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분신 같은 이 사람 "내가 한총련? 새빨간 거짓말"
2026.01.15 06:46
* [대통령의 쓸모] 1편 '취임식 날 국회에서 대통령과 악수했던 이 사람'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gjyo)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 직후 만난 사람들은 국회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살아왔던 인생 역정과 비슷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라는 해석이 나왔다.
2025년 6월 5일 자 <한겨레>는 "이날 만남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대통령 가족의 삶이 청소 노동과 밀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라면서 "경북 안동에서 올라와 경기 성남에서 어렵게 살았던 이 대통령의 가족에게 청소일은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생업이었다"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 "아버지는 청소부로 일하면서..."
| ▲ 20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을 마친 뒤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다. |
| ⓒ 국회사진기자단 |
실제로, 2022년 1월 24일 이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후보로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유세하면서 가족사를 직접 전하기도 했다.
"야쿠르트 배달하던 제 여동생, 기억하십니까? 제가 시장에 당선이 됐는데 장사가 안되고 너무 힘들어서, 청소부로 직업 바꿨다가 과로로 새벽에 화장실에서 죽었습니다. 제가 도와준 게 없어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울먹이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보다 몇 배, 수십 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청소부로 일했었다.
"아버지는 청소부로 일하면서 썩은 과일만 집에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나 영어 회화 카세트 테이프 등도 집에 가져오셨습니다." (이재명의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중에, 2021년)
이런 사실들을 감안하면, 취임 선서 직후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만남을 대통령의 삶과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내 분신과 같은 사람"이라며 신뢰와 동질감을 표시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한 발 더 들어간 해석을 내놨다.
"성남시장 시절 베트남 파병됐던 분들 보훈 등에 각별히 신경 쓰셨어요. 경기지사 때도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많이 강조하셨고 지금도 그러시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모습들, 단순하게, 어떤 특정 계층에 대한 보상? 그분들이 겪어왔던 걸 잘 아시기 때문에? 그런 차원의 얘기만은 아니거든요. 늘 얘기하십니다. 제복의 중요성, 제복 입은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청소 노동자와 소방 공무원은 제복을 입고, '주인'의 가장 가까이에서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곧,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성남시장 취임사에 아홉 차례나 등장하는 '주인'
| ▲ 2011년 3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당시 야탑동 환경미화 청소 차고지를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계절이 바뀌면서 많은 시민들이 야외활동을 하게 되면 여러분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질텐데..."라며 노동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
| ⓒ 성남시청 |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첫 번째로 한 약속도 "명실상부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것이다.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명실상부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장에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름과 실상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주인이란 단어는 취임사에 두 차례 더 등장한다.
"회복도 성장도 결국은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입니다. 모든 국가 역량이 국민을 위해 온전히 쓰이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듭시다. 작은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대통령으로서 그저 하는 '립서비스' 정도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은 15년 전 성남시장 취임사 때문이다. 2010년 7월 1일, 취임사 제목은 "성남의 주인은 시민입니다"였다. 중반부에 이르면 "지금 이 순간부터 성남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선언이 나온다. 성남시장 취임사에 가장 많이, 아홉 차례나 등장하는 단어가 주인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제일 행복한 시간은 역시 성남시장을 할 때였다"라는 대통령의 발언 또한 달리 보인다.
"그분들(주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살아있다는, '정말 왜 사나' 이런 것에 대해서 진정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또 많이 평가해 주셔서 제가 조금 더 다른 역할, 큰 역할 맡게 됐죠. 지금 대한민국의 국정을 총 책임지게 됐는데, 저는 지금도 성남시장을 하던 그 마음으로 국정을 합니다." (2025년 11월 12일, 이재명 대통령, 기초단체장과의 오찬간담회)
성남시장을 하던 그 마음이 무엇인지 파고들고 싶었다. 우리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여러 차례 마주 앉았던 이유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측근이기도 하지만, 성남시장 시절부터 행정가로서 이재명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목격자다. 또한 대장동 사건의 전후 사정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프레임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뚜렷할 것 같았다.
대통령 측근에게 씌워진 '한총련 프레임'
| ▲ 2022년 10월 19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 출판기념회(2019년 12월 15일)에 참석한 당시 모습이다. 출판기념회 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이 발언은 대장동 사건 전개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져 자주 인용됐다. |
| ⓒ 김용 블로그 |
김 전 부원장과 우리는 '대장동 프레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할 때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프레임은 일종의 '색안경'이다.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이 대통령을 대표하는 말은 실용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을 역임하면서 내놨던 성과들에 많은 국민이 주목했었다. 최근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대통령 업무보고 공개 역시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시행했던 것이다. 경기도 간부회의 당시 영상은 유튜브 등을 통해 지금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업무보고가 낯설거나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대해 김 전 부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장동 사건이 제일 컸죠. 그거 때문에 20대 대선에서 정권 빼앗긴 거 아닙니까. 대통령으로서 일할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더 시련이 컸죠. 악마화까지 됐잖아요. 국민들 덕에 대한민국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으로 안정화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상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종류의 허상 중 하나,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부원장을 겨냥해 작동한 '한총련 프레임'이다.
2023년 11월 22일 자 <동아일보>는 기명 칼럼을 통해 "거대 야당 민주당엔 제왕적 당 대표 이재명이 있다"라면서 "자유일보에 따르면 김용은 1993년 한총련 출범 시 지도위원으로 종북그룹을 관리했다"라고 전했다. 해당 칼럼의 제목은 '제7공화국 노리는 이재명-한총련의 더 무서운 혁신'이었다.
2024년 3월 8일 자 '이재명과 경기동부의 끈끈한 인연'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칼럼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씨도 한총련 지도위원 출신이어서 경기동부와 동질성이 강하다"라는 것이었다. 사실일까?
- 학교 다닐 때 운동하셨나요?
"조금?(웃음) 주요 시위나 전체 집회 있을 때 가서 참여했던 정도였어요."
김용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김 전 부원장은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김 전 부원장의 같은 과 선배 중에는 운동권 출신으로 잘 알려진 배우 안내상씨가 있다. 영화 <1987>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화제가 됐던 이한열 열사 장례식 사진, 그 사진에 등장하는 배우 우현씨도 연세대 신학과 출신이다. 이들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 김 전 부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보다 학번이 위죠. 선배들인데, 이 분들은 완전 지도부였고,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무슨 큰 집회할 때 참여하는 정도였어요."
- 그러면, 한총련 지도위원 출신이라는 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창립 시점은 1993년이다. 그해 5월 고려대학교에서 186개 대학이 가입한 상태로 공식 출범했다.
- 몇 년에 졸업하셨나요?
"1992년입니다."
- 학번으로 보면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세대잖아요?
"그러니까 그 보도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거죠."
- 전대협 활동은요?
"마찬가지예요. 무슨 학회장? 과대표도 한 적 없습니다(웃음)."
- 이제까지, 언론을 통해 '예전에 학생운동했었나요?'라는 확인 질문을 받은 적 있었나요?
"없습니다, 전혀."
* [대통령의 쓸모]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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