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전기로 바꾸는 초대형 막대…피터 틸도 눈독 [테크토크]
2026.05.09 07:11
원통 구조물 통해 파도를 전기로 전환
에너지 효율, 제조 단가 등 걸림돌 다수미국 빅테크 '팔란티어' 설립자이자 실리콘 밸리의 거물인 피터 틸.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오리건주에 위치한 '판탈라사'라는 스타트업의 투자 라운드를 주관했습니다. 이 라운드에는 틸을 포함해 데이터센터 기업 슈퍼마이크로, 한화자산운용 등 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했으며 판탈라사가 유치한 투자금은 총 1억40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달합니다.
직원 50명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회사는 '사실상 공짜 전기'를 바다에서 만들어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수 있다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발명한 '기적의 발전기'는 해수면 아래에 내리꽂는 커다란 강철 원통입니다.
파도를 전기로 바꾸는 85m짜리 원통 막대
판탈라사가 자랑하는 원통형 발전기의 공식 명칭은 해양 에너지 변환기(Energy Converter), 혹은 '노드'입니다. 파도, 즉 조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조력 발전기의 일종입니다.
다만 생김새는 매우 이질적입니다. 속이 텅 빈 85m 길이의 원통 같은 모양이며, 원통의 끝에는 둥근 구조물이 접합됐습니다. 이 구조물 내부에 전기를 만드는 터빈과 각종 기계 장치가 탑재됐지요.
노드의 작동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해수면 아래로 변환기를 수직으로 내리꽂으면, 둥근 구조물만 부력에 둥둥 떠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 파도가 쳐 원통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원통 입구로 물이 빨려 들어오면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판탈라사는 노드의 둥근 구조물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 랙을 탑재, 바다에서 만든 전기로 즉각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로써 AI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전기 수급을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판탈라사는 노드를 실증하기 위해 지금껏 '오션-1', '오션-2'라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2024년 오션-2를 실제 바다에 띄워 작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투자금은 상용화 전 마지막 프로토타입 노드인 '오션-3' 제조에 투입됩니다.
판탈라사의 목표는 훗날 수많은 노드를 망망대해에 깔아 '지구 단위 조력 발전 체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판탈라사는 이를 통해 킬로와트시(kWh)당 발전 단가를 2센트(약 30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신재생 에너지보다 2~3배가량 저렴한 수준입니다.
거스 셸던-쿨슨 판탈라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투자 행사에서 "지구에서 가장 에너지 생산 잠재력이 큰 에너지원은 태양열, 원자력, 그리고 바다"라며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해안에서 파도로 작동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면,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인류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센트 전기' 가능할까…현재 조력 발전 단가는 비싸
'kWh당 2센트'의 발전 단가 목표는 과연 달성 가능할까요. 셸던-쿨슨 CEO가 언급했듯이 파도는 막대한 잠재력을 갖춘 에너지원입니다. 하지만 실제 발전기의 높은 제조 비용이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조력의 에너지 전환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파도의 힘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망망대해에 직접 발전기를 옮겨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해수면 플랫폼에 터빈을 부착한 이동식 조력 발전기가 지속해서 개발 시도됐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스타트업 '오비탈 마린 파워'의 부유식 조력 발전 플랫폼이 대표적 사례이지요.
다만 오비탈 마린 파워가 지난해 11월 캐나다 정부와 체결한 첫 터빈 플랫폼 발전 단가는 kWh당 25센트(약 360원)로, 일반적인 풍력 발전보다도 훨씬 비싸며, 판탈라사의 목표치와는 아예 비교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조력 발전의 효율성이 높다고 해도, 바다를 장기간 버티는 견고한 플랫폼을 설계·제조·설치하는데 드는 초기 비용이 막대한 탓입니다. 이런 복잡한 플랫폼을 유지보수하면서 누적되는 지출도 숨겨진 비용이지요.
판탈라사 또한 거친 바다 환경에도 부식되지 않는 견고한 노드 선체를 만들기 위해 스페이스X,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엔지니어들을 공격적으로 스카우트했으며,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재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결국 판탈라사의 성공 여부는 노드를 얼마나 빨리, 저렴하게, 대량 양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판탈라사는 틸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으로 미국 포틀랜드, 캐나다 밴쿠버에 각각 제조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전 세계에서 해양 전문성을 갖춘 공학자와 용접 기술자를 고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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