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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당성 또 '흔들'…시진핑과 무역담판 '지렛대' 약화

2026.05.08 17:39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재판부가 7일(현지시간) 무역법 122조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0% 글로벌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정당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관세는 상호관세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에 따른 국가별 관세를 도입하기에 앞서 '관세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시행됐다. 이번 판결이 1심이라는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에 이어 글로벌 관세를 두고도 법적 공방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 글로벌 관세 부과 '위법 논란'

글로벌 관세는 지난 2월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펜타닐 관세 등의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도입한 관세다.

글로벌 관세의 부과 근거인 1974년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장 150일간 최고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1심인 CIT는 무역법 122조가 트럼프 대통령이 2월 행정명령에서 언급한 유형의 무역적자에 대응하는 조치가 아니라고 봤다.

이 같은 지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순간부터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무역법 122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1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10%의 수입관세를 부과한 이후 제정됐다. 당시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해당 법은 '심각한 수준의 국제수지 적자'와 '미 달러화 가치의 급격하고 중대한 하락'이 있어야 관세 등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 조항에 따르면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의 자본유출이 있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이유로 무역법 122조를 발동한 것이다.

국제수지는 무역·서비스가 포함된 상품수지뿐 아니라 자본수지와 금융계정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보수성향 매체인 내셔널 리뷰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조1850억달러지만, 같은 해 미국의 금융계정상 자본 유입은 1조1280억달러였다. 국제수지 적자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도 지난해 관세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역법 122조에 규정된 국제수지 적자와 미국의 무역적자는 구별된다고 언급했다.



◆ 무역법 301조로 7월 부과 예상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관세 부과에 소요되는 절차를 이행하는 동안 글로벌 관세를 먼저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7월 초 마무리를 목표로 구조적 과잉생산, 강제노동 생산 관행 등과 관련한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점에서 판결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법 122조에 따른 10% 관세는 7월 만료될 예정이었으며, 이 시점에 행정부는 다른 관세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심 법원은 중소업체들이 낸 소송과 별개로 워싱턴주 등 24개 주가 제기한 보편적 금지명령(universal injunction) 요청을 기각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를 나머지 수입 업체들에 지속적으로 부과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법원이 보편적 금지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어서 판결의 직접 효력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로 제한된다"며 "한국 기업들이 곧바로 10% 관세 부담에서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심 판결에 항소할 것을 고려했을 때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이들 중소업체도 환급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나머지 기업들도 환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통신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을 둘러싼 또 다른 장기 법적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 다음주 중국과 무역협상에도 영향

판결의 실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에 적잖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오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 담판'을 예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지렛대' 하나를 잃게 됐다.이와 관련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주 무역 문제를 논의하고자 방중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나온 타격"이라며 "관세가 회담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지렛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몰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취재진에 "급진 좌파 판사가 2명 있었다"며 "법원과 관련해서는 뭐든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판결이 나오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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