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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대통령의 팩트체크’는 괜찮은 걸까

2026.05.08 23:3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47위를 기록했다. 일부 매체는 “1년 만에 14계단 상승… 윤석열 정부에선 2년 연속 60위권”이라고 보도했다. ‘정권 교체 후 언론 환경이 개선됐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단정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언론 보도에 직접 반응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X(옛 트위터)에서 과거 ‘조폭 연루 의혹’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사과를 요구했고, 2023년 한국신문상을 받은 동아일보의 ‘대장동 개발 및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 보도’에 대해 상을 취소하라고 했다. 최고 권력이 특정 보도, 그것도 개인 관련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압박으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런 것은 언론 자유 지수에 영향이 없을까.

문재인 정부 5년간 RSF 자유 지수는 41~43위로 지금보다 높았다. 당시 정부 차원의 적폐청산위원회를 연상시키는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MBC ‘정상화위원회’ 등이 만들어졌고, 임직원끼리 과거 행적을 파헤치며 정치 보복 논란까지 일었다. 방송사 기자·PD들이 일부 KBS·MBC 이사의 직장·거주지 앞에서 시위하는 등 정부가 주도한 야당 추천 이사 퇴출에 앞장섰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도 RSF 지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순위가 하락했다. 친(親)민주당 성향 매체들은 ‘언론 자유 후퇴’ ‘입틀막 정권’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RSF 지수는 중요 참고 지표지만, 현실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설문 조사 기반이라는 한계도 있다. 국가별로 약 150명의 언론인·전문가 패널이 125개 항목(답변 기준)으로 된 설문 조사에 응하고 이를 합산해 만든다. 문항을 보면, ‘정부 관료 및 정치인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언론 자유를 보장하려 노력하나요’ 같은 측정 항목도 있다. 이런 물음은 언론 자유가 아니라 언론 자유에 대한 ‘인식’을 측정하는 문항에 더 가깝다. 응답 참여자의 정치적·이념적 지향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해외 연구자는 2008년과 2009년 사이 대통령이 오바마로 바뀐 것밖에 없는데, 미국 RSF 지수 순위가 16계단 상승하자 이를 ‘오바마 효과’라고 불렀다. 한국이라면 ‘민주당 효과’라고 했을 것이다. 우리도 보수 정권에서 순위가 하락하고, 진보 정권에서 순위가 상승하는 패턴이 굳어졌다.

RSF 지수가 제도나 시스템 변화보다 정치 이슈에 쉽게 영향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 순위 급등락이 잦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도 당장 7월부터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되지만 이슈가 되지 않는 한 반영되기 어렵다. 오히려 해외 순방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특정 매체 탑승을 막거나, 경호원이 구호를 외치는 시위자 입을 틀어막는 모습 같은 것이 더 크게 비치고 지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상속세 제도 개선을 주장하면서 대한상의가 부정확한 통계를 담아 내놓은 보도자료를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했다. 청와대가 다주택 공직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한 보도에도 SNS에 글을 올려 정정을 요구했다. 역대 정부에서 허위조작정보를 막기 위해 대응 기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며 반대한 사람이 많았다. 해외에선 민간에 의한 팩트체크도 ‘공정성을 가장한 정치 공세’나 ‘검열’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대통령이 연일 SNS로 ‘팩트체크’를 하는데 별말이 없다.

권력은 항상 언론이 불편한 법이다. 그렇다고 최고 권력자가 일일이 기사에 대응하는 모습은 의도와 별개로 언론 현장에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RSF 지수 순위 상승을 자축하는 일부의 분위기가 마뜩잖은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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