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수 아성 도전 민주 오중기 "李대통령과 눈물젖은 빵 같이 먹어"
2026.05.09 11:00
국회의원 네 번, 도지사 두 번 낙선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면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시장으로 출마하는 대구까지 민주당이 석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경북만은 다르다. 대구는 같은 'TK'로 묶이면서도 김 전 총리, 홍의락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을 종종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줬던 역사가 있지만, 경북은 1988년 이후 민주당계 정당에 국회의원 한 번 내준 적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북지사는 민주당의 모든 후보를 통틀어 가장 험지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일찌감치 단수공천된 오중기 후보 역시 여론조사상 가상대결에서 확실한 열세다.
TBC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4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경북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는 이철우 당시 예비후보(57.9%)에 맞서 30.5%를 기록했다.(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 전체 응답률은 7.3%이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후보가 이 후보로 확정된 뒤의 여론조사는 더욱 좋지 않다. 오 후보는 12%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이 후보의 46%에 크게 뒤졌다. 2008년 이래 경북에서 숱한 낙선을 겪은 그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지난 4월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 처음 선거에 도전한 것이 2008년 총선이다. 당시 포항 북구에 출마해 5.79%의 득표로 낙선했다.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인가. "이야기할 때마다 좀 부끄럽다. 국회의원 네 번, 도지사 두 번으로 지금 일곱 번째 도전을 하는 것이다."
- 경북에서 어떻게 민주당 소속으로 지역정치를 하게 됐나. "한국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업무직으로 일하며 서울에 살다 지역으로 내려와 정치에 입문했다. 원래 영남대 출신으로 대구·경북에서 6월 항쟁을 이끌었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할 일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해 직장을 구했었던 거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지역주의를 둘러싼 보수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지 못하면 한국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결단했다."
- 포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워낙 보수의 아성이다. 20여년간 지역 주민의 반응은 어떻게 달라졌나. "득표율이 증명을 하는 것 같다. 총선 첫 출마 때는 5% 남짓 받았다. 그다음 2016년 총선에서 12.71%, 2020년에는 31.38%…. 도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2014년 지선에서 14.93%를 받았지만 2018년엔 34.32%까지 득표율이 올라왔다.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서려고 하는 노력을 점차 많은 이들이 공감해줬다고 생각한다."
- 2018년 지선도 민주당 정권 초반 선거였다. 지금과 그때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 "우리 도민들이 국민의힘의 실정을 더 많이 알고 계신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진영 논리를 넘어서 실용과 민생을 외치는 점이 도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고향도 안동 아닌가. 2018년보다 좀 더 낫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도 있지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일을 잘한다'는 느낌이 퍼지는 듯하고."
- 험지에서 선거하는 후보들은 당색(色)이 있는 옷을 입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하얀 재킷을 입은 적이 없나. "단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 선거가 없을 때도 당 색깔이 있는 옷을 입고 다녔다. 민주당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달려왔으니 부끄러워해 본 적이 없다. 선거에 들어서면 여러 선거운동 방법이 있다. 그래도 내가 당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당선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 'TK는 고관대작 같은 인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김 전 총리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본인의 인물 경쟁력은 어떤가. "일국의 총리와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급'은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진심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0년 동안 경북의 흙먼지를 마시며 견딘 세월이 있다."
- 대구에서 민주당 여론을 물으면, '그럼 광주에서는 국민의힘을 찍어주느냐'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라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오는 이들과 경상도에서 민주당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당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분단과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노력했던 것이다. 같은 '지역주의 타파'가 아니다. 부산, 울산이 넘어왔고 이제 경북만 남았다. 지난 지선에 비해 기초의원 출마자도 3~4배 늘었다."
- 경북 22개 시군 중 19곳이 소멸위험지역이다. "수도권에 인적자원을 뺏기는 게 경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만들어서 인구 유출을 막고 인구를 유입시켜야 한다. 우선 좋은 대학과 상급 의료기관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경제효과가 월드컵 수준을 넘어선다는 'UN AI 글로벌 허브'를 경북에 유치할 것이다. 특히 포항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밸리를 구성하고 싶다."
- 비교적 소외되는 영주·안동 등 경북 북부에 대한 공약은. "북부 지역은 자연 환경이 좋아 제조업보다는 기술집약적 산업을 키우고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생각이다. 특히 신안의 '햇빛연금'처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산업군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울진에 원전이 있는데, 기업에 송전부담금을 받아서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새로 짓는 원전의 경우 민간 자본을 처음부터 유치하는 것도 고려한다."
- 당선되면 청와대와 소통하며 직접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나. "2000년대 초 원외 위원장 시절부터 '눈물 젖은 빵'을 이 대통령과 함께 먹은 사이다. 지금 초·재선 의원들도 연차로 후배들이다. 충분히 국회와 청와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 이철우 지사의 8년 도정을 평가한다면. "정체와 답보의 시간이었다. 새롭게 뭔가를 시도하지 못했다. 또 욕심이 너무 과하다. 영덕·의성 일대까지 큰 산불이 나서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이걸 내팽개치고 대선에 나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랬던 분이 다시 도지사를 하는가. 경북도를 위해서 이제 내려놓으실 때다."
- TK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김부겸 후보와 합의한 목표는 다음 총선 때 통합시장을 뽑자는 것이다."
- 다른 선거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뭔가. "일단 경북은 너무 넓고, 저녁에는 유권자를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선거운동이 힘들다. 이렇다 보니 기존 현직자가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전에는 조금이나마 더 득표해서 기초의원들을 당선시키는 게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선거 구호가 '안되는 게 어디 있노?', 그리고 5%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는 뜻의 '내가 누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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