립 지원 사업’이 중단되면서 현재 숙소를 짓고 있는 농가들은 한푼도 지원받을 수 없는 처지다.

건축비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숙소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자재값이 크게 올라 건축비가 지난해보다 20∼30% 더 들게 됐다”면서 “숙소 공사를 예정대로 마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기 고양지역 농민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대도시 주변이기 때문에 땅값이 높고 농지의 상당수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숙소 건축 인허가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농들은 대지 확보가 쉽지 않아 숙소 신축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주택 임차도 여의치 않다.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김모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숙소를 지저분하게 사용한다는 인식 때문에 건물주가 임대를 꺼려 웃돈을 주고 겨우 숙소를 구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촌현장에선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하고 싶어도 숙소를 마련하지 못해 고용허가신청서조차 내지 못하는 농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양지역 농민들은 숙소 건축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농지에 지을 수 있는 체류형 쉼터를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숙소 건축을 위한 금융지원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숙소를 지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양에서 시설채소 농사를 짓는 이용연씨(53)는 연립주택을 임차해 숙소로 이용하다 농장과 거리가 멀어 3억원을 들여 198㎡(60평) 규모의 원룸형 숙소를 지었지만 식자재값 상승으로 고민이 깊다.

이씨는 “숙소 건축비는 물론이고 식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라 부담이 크다”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할 경우 통상임금의 20%(임시 주거시설을 숙소로 제공하면 최대 13%)까지만 공제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데 이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숙소와 관련한 제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쉬운 사람은 농민들이니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 인권과 복지도 중요하나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숙소 관련 제도를 개선하거나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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