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녹록잖은 내란 잔불… 자욱해지는 시야
2026.05.09 10:40
2026년 6월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라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 1년 평가’ 의미가 있다. 또 윤석열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됐음에도, 비상계엄에 관여한 혐의가 있거나 윤석열을 적극 지지하는 ‘윤 어게인’ 인사들을 대거 공천한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세력 심판’의 의미도 있다.
2018년 지선 때 격차, 지금보다 컸다
5월 초 지방선거 대진표가 확정되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대통령의 60% 중후반대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을 바탕으로 내심 총 16곳의 광역단체장 중 경북지사를 제외하고 최대 15곳의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민주당이 대승(광역단체장 민주당 14곳, 자유한국당 2곳, 무소속 1곳 승리)을 거둔 2018년 지방선거의 재연을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지금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지지율 격차는 더 컸다. 지방선거를 5주 앞두고 2026년 5월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4월28~30일 전화인터뷰 방식)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64%였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46%)이 국민의힘(21%)을 25%포인트 앞섰다. 이에 견줘 2018년 6·13 지방선거를 5주 앞두고 5월1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5월8~10일 전화인터뷰 방식) 결과를 보면, 문재인 당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78%였고, 민주당(53%)과 자유한국당(11%)의 지지율 차이는 42%포인트였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지금보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14%포인트 높았고,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 더 컸다.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 때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2018년에는 민주당 지지기반이었던 19살~40대 유권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55.4%였지만, 현재 민주당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40~50대 유권자 비중은 37%에 불과하다”며 “압도적인 지지 유권자 비중을 갖고 있던 2018년처럼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완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다 여야 1대1 대진표가 확정되고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영남권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구문화방송(MBC)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5월2~3일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2차 조사를 보면, 김부겸 민주당 후보(45.9%)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42.4%)가 오차범위(±3.1%포인트) 안 접전 양상을 보였다. 앞서 4월18~19일 실시한 1차 조사 때 김 후보(49.2%)가 추 후보(35.1%)를 14.1%포인트 앞서가던 흐름이 바뀐 것이다.
경남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5월1~2일 실시한 무선자동응답 방식 경남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김경수 민주당 후보(41.9%)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44.1%)가 역시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20~21일 MBC경남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 후보 46.9%, 박 후보 35.7%로 두 자릿수 격차(11.2%포인트)가 나던 상황이 뒤집어진 것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처럼 민주당에 유리하던 흐름이 바뀐 것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을 추진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 사건 12건 가운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8개에 이른다. 특검이 검찰의 조작수사를 이유로 공소를 취소하면, 이 대통령이 재판받는 사건 8개가 모두 무효화될 수 있다.
민주당이 4월30일 조작기소 특검법안을 발의한 뒤 영남권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며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는데, 이런 흐름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가 국회에서 조작기소 특검법 저지를 매개로 5월4일 긴급연석회의를 여는 등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 야권연대가 선거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조작기소 특검법은 중도층도 돌아설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고생하면서 뛰고 있는 동지들을 버릴 셈이 아니라면 신중해달라”(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민주당은 선거 분위기가 좋으면 스스로 까먹는다”(우상호 강원지사 후보) 등 후보들의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5월4일 민주당을 향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법안 발의 일주일 만인 5월6일 특검법 처리 시기와 절차, 내용을 모두 6·3 지방선거 이후에 논의하기로 하면서 선거에 미칠 악영향 차단에 나섰다.
그런 한편,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인사들을 대거 공천했다.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된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추 후보는 12·3 비상계엄 때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 후보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공천을 강행했다. 또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로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씨와 대구에서 선거운동을 함께 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대구 달성),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윤석열을 옹호한 김태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울산 남갑),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을 “영원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운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부산 북갑), 12·3 비상계엄에 대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계엄”이라고 옹호한 김석훈 전 안산시의회 의장(경기 안산갑), 윤석열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내며 ‘호위무사’로 불렸던 이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 등을 공천했다. 이용 전 의원은 5월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사태 등과 관련해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선거가 다가오자 ‘윤 어게인’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 공천’을 하는 등 아직 내란세력과의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에 내란세력 청산의 의미도 담겨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석열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고 12·3 내란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5월7일 “저의 출마가 당 결속을 해친다면 멈추겠다”며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당내에서 정 전 의원을 공천하면 여당의 ‘윤 어게인 공천’ 공세에 구실을 제공해 선거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우려가 터져나온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6·3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수도권과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14곳에서 두루 치러져 ‘미니 총선급’ 재보선으로 불린다. 대구 달성을 뺀 13곳은 모두 민주당의 지역구였다. 민주당은 8곳(인천 계양을/연수갑, 경기 안산갑, 광주 광산을, 전북 군산·김제·부안 갑/을, 충남 아산을, 제주 서귀포), 국민의힘은 2곳(대구 달성, 울산 남갑)에서 우세하다고 평가된다. 나머지 4곳(경기 평택을, 경기 하남갑, 부산 북갑,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격전지로 분류된다.
이번 재보선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경기 평택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부산 북갑) 등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출사표를 던져 원내에 입성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경기 평택을은 김용남 전 의원(민주당), 유의동 전 의원(국민의힘), 조국 대표, 김재연 대표(진보당), 황교안 대표(자유와혁신) 5자 구도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5월1~2일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후보 28.8%, 유의동 후보 22.5%, 조국 후보 22.2%, 황교안 후보 8.9%, 김재연 후보 8.8%로 나타났다. 뚜렷한 강자가 없는 ‘3강2약’ 구도로 김 후보와 유 후보, 조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3.5%포인트)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계열 단일화(김용남-조국-김재연 후보)와 보수계열 단일화(유의동-황교안 후보)가 승부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김용남 후보와 조국 후보는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지만, 황교안 후보는 유의동 후보와의 단일화에 긍정적이다. 엄경영 소장은 “여론조사에서 조국 후보가 김용남 후보를 앞서지 못하면 진보계열 단일화는 물 건너갈 수 있다”며 “단일화 없이 다자 구도로 갈 경우,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한 2020년 총선에서도 평택을에서 3선에 성공했던 유의동 후보가 보수결집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 북갑은 하정우 전 청와대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민주당),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국민의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무소속) 3자 구도다. 에스비에스(SBS)가 입소스에 의뢰해 5월1~3일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하정우 후보 38%, 박민식 후보 26%, 한동훈 후보 21%로 나타났다. 하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4.4%포인트) 밖에서 1등이지만, 박 후보와 한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보다는 작다. 이에 부산 북갑에서도 박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가 핵심 변수가 됐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중 보수 진영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64%로 높게 나오는 등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 단일화 요구가 크다.
그러나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는 ‘윤 어게인’이고 한 후보는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두 후보가 너무 이질적이어서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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