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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모자무싸' 황동만을 견디지 못할까 [김도훈의 하입 나우]

2026.05.09 04:30

<12>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민폐 캐릭터

편집자주

김도훈 문화평론가가 요즘 대중문화의 '하입(Hype·과도한 열광이나 관심)' 현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형에게 맞고 경찰서에 온 동만. JTBC 제공


사람들이 하차하기 시작했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이야기다. 이유는 주인공 황동만(구교환)이다. 그는 도무지 정이 가질 않는 인물이다. 나이는 벌써 마흔이다. 감독 데뷔도 하지 못했다. 함께 영화 공부하던 대학 시절 ‘8인회’ 나머지 7명은 이미 감독이 되거나 제작자가 됐다. 사실 마흔에도 입봉하지 못했다면 아마 영원히 하지 못할 것이다. 봉준호는 31세에 입봉했다. 박찬욱은 29세였다. 최동훈은 33세였다. 조금 늦었던 홍상수는 36세였다. 이름난 문학가였던 이창동도 43세였다. 황동만은 봉준호도 박찬욱도 최동훈도 홍상수도 이창동도 아니다. 아마 힘들 것이다.

황동만은 무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예의도 좀 없는 것 같다. 아니다. 주인공이니 사람은 괜찮을 것이다. 사정이 좀 힘들어서 그렇다. 사정이 힘들면 사람은 대개 둘 중 하나가 된다. 반성하거나 더 위악적으로 구는 존재가 된다. 황동만은 위악적으로 군다. 영화도 한 편 못 만든 주제에 선후배 영화에는 또 그렇게 비판적이다. 친구 영화가 망해도 위로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영화가 왜 별로였는지를 친구 앞에서 떠드는 걸 즐긴다. 즐기는지는 모르겠다. 즐기는 척하는 것이다. 아닌가. 정말 즐기는 것인가. 하여간 구교환은 연기를 정말 기막히게 한다.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주인공 황동만(구교환). JTBC 제공


박해영 드라마 주인공이 이렇게까지 비호감이었던 적은 없다.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들도 성격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시작부터 비호감인 주인공은 없었다. 물론 이것은 ‘모자무싸’의 특징이다. 제목부터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직설적인 문장이다. 사실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황동만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것이 황동만뿐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실 황동만은 우리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황동만처럼 군 적이 있다. 화면 속에서 지질하게 구는 황동만이 더 꼴 보기 싫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모자무싸’의 황동만을 견디지 못하고 하차했다면, 이유는 사실 거울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우리는 특정 캐릭터를 비호감 캐릭터, 민폐 캐릭터로 손쉽게 정의 내리기 시작했다. 요즘 미국 쇼츠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방영했던 역사적인 인기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대한 Z세대 불평으로 넘친다.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너무 비호감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비호감이다. 세 친구는 그가 불평을 쏟아내는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이다. 캐리 브래드쇼는 친구들이 당장 헤어지라 호통치는 남자에게 매달리다가 결국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는 세 친구가 모조리 다시 받아내야 한다. 한 에피소드에서 그는 이혼한 친구에게 왜 쓸모도 없는 결혼반지를 팔아서 집세가 없어 쫓겨나게 된 자신에게 빌려주려 하지 않느냐 호통친다. 나도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분노했다. 2020년대 사람들은 그냥 분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 니들 세대는 왜 이런 비호감 캐릭터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봤냐며 놀려댄다.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 은아가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는 동만에게 할머니의 반찬을 건네는 장면. JTBC 제공


나도 캐리가 비호감인 걸 잘 안다.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 캐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싫어하지 않는다. 캐리는 나쁜 인간이 아니다. 좋은 인간도 아니다. 그냥 인간이다. 사랑 때문에 온갖 인간적 약점을 다 드러낸다. 스스로 바닥을 친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 애쓰지만 인간이 어디 그런 존재던가. 나이가 들면 우리가 깨닫는 인생의 진실이 하나 있다면, 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그 덕에 ‘섹스 앤드 더 시티’는 미국 드라마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된 걸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브랜드 옷으로 치장한 그 드라마는 사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이야기다. 역사에 남을 미국 드라마들은 비호감 캐릭터로 넘친다.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 ‘매드맨’의 돈 드레이퍼, ‘석세션’과 ‘사인펠트’의 모든 캐릭터는 비호감이다. 아, ‘브래이킹 배드’는 월터 부인 스카일러를 영원히 시청자들에게 욕먹을 역사적 비호감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캐릭터에 대한 비호감이 한 작품에 대한 평가를 온전히 좌우할 수는 없다. 물론 나는 하차한 여러분의 마음도 이해한다. 요즘 드라마는 한국인만 보는 것도 아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의 시청자 평가도 비슷하다. “무례한 주인공 때문에 2화에서 하차할 뻔했다”는 반응이 넘친다. 심지어 황동만은 ‘멋진 루저’라는 드라마의 판타지도 거부하는 캐릭터다. 그는 정말 현실에서 만나기 싫은 존재다. 왜냐고? 우리 모두 현실에서 그런 존재를 만나본 적 있거나, 우리 안에 아주 약간은 황동만이 다 숨어있는 탓이다. 4회가 넘어가면서부터 박해영 작가는 이 무가치한 인간이 자신의 무가치함과 어떻게 싸워내는지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주변 캐릭터들이 황동만에게 어떠한 빚을 지고 있는지를 조금씩 풀어내며 무가치한 인간을 조금씩 시청자들이 이해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시티'에서 캐리 브래드쇼 역의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 미국 HBO 홈페이지 캡처


2화를 끝내고 하차한 여러분은 아마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비호감 드라마를 더는 견디지 않는다. 1화와 2화가 끝나는 순간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해 버린다. 우리는 더는 정해진 시간에 기다렸다가 가족과 함께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각자 보고 싶은 시간에 보고 싶은 플랫폼으로 보고 싶은 속도로 드라마를 본다. 마지막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 기다리지 않는다. 견디지 않는다. 인내하지 않는다. 하차가 이렇게 손쉽게 이루어지는 시대는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영화와 드라마 주인공들은 비호감의 영역에 발을 담그지 않기 위해 첫 회부터 지나치게 애를 쓴다. 인간적인 약점이 더러울 정도로 인간답게 그려지는 드라마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모자무싸’는 변해버린 시대에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해 온 많은 것은 빠르게 무가치해지고 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시대다. 격렬하게 싸우는 시대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는 더 나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사랑 따위에 울고 우는 여자로 남았다. 그래도 캐리 브래드쇼를 좋아한다. 나도 1990년대의 나보다 딱히 더 나은 어른이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황동만도 끝까지 나 같은 인간으로 남길 바란다.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추앙받지 못하더라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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