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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리티 법안 7월 통과 목표…美 암호화폐 시장 구조 정리 본격화 [진단]

2026.05.09 07:04

백악관 "독립기념일 통과 추진"…스테이블코인 수익률 합의 마무리

월가는 인력 채용·서비스 출시, 크립토 기업은 감원…산업 재편 흐름

韓, 입법은 늦지만 경쟁은 이미 시작...美 법안 통과시 정책결정 앞당길 듯
◆…클래리티 법안 핵심 포인트(사진=GPT5.5 제작)


미국 크립토(암호화폐) 시장이 입법과 산업 양쪽에서 변화 국면에 들어섰다. 백악관은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 통과 목표일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로 제시했다. 같은 시기 월가에서는 JP모건·모건스탠리·블랙록 등 전통 금융사가 크립토 인력을 채용하고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코인베이스·페이팔 등 크립토·결제 기업이 'AI 효율성'을 이유로 감원에 나섰다.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3분의 1 빠진 이후, 미국 크립토 시장은 규제·인재·경쟁 구도가 동시에 재편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란

클래리티 법안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이다. 미국에서 디지털 자산이 어떤 자산으로 분류되는지, 누가 감독하는지를 법으로 정리하는 입법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디지털 자산이 증권(SEC 관할)인지 상품(CFTC 관할)인지 분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거래소·발행자·중개사업자의 등록 의무와 영업 규칙을 정한다. 그동안 SEC와 CFTC 사이에서 관할이 모호했던 영역에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 법은 지난해 통과된 GENIUS법(스테이블코인 발행자 규제법)과 짝을 이룬다. GENIUS법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규제 틀을 잡았다면,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 자산 거래·중개 시장 전반의 구조를 정리하는 법이다. 두 법이 자리 잡으면 그동안 회색지대에서 운영되던 미국 디지털 자산 산업이 명확한 법적 기반 위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백악관 "7월 4일 통과 목표"

지난 6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컨센서스 마이애미 컨퍼런스에서 패트릭 위트(Patrick Witt) 백악관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사무국장은 "7월 4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250주년 생일에 맞춘 일정"이라고 '클래리티 법안' 통과 목표일을 제시했다.

위트가 제시한 절차는 5월 중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 6월 한 달간 상원 본회의 처리, 7월 4일 이전 하원 표결 순이다. 같은 행사에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8월 첫째 주에 대통령 책상에 도달할 것"이라며 더 보수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법안의 주요 쟁점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수익률 조항은 은행 예금에 준하는 수익률 지급은 금지하되, 사용 실적에 연동된 보상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위트는 "크립토 업계도 은행 업계도 모두 비슷한 정도로 불만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남은 쟁점은 이해상충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크립토 사업 이익을 두고 민주당이 제기해온 사안이다. 백악관은 "대통령부터 의회 인턴까지 전반에 적용되는 규정은 받아들이지만, 특정 직위나 인물을 겨냥하는 규정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위트는 시점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우리가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쓴 룰북을 따라가게 된다. 그 누군가가 중국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리더십 유지가 입법을 서두르는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 ETrade에서 크립토 거래 시작

규제 명확화 흐름에 맞춰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전통 금융회사들이다. 모건스탠리는 5월 6일 자사 ETrade 플랫폼에서 가상자산 현물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거래 금액의 50bp(0.5%)를 수수료로 책정했다. 코인베이스 60bp, 찰스슈왑 75bp, 로빈후드 95bp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일부 시범 운영 중이며 연내 ETrade의 860만 명 고객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제드 핀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부문 대표는 "이는 단순히 더 싼 가격에 크립토를 거래하는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중개 영역을 차지했던 사업자들 사이에서 다시 입지를 가져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월가 은행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고, 이더·솔라나 ETF도 준비 중이다. 2월에는 디지털 자산 수탁을 위한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 차터를 신청했다. 하반기에는 기관 투자자 대상 토큰화 주식 거래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월가의 크립토 인력 채용 확대

월가의 진입은 인재 시장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다. JP모건체이스, 블랙록,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피델리티, 뉴욕멜론은행, 나스닥 등이 디지털자산 관련 직책을 일제히 채용하고 있다.

채용 조건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단순한 비트코인 트레이딩이나 블록체인 개발 경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전통 금융 경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JP모건자산운용의 디지털·토큰화 자산 글로벌 책임자 폴 프르치빌스키는 "결국 핵심은 분야 간 오버랩"이라며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후보가 많지 않아 격차를 좁히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만큼 채용 보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모건스탠리의 한 임원급 인사는 기본급 최대 26만5000달러, 블랙록의 디지털자산 디렉터 자리는 보너스 전 27만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디지털자산 시니어 엔지니어는 최대 20만 달러, 피델리티의 디지털자산 엔지니어는 인센티브 전 25만5000달러 수준이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 데이터에 따르면,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 채용 공고는 지난해 11월 대비 25% 줄었고, 현재 약 2200개 수준이다. 2022년 강세장 당시 5000개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댄 스풀러 블록체인협회 산업 담당 부사장은 "더 성숙한 채용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2026년의 핵심은 ETF·토큰화·수탁·컴플라이언스·시장 인프라 등 기관 중심의 빌드아웃"이라고 평가했다.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의 감원과 'AI 효율성'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들은 감원에 나섰다. 월가의 채용 확대와 반대 방향이다. 올해 들어 블록(Block), 제미니 스페이스 스테이션, 크립토닷컴, 코인베이스, 페이팔이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공통된 명분은 'AI 효율성'이다.

블록은 2월 인력의 5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페이팔은 향후 2~3년간 직원 20%를 감축해 15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5일(현지시간) "지금 가장 큰 위험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라며 "회사를 린(lean·군살 없는)하고, 빠르고, AI 네이티브한 방식으로 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AI 효율성' 명분이 어디까지 실제이고 어디까지 사이클 부진을 가리는 표현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니덤앤코의 존 토다로 크립토 담당 애널리스트는 "감원 사유에 AI가 등장할 때 한 번 멈춰서 묻는다. 시장이 호조일 때 회사들에서 같은 모습을 본 적이 있나"라며 "AI 명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월 고점 대비 약 3분의 1 가량 빠졌고, 거래량 부진과 결제 산업 경쟁 격화가 겹친 상황이다.

반면 다른 시각도 있다. 이더리움재단의 빈지 판데는 "이걸 단순한 비용 절감으로 환원하면 안 된다"며 "AI는 고성과 팀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실제로 바꾸고 있다. 리더의 책임은 그 전환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두 흐름의 교집합에 있는 회사가 코인베이스다. 미국 최대 크립토 거래소이자 2025년 소비자 거래 매출 3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한 산업의 대표 기업이지만, 5월 들어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핀 대표는 "규제의 해자(regulatory moat)가 빠르게 마르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은행과 전통 금융사가 크립토 사업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규제 환경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빠르게 풀리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클래리티 법안 통과되면 그동안 SEC(증권거래위원회)와의 갈등 속에서 회색지대에 있던 코인베이스의 사업 영역이 명확한 규제 틀 안에 들어온다. 명확성은 사업 안정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진입 장벽도 낮춘다. 더 많은 전통 금융사가 같은 사업에 정식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입법은 늦지만 경쟁은 이미 시작...간접 영향권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되지만, 입법 속도는 더디다. 국회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1건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3건이 발의됐지만 모두 정무위원회 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37인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지난해 6월 발의된 뒤 8월 정무위 상정 이후 소위에 머물러 있고, 안도걸·김은혜·김현정 의원이 발의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3건도 같은 단계에 있다. 발행 요건, 준비금 규제, 이용자 보호 장치 같은 핵심 제도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은 움직이고 있다. 두나무는 하나금융그룹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 검증(PoC)을 마쳤다.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구조를 시험하며 송금 속도와 비용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고, 향후 예금토큰 기반 송금 인프라로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토스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을 검토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기능과 자산 발행, 웹3 지갑 개발이 논의 대상이며,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결국 미국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직접 효과보다는 간접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투자심리와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이 증권형·상품형 디지털자산의 경계를 더 분명히 하면, 글로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대형 자산뿐 아니라 거래소, 커스터디, 토큰화 사업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이 낮아지게 되며, 이런 흐름은 한국 투자자에게도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더 들어온다'는 신호로 읽혀 위험선호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우리 정부의 정책 논의를 앞당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2024년부터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시행했지만, 최근 빗썸의 대규모 시스템 오류 이후 감독당국이 더 강한 규제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동시에 가상자산의 해외이전 규제, 현물 비트코인 ETF 허용 여부, 스테이블코인 및 2단계 법체계 정비 검토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시장구조 규칙을 정리하면 한국도 '투자자 보호 중심의 1단계 규제'에서 '시장구조·발행·유통 규율까지 포함한 2단계 규제'로 전환될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국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한국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수탁·거래·토큰증권·ETF 관련 수혜주에 관심이 더 쏠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미국 법 체계에서 애매하거나 규제상 불리할 수 있는 소형 알트코인·고수익형 상품은 상대적으로 더 경계받을 수 있다. 즉 한국 시장에서도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높은 자산 중심으로 프리미엄이 붙는 장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물 ETF 논의에 우호적 환경을 만든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아직 현물 비트코인 ETF에 신중하지만, 이미 제도권 편입 가능성은 공개적으로 논의해 왔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적 판단으로 미국 법안 통과가 곧 한국 ETF 허용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미국이 클래리티 법안과 지니어스 법으로 룰을 정리하는 사이, 한국은 입법이 늦어지면서 사업자들이 규제 불확실성을 안은 채 시장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7월 4일이라는 미국 측 목표 시점, 그리고 한국이 어느 시점에 자체 입법을 마무리하느냐가 이후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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