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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그림 청탁’ 김상민, 항소심서 무죄→유죄…법원 “국민 신뢰 훼손”

2026.05.08 17:48

김건희 여사에게 공천 청탁 대가로 고가의 그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주며 총선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은 이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봤는데, 2심에서는 이 판단이 뒤집히며 형량이 대폭 늘어났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정제)는 8일 김 전 검사의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4100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2월 김건희 여사에게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건네며 공직 인사와 2024년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그림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김 전 검사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코인 왕’으로 불리는 박모씨의 지인이자 사업가인 김모씨로부터 선거용 차량 비용을 대납받았다는 혐의도 받았다.

항소심에서 주요 쟁점은 김 전 검사가 구매한 그림이 김 여사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 맞는지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차량 대여비 등을 불법 기부받은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100여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으르 뒤집고 그림이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술품 중개업자 A씨가 “피고인(김상민 전 검사)으로부터 ‘김 여사가 그림을 받고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A씨는 수사 단계부터 피고인이 그림 구매를 부탁한 점, 이후 전화로 ‘엄청 좋아하셨어’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한 점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일부 진술 번복이 있어도 전체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상민 전 검사가 A씨를 통해 그림을 매수하고 구매 대금을 지불한 뒤, 직접 김건희 여사를 만나 전달해줬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의 선거 관련 직무나 고위공직자 임명 등 포괄적 직무권한과 관련해 그의 배우자에게 그림을 제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금품 제공의 직무 관련성도 인정했다.

이 화백 작품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진품’이라고 판단하고, 가액도 공소사실과 같이 1억4000만원 상당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는 그림을 직접 법정에 가져오도록 한 뒤 감정을 진행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진품이라는 의견을 낸 반면 한국화랑협회는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센터의 감정 결과는 현대 미술품 등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감정위원단이 3회 반복 감정을 통해 일관되게 진품이라는 평을 유지했다”며 “센터는 UV 촬영, 현미경 촬영 등 다각도의 과학적 방법을 토대로 하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 이에 따라 진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김 전 검사가 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4200만원을 불법 기부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현직 부장검사 신분으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 미술품을 제공해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 수반이자 국정 운영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공정성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에도 대통령 배우자를 통해 직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며 “그림 가액이 크고 죄질이 중해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14년 넘게 검사로 재직한 법률 전문가로서 자기 행위의 법적 위반을 누구보다 잘 인식했을 것임에도 불법 기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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