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는 안전? 실거주 아니면 예외 없다’···‘똘똘한 한채’ 불패 신화 막내리나
2026.05.09 09:00
이 대통령 “살지 않는 집 혜택 줄여, 비정상 정상화”
[주간경향] 정부가 실거주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유지하면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더 엄격한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장특공제는 1주택자가 12억원 초과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5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거주하는 1주택자들의 주거 보호에는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장특공제 폐지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김 실장은 “주택 거주와 보유가 똑같이 (세금 공제율이) 40%씩 돼 있는데, 실거주 위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는 데 맞는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거주에 대해 장특공제가 줄어든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 1주택자가 된 경우에 대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했다. 주택의 ‘보유’와 ‘거주’를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보유 기간의 공제율은 줄이고 거주 기간에 대한 공제율을 늘리는 방식의 개편안을 예고한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거주할 것도 아니면서 돈 벌기 위해 사둔 주택값이 올라 번 돈에 대해 당연히 낼 세금인데 오래 소유했다는 이유로 왜 대폭 깎아주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살지도 않을 집에 오래 투기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세금폭탄이냐”며 “1주택자의 주거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살지 않는 집으로 번 돈에 대해선 세금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보유 기간이 길고 거주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부동산시장에서는 보유 요건을 없애고(0%) 거주 요건을 80%로 두거나, 보유 요건을 20~30%로 줄이고 거주 요건을 50~60%로 올리는 등의 개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장특공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집값 과열에 따른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도입됐다. 양도세를 강화하되 주택을 장기 보유한 1주택자는 양도세율을 깎아주는 안이 골자였다. 정부가 바뀌면서 제도도 변화를 겪었고, 세계 경제 위기 속 부동산 침체가 심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장특공제가 80%로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 때는 10년 기준 80% 공제율은 유지하되 보유(40%) 외에도 거주(40%) 요건을 추가해 실거주해야만 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게 했다.
또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아 집을 팔지 못하는 매물 잠김 현상을 줄이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명목 소득을 세금 매길 때 배제하기 위해 장특공제를 도입한 취지도 있었다.
장특공제에 대해 논란이 생긴 것은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세 혜택이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똘똘한 한채 불패’ 현상을 심화해 집값을 올린다는 비판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장특공제는 양도차익이 큰 주택에 대해 감세 효과가 큰 만큼 고가주택 보유자의 ‘절세 매직 수단’으로 활용됐다. 장특공제가 자산 양극화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쓰이자 달라진 시대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고가 주택 장특공제 예정신고 통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장특공제 혜택을 받는 10명 중 6명은 주택 보유 기간이 10년 미만에 그쳤다. 또 장특공제 대부분이 서울(90%)에 집중된 가운데 매매차익이 클수록 세금 감면 규모가 커지는 ‘수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장특공제를 적용받은 이들 중 20년 이상 보유자는 전체의 17%에 그쳐 제도의 본래 취지인 ‘장기 보유 유도’ 효과가 미미했다. 5~9년 보유자가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년 미만도 20%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매물 잠김 방지나 물가 상승분 과세 완화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내 고가주택에 장특공 혜택이 집중되는 만큼 장특공제의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단계적 시행과 불가피한 비거주자 등을 위한 보완 장치 마련 같은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당장 풀어야 할 난제는 투기적 보유와 부득이한 사정에 따른 일시적 비거주를 어떻게 행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1주택자’ 적용을 받으려면 가족이 함께 거주해야 하지만 취학(고교 이상), 근무(직장인), 요양(1년 이상) 등의 이유로 일부 구성원이 해당 집에 살지 못해도 증빙서류로 확인되면 실거주로 인정한다. 재정경제부는 해당 요건을 손보거나, 다른 요건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이혼 등의 사유로 개개인의 사항이 천차만별이라 예외조항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개별 케이스마다 공무원들이 (투기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직접 현장을 확인할지는 미지수”라며 “장특공제 개편안을 우회하는 다양한 편법과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세율과 공제 기준이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명확하고 단순한 기준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중산층 증세’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번 개편은 ‘1주택자=실수요자=보호 대상’으로 여겼던 기존 세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다주택자에 비해 적용 대상자가 많다. 실거주 1주택자는 달라질 게 없지만, 투기적 성격의 비거주 1주택자들은 세제 부담이 커진다.
현행 제도에선 10년 전에 산 10억원짜리 주택에 2년만 실거주하고 40억원에 판 1주택자가 부담하는 양도세는 약 4억6000만원이다. 하지만 향후 장특공제 개편으로 보유 기간 10년에 대한 절세 혜택을 없애면, 양도세는 약 8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양도세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 내 83만 가구로 추산되는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정부가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장특공제 개편을 꺼내든 것은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중과세가 다시 시작되는 5월 10일부터 조정지역의 집을 팔면 기본세율(6∼45%)에서 1가구 2주택자는 20%포인트(p)를, 3주택자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높여 적용한다. 지방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최고 실효세율은 82%를 웃돌아 차익 대부분이 세금으로 나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매물이 감소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장특공제 축소 개편을 공식화하면 정책 시행 전 세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로 매물 증가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세제 혜택이 줄기 전 일부 매물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제 한도를 소진한 집주인이 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대차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비거주 주택은 상당수가 전·월세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는 다주택 보유 매물을 시장에 내놓게 하겠다는 것이지만, 1주택자는 주택이 한채인 만큼 상황이 간단치 않다. 비거주 1주택자들은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 등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하든 해당 집에 사는 임차인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위주로 시장을 개편하는 정부의 방향성은 찬성한다.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선 여러 부작용 등을 감안해 부동산 취득과 보유·처분을 종합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데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박 교수는 “똘똘한 한채를 겨냥한 정책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있는 이들이 전·월세 폭등으로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 임대차 시장은 전세 품귀와 월세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1.4로 2021년 전세난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 100을 넘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인데, 180선을 넘었다는 것은 전세 매물이 크게 부족하다는 의미다. 서울 내 중저가 주거지의 전세 매물도 1년새 80%가량 증발했다. 그나마 남은 물량은 집주인으로부터 연봉과 자녀 유무 등을 검증받는 ‘주거심사’를 통과해야 전세로 살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월세가 메우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계약 중 월세 비중은 70.5%로 1년 전보다 6.2%포인트 늘었다. 아파트도 월세 비중이 50.8%로 절반을 넘고 비아파트는 79.4%였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임대차 매물을 매매로 전환하는 데 맞춰져 있는 데다 신규 공급 물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꺼낸 장특공제 축소 개편 방향은 장기적으로 보면 장기 보유만으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경로가 사라져 시장의 구조 자체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시장과 싸우려면 큰 시스템을 보고 전쟁을 해야 하는데, 두더지 잡기식으로 전투만 하다 보니 애먼 피해를 보는 서민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감세 혜택은 손보는 것이 맞지만, 임대차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택 신규 공급을 위한 비아파트 신축과 임대차 입법 손질,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중단기 패키지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이 막힌 가운데,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높이다 보니 고액 현금 자산가가 아닌 이상 팔지도 사지도 못해 중산층의 주거 이전의 자유를 제약해 저항이 커질 것 같다”며 “시장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우려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5월 6일 X를 통해 ‘석 달 만에 뒤집힌 집값 전망, 하락론 부상’이라는 KB국민은행의 집값 하락 전망 기사를 공유하며 “부동산 불패? 이제 그런 신화는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계곡 불법시설 정비와 주식시장 정상 회복처럼 대한민국 모든 것들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며 “부동산 정상화 역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반드시 해야 할 국가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장특공제에 대한 구체적인 개편안은 정부가 향후 세법 개정 일정에 따라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오는 7월 세제 개편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1세대 1주택 장특공에서 보유 기간 공제를 삭제하고 실제 거주 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실제 제도화와 시행까지는 여야와 사회적 합의 과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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