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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모셨는데”…효도한 자식, 상속도 더 받을 수 있을까?

2026.05.08 16:01

[법알든든] (1) 특별한 기여…‘기여분’ 제도의 모든 것
인생은 늘 관계와 돈으로 예상치 못한 일을 맞이한다. 재산 문제와 가족간, 형제간 불화는 터놓고 말하기도 어렵다. 더 행복한 노후를 위해 ‘미리 알아두면 든든한’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을 법률전문가와 함께 알아본다. 
 

경기 수원에 사는 이명순씨(가명·61세)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을 먼저 보낸 이씨는 홀로 살던 어머니(지난해 82세로 별세)를 10년 넘게 직접 모셨는데, 하루 아침에 나쁜 사람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시작된 7년 전부터는 거의 매일 어머니 곁에 붙어 밥을 먹이고 병원에 동행했다.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목욕까지 이씨가 도맡았다.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며, 자신이 살던 집을 처분해 생활비로 충당해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서울과 부산에 살던 동생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법적으로 동등한 상속권을 주장하며 어머니의 아파트와 예금을 셋이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함께 살던 집마저 상속돼 당장 살 곳이 없어진 이씨가 “나는 10년 넘게 어머님을 곁에서 모셨는데, 상속을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생들은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냐”며 냉랭하게 쏘아 붙였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이 사안에서 이씨는 동생들보다 상속을 더 받을 수 있을까?

그 답은 ‘받을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이다. 그 이유는 우리 민법이 정한 ‘기여분(寄與分)’ 제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법이 말하는 ‘기여분’ 
기여분이란 무엇인가?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르면,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누군가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경우, 그 기여에 해당하는 부분을 먼저 인정한 뒤 나머지를 나누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전체 상속재산이 3억원이고, 기여자의 기여분은 20%(6000만원)로 서로 협의해 인정되면, 나머지 2억4000만원을 법정 상속분에 따라 나눈 뒤, 기여자에게는 기여분으로 떼어둔 6000만원을 추가로 준다. 

피상속인 곁을 오래 지킨 사람이 실질적으로 상속을 더 받을 수 있도록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단 기여분은 먼저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특별한 기여로 인정되려면 일반적 부양을 현저히 초과하는 기여가 있어야 한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핵심 쟁점 ① ‘특별한’ 기여여야 한다

법원이 기여분을 인정하는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대법원은 2015년 결정(2014스206, 207)에서 “단순한 동거나 일반적인 가족 간의 부양 수준을 넘어서는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부부나 직계혈족 사이에는 법적으로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그 의무를 이행하는 것만으로는 기여분을 특별히 인정받을 수 없다.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사실 관계] 피상속인은 2003년부터 2008년 3월 사망할 때까지 5년간 여러 병원을 오가며 통원·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의 배우자(청구인)는 그 대부분의 기간 동안 피상속인을 간호했다. 다만 청구인 본인도 2008년 1월 암 수술을 받아 한동안 피상속인을 간호할 수 없었다.

[법원 판단] 대법원은 기여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은 청구인이 배우자로서 간호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이러한 이유로 청구인의 기여분 청구를 배척했다. 

[시사점] 피상속인이 사실상 거동 불능 상태여서 반드시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외부 도움 없이 헌신적으로 돌본 경우처럼 ‘일반적 부양을 현저히 초과하는 기여’가 있어야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핵심 쟁점 ② 재산 형성에 직접 기여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와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기여분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 특별한 기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사 보조를 넘어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필요하다. 

서울가정법원 1995. 9. 7. 선고 94느2926 심판

[사실 관계]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남편과 함께 분식점·대중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종업원 관리, 매장 운영을 도맡아 사업 규모를 키웠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으로 부동산까지 마련하여 상당한 재산을 형성한 것이다.

[법원 판단] 법원은 단순한 가사 보조가 아니라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재산 형성에 직접 기여한 것으로 보아 상속 재산 적극분의 20%를 기여분으로 인정했다.

[시사점] 함께 사업을 일구어 재산을 쌓은 경우라면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순히 '옆에서 도왔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기여 내용과 기간이 입증되어야 한다.
핵심 쟁점 ③ 기여분과 유류분은 다른가?

기여분은 유류분(遺留分) 제도와 다르다. 대법원(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은 기여분이 법원에서 정식으로 결정되기 전에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된 상속인이 ‘자신의 기여분을 먼저 공제해 달라’고 항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기여분을 인정받고 싶다면 유류분 소송과 별도로 가정법원에 기여분 심판을 먼저 청구해둬야 한다. 

다만, 민법 개정안은 증여나 유증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유류분 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기존 법원의 판단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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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아두는 ‘법알든든’ 상식…기여분이란

◆특별한 기여의 기준을 이해하자

부모님을 봉양한 것이 당연한 도리가 아닌 일반 수준을 현저히 넘는 헌신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통원 횟수, 입원 기간, 간병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기억만으론 법원을 설득하기 어렵다

병원 진료기록, 간병 일지, 간병비 영수증, 이체 내역, 주변인의 진술서 등은 강력한 증거가 된다. 특별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증거를 모아두자. 훗날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상속 개시 전 유언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유언장을 통해 기여자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남기겠다는 의사를 명시하는 것이다. 유언장은 민법이 정한 자필증서, 공정증서 등을 갖춰야 효력이 발생한다. 

◆협의가 최우선이다

기여분은 먼저 공동상속인끼리 협의해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원으로 가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가족 관계도 틀어지기 마련.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대화로 풀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재산 형성 기여도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부모님과 함께 사업을 운영하거나 부동산 취득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업 기록, 세금 신고 내역, 계약서 등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을 곁에서 모신 자녀가 상속에서 더 인정받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마음이 아닌 ‘증거’로 판단한다. 내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것이 일반적인 수준을 얼마나 넘어섰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여분 제도는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문턱이 높다. 분쟁이 생긴 뒤보다는 생전에 가족 간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그 후에 필요하다면 전문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현명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일반적인 법 상식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박창환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현재 법무법인(유) 원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민사 분쟁부터 기업 법무까지 폭넓은 실무 역량을 갖춘 그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가스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삼성전자 등의 고문변호사를 역임하며 다수의 소송과 법률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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