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더 많은 이찬혁이 필요하다
2026.05.08 17:0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악뮤(AKMU·악동뮤지션)의 신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일단 우리말 가사여서 너무 고마웠다. 분명 가요인데 자막 없인 알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방탄소년단(BTS)의 ‘스윔(SWIM)’이 글로벌 음원 순위를 휩쓸고 K팝이 사랑을 받는 건 자랑스럽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많으니 ‘한국 노래 맞나’란 생각도 든다. 반면 시보다 더 고운 악뮤의 노랫말은 자꾸 되새기게 된다.
□ 이찬혁이 작사·곡한 이 노래가 동생 이수현을 살려낸 과정을 담고 있다는 건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수현은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고 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오빠는 이를 보고 ‘곁에 있는 나무’가 되기로 했다. 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봉사 활동도 하며 스스로 구덩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응원했다. 비슷한 아픔과 상처를 겪은 이들의 치유와 공감 댓글이 유독 많은 이유다.
□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 심지어 가족과의 접촉도 거부한 채 방에서만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고립은둔청년, 히키코모리)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더 늘었다. 당시의 거리두기로 관계 맺기를 배우지 못한 ‘어른이’들은 여전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과 가족갈등, 거기에 취업 절벽까지 겹치면서 방으로 숨은 이들은 54만 명(2023년 복지부 조사)도 넘는다. 물질적 풍요와 24시간 배달 시스템, 유튜브만 보면서도 지낼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은 이들의 피신을 장기화하는 역설이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이찬혁이 답을 보여줬다. 그는 동생을 끌어내려 하지도 않았지만 방치하지도 않으면서 계속 옆에 서 있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만 짐을 지울 순 없다. 수년간 지친 가족들이 먼저 무너지는 경우도 없잖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문화와 치열한 경쟁이 이들을 어두운 곳으로 몰아넣은 점을 상기하면 이젠 사회가 책임을 느끼고 이찬혁처럼 곁에 서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겐 더 많은 이찬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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