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순직 책임' 징역 3년 임성근…"사단장 지위·장악력, 사고 발생 기여"
2026.05.09 11:44
'사단장 지적, 조치하기 위해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현장 간부 진술 언급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 전 사단장의 엄중한 지위와 장악력, 사단장 지시의 파급효과 등을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의 사고 발생에 대한 본질적 기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 8일 업무상 과실치사, 군형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제7여단장과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은 금고 1년 6개월을, 이용민 전 포7대대장은 금고 10개월을, 장 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게 피해자들의 상관이자 지휘관으로서 작전 수행 중 위험 요소가 식별될 경우 이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임 전 사단장은 '도로 정찰이 아닌 내려가서 의심스러운 곳을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지시해 적극·공세적 수색을 강조하고, 수중 수색 중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지휘·감독권 행사를 통해 안전사고 예방을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은 작전 1일 차부터 사단 공보정훈실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작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을 직접 챙겼고, 해병대원들이 언론에 접촉하는 경우 유의 사항까지도 세부적으로 지시했다"며 "전송받은 언론 기사 스크랩 모음에는 해병대원들이 하천에 들어가 수중 수색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공보정훈실장이 수사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은 완벽한 사람이고, 보고하기 전에도 이미 언론보도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라고 진술한 부분을 들어 임 전 사단장이 수변 수색 지침에 위반해 수중 수색을 진행한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임 전 사단장이 지적이나 개선사항들을 언급하고 가면 사단 대대중대 등이 그것을 조치하기 위해 매몰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쉬고 있거나 해도 사단장이 오면 수색하는 척이라도 해야 된다', '사단장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내용을 부대원들에게 계속 강조했다'는 현장 간부 등의 특검 진술을 언급하며 "임 전 사단장이 현장 방문을 올 경우 지휘관들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된다고 공통으로 진술했다"고 부연했다.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지위와 장악력이 사고에 관한 본질적 기여가 있다고도 봤다. 이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다른 피고인들과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엄중한 지위와 장악력, 이 사건 작전 과정에서 도로정찰 방식 수색을 배제한 채 적극적·공세적 수색만을 강조하는 사단장 지시의 파급효과, 홍수로 범람한 물가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작전지시를 했으면서도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사고 위험성을 회피하기 위한 입수금지 또는 안전장구 구비에 관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임 전 사단장의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의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도 인정했다. 임 전 사단장은 수색 작전 통제권이 육군 50사단으로 넘어갔는데도 바둑판식 수색을 지시해 부대에 혼란을 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작전통제권자가 철수 지시를 지시했음에도 임 전 사단장이 이에 반해 박 전 여단장에게 예정된 과업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은 작전통제권자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명령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차례 조기 철수 건의를 묵살한 채 작전 계속에 관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작전을 계속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실질적인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재판부는 이들의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제기된 가장 큰 의문은 '왜 해병대원들이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수중 수색을 실시했는가'였다"며 "피고인들은 적극적·공세적 수색을 지시·강조했을 뿐, 대원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도외시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상급 지휘관들의 무리하고 잘못된 지시에 있다고 할 것"이라며 "그런 지시를 행한 상급 지휘관들에게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 등 결과에 대해 보다 중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재판부는 "수색에 임하는 대원들이 히죽거리거나 웃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만을 강조하면서 해병대 성과가 언론에 잘 노출되는지에 더욱 신경을 쓴 것으로 나타난다"며 "사고 발생 전 부대원들의 수중 수색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묵인·방치한 정황들이 여럿 나타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권을 가진 사단장의 지시가 군부대에서 가지는 의미와 파급력, 더구나 그러한 지시를 한 사단장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임 전 사단장의 지시는 이후 지시가 형성·구체화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며 "만일 임 전 사단장이 지시나 개입 없이 여단장에게 작전지휘를 맡겨두기만 했더라도 수색 작전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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