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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에 맞게 입는다 “패션은 살아온 세월을 확인하는 과정”

2026.05.09 06:00

좋아하는 옷을 입는 행복한 63세 일본 시니어 패셔니스타 하루
하루는 2019년부터 착장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rarara_narara)에 올리며 유명해졌다. 본인 제공


중고 매장에서
500엔에 산 카디건
싸다 싸!

ET 셔츠를 입고
가방에도 ET를 달았다

“패션은 제가 살아온 세월을 확인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패션에 관한 한 이보다 인상적인 말은 없었다. “나이 들어서 못 입는 옷이 늘었다”는 말은 숱하게 들어봤어도, 나이 들수록 패션에 더 유리하다는 관점은 처음이다. “좋아하는 옷을 입는 행복한 63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하루(はる·활동명)는 그 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인스타그램에 4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둔 일본의 대표적인 ‘시니어 패셔니스타’ 중 한 명이다. “남편과 세 자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며 서점 직원으로 일하는 60대 여성”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스타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작은 체구에 딱 맞는 어린이용 의류와 빈티지, 캐릭터 아이템, 앞치마, 서브컬처풍 액세서리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타일링은 대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초 한국에서 어학연수 중인 딸과 함께 성수동의 한 편집숍을 찾았을 때 “매장 직원분들이 제 패션을 칭찬해줘서 기뻤다”고도 했다.



그가 올리는 사진 속 배경도 인상적이다. 강렬한 붉은 벽과 경쾌한 패턴의 문은 모두 벽지와 페인트로 직접 꾸몄다. 촬영 역시 스마트폰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혼자 해낸다. 멋들어진 인스타그램 피드 뒤에는 자신의 취향을 단단히 다져온 오랜 시간이 숨어 있다. 세상의 모든 컬러를 집어삼킨 듯 대담한 패션을 자유롭게 구사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60년대 일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저는 소녀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만화 속에 나오는 옷들을 보며 즐거워하곤 했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옷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건 1980년대부터였어요.”

좋아하는 패션을 전공했지만, 현재의 스타일이 완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본 패션지 인터뷰에서 그는 육아 시절에는 ‘엄마답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 ‘내추럴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영향을 줄까 걱정했던 탓이다. 자녀들이 장성한 50대에 이르러 그는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로 돌아왔다. 그가 반복해서 말한 단어는 ‘자유’였다.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어른이 되면 입고 싶은 옷’ ‘○○살이 되면 이런 옷을 입어야 한다’ 같은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책들이 저에게 전혀 와닿지 않았어요. 왜 사람들을 틀 안에 가두려고 하는 걸까? 패션은 훨씬 더 자유로운 것일 텐데…”

그 생각은 SNS 활동으로 이어졌다. 2019년부터 마음에 드는 착장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도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예상보다 반응은 훨씬 뜨거웠다. 특히 젊은 여성들과 중년 여성들이 보내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저보다 어린 팔로어분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 기대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해주곤 해요. 제 패션이 많은 분께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상의에 큰 주머니가 있어요
뭐든 넣고 다닐래요

현란한 스타일링 때문에 엄청난 양의 옷과 신발을 소유하고 있을 듯했지만 의외로 ‘소박’했다. 옷이나 가방이 300여점, 신발은 30켤레 정도라고 했다. 옷은 주로 빈티지숍이나 쇼핑몰 내 의류 매장, 동네 리사이클숍 등 다양한 곳에서 구입한다.

“구매 기준은 ‘내가 얼마나 설레는가’입니다. 아무리 명품 브랜드 옷이라도 설레지 않으면 사지 않아요. 옷을 사는 예산 역시 제 수입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합니다.”



딸의 조개 무늬 코트를
빌려 입었다

하루의 패션 철학은 의외로 절제에 가까웠다. 그의 패션 원칙은 ‘덜어내기’다.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다 넣다 보면 자칫 부담스럽고 과한 스타일링이 되기 쉬워서, 덜어내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귀여움’을 사랑하지만 무조건 과해지는 방향은 경계한다”고도 했다.

“귀여움은 정의(正義)라고 생각해요! 몇살이 되어도 귀여운 것을 몸에 걸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부담스럽거나 과하다고 느낄 정도의 옷차림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감각의 원천은 1980년대 문화부터 요즘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 아사기뇨(Asagiinyo)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그는 오래된 영화와 음악, 2000년대 초반까지 발행됐던 일본 패션지 ‘올리브(Olive)’,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기 일본에서 유행한 스트리트 패션을 일컫는 우라하라계(하라주쿠 뒷골목)가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필승의 색깔 조합을 묻는 말에는 “최근에는 회색과 분홍색, 하늘색과 갈색 조합에 끌린다”고 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나이를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중고로 산 귀여운 티
어린이 사이즈!

“63세인 제가 1980년대 서브컬처 스타일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또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SNS를 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그런 점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랜 시간 다양한 옷을 봐온 경험의 축적이 지금의 제 패션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긴 시간이 만든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잇값’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질문 앞에서도 단호했다.

“일본에도 그런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특히 도시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그런 생각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 모처럼 주어진 삶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 나쁜 일일까요? 저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어 제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습니다.”

하루는 매일 1만보 이상 걷고, 오후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건강을 돌보는 것도 결국 오래 좋아하는 옷을 입기 위해서다. 앞으로의 꿈은 자신의 스타일북을 출간하는 것이다. 63세의 서점 직원은 오늘도 스스로를 설레게 하는 옷을 고른다. 그리고 그 옷은 누군가에게 “나이 드는 일이 꼭 두려운 것만은 아니다”라는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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