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 할퀸 대림동...투표 앞 둔 이들과 동포 출신 국힘 후보의 바람
2026.05.09 10:06
| ▲ 지난 4월 29일 <오마이뉴스>는 한국살이 30년째인 동포 박아무개(58·남)씨과 서울 구로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
| ⓒ 이진민 |
"작년 내내 '중국인은 한국에서 물러나라'는 집회가 있었어요. 마음이 좋지 않았죠. 우리도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 성금도 모으는데… 이번 선거 때는 차별하지 않는 정치인을 뽑고 싶습니다."
한국살이 30년째인 박아무개(58·남)씨는 6·3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중국 연변 출신으로 1996년 한국에 온 그는 "투표는 할 수 있지만, 마음은 담담하다"며 "차별이 아닌 화합과 협력을 통해 우리 지역을 가꿀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대림동 주민들은 '차별', '혐오', '화합'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 그 속내에는 지난 12·3 불법 계엄 이후 벌어진 혐중 집회의 상흔이 있었다. 이들은 "우리를 차별하지 않는 후보", "우리를 동등하게 대하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는 "투표한다고 사회적 인식과 현실이 달라지겠냐"며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는 서울 대림동·구로동 일대에서 10명의 동포를 만났다. 한국에서 첫 투표를 하게 된 이들부터 오래 거주했지만, 한 번도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까지 동포 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림동 민심을 들여다봤다.
'혐중'이 할퀸 대림동 민심… "공존 정치 필요해"
| ▲ 2025년 9월 9일 오후 ‘차이나 리(재명) 아웃’ 행진에 참여한 자유대학 등 윤석열 지지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서울 중구 명동을 행진하며, “차이나 아웃” “닥쳐!” 등 혐중 구호를 영어로 외쳤다. |
| ⓒ 권우성 |
대림동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박씨는 "지난해 혐중 집회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다행히 지역사회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고 집회도 점차 잦아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큰 문제가 생기면 동포 사회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기부 성금을 모으는 등 함께 기여한다"면서 "그런데도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나쁜 사람' 취급하며 차별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이번 선거 자체가 또 다른 갈등 소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실제 대림동 주민들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후보가 뽑혔으면 한다"며 "동포들이 마주한 사회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정치인이 당선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김아무개(56·여)씨도 첫 지방선거 투표를 앞두고 있다. 중국 길림성에서 온 김씨는 "지난해 '짱X는 나가라'는 식의 집회를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며 "중국 동포들도 한국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여전히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천 부평구와 서울 대림동을 오가며 지역사회 봉사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만난 한 사람이 '중국 동포한테는 투표권을 그냥 주는 것 아니냐'고 말해 놀랐다"며 "외국인 선거권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취득하는 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선거권이 있는지 모르거나 "투표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며 참여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영주권을 취득한 지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외국인 유권자 수는 12만 7623명으로 전체 유권자 수의 약 0.29%에 불과했다. 투표율도 13.3%(전체 선거인 투표율 50.9%)에 그쳤다. 올해 지방선거 때 외국인 유권자 수는 15만 4559명이다.
| ▲ 지난 4월 29일 <오마이뉴스>는 서울 대림동·구로동 일대에서 10명의 동포를 만났다. 해당 사진은 대림동 일대 거리 모습. |
| ⓒ 이진민 |
김씨의 말처럼 선거권에 대해 잘 모르거나 정치에 무관심한 동포들도 적지 않았다. 대림동에서 화장품 판매업을 하는 20대 여성은 "먹고살기 바빠서 선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간판 디자인업에 종사하는 50대 남성은 "어떤 후보가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20년 전부터 대림동에서 살았는데 누가 뽑히던 상황은 똑같았다"고 자조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예전부터 투표권이 있었지만, 직접 뽑아본 적은 없다"며 "어떤 후보가 나오는지 몰라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역시 "주변에서도 지방선거 관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나도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역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김씨는 "동포 사회에 편견이 없는 정치인을 뽑고 싶다"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살이 28년째인 중국 연변 출신 황아무개(58·여)씨는 "지난해 혐중 집회 이후 대림동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외부 접촉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내가 사는 지역을 평온하고 평등한 공간으로 함께 가꿔갈 수 있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동포 출신 후보 "상징성에 멈추지 않겠다"
| ▲ 지난 4월 29일 <오마이뉴스>는 서울시 구로동 사무실에서 강광빈 국민의힘 영등포구 사선거구 구의원 후보를 만났다. |
| ⓒ 이진민 |
화합을 요구하는 대림동 민심은 정치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등포구 사선거구(대림1·2·3동, 신길6동)에 귀화한 동포 출신 강광빈(44) 구의원 후보를 냈다. 중국 길림성 출신으로 2008년부터 대림동에서 거주해 온 강 후보는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동포들이 겪는 행정적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동포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지역 정치인이 선출된 적 없다는 사실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왜 국민의힘을 선택했을까. 강 후보는 "지방선거 후보를 모집한다는 국민의힘 현수막을 봤다"며 "다른 정당의 홍보 현수막은 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출마는 나 개인만의 도전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동포 사회가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게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포 출신 후보로서의 상징성도 있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실력과 성과를 기반으로 주민을 이어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동포 사회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서 벗어나 상생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세광 중국동포한마음연합회총회 회장은 "최근 동포 사회를 존중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면서도 "한편 득표율 하락을 우려해 동포 사회에 대한 언급이나 관련 정책 논의를 피하는 분위기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총회장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때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발전적인 변화도 만들 수 있다"며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이 공존과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 연구소장은 "혐오를 표심으로 치환하거나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하는 정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를 근절하고 혐오를 내세우는 정치가 발붙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소장은 "선거권이 있든 없든 이주민은 지역 주민으로서 공동체를 함께 가꾸고 있다"며 "지방선거의 본질이 지역사회 민원을 해결할 일꾼을 뽑는 것이라면 이주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자들도 표의 유불리, 투표권의 유무에 따라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민도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일원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 지난 4월 29일 <오마이뉴스>는 서울 대림동·구로동 일대에서 10명의 동포를 만났다. 해당 사진은 대림동 일대 거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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