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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베트남 코인 시장…빗썸,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와 진출 경쟁

2026.05.08 16:06

베트남 가상자산, 2030년 100조원대 성장 전망
1년 거래 규모 GDP 절반 육박, 접근성 세계 4위
빗썸, 현지 1위 증권사 SSID와 거래소 설립 MOU
해외 거래소 전면 금지·제도권 편입 ‘규제 격변기’
5개 파일럿 라이선스에 글로벌 각축전 치열


글로벌 4위 규모 가상자산 시장인 베트남이 올해 2분기 사상 첫 제도권 가상자산 거래소 출범을 앞두고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거래소 이용을 원천 차단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현지 거래소만을 허용하는 강력한 제도 개편을 예고하면서 현지 가상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 빗썸, 베트남 1위 증권사와 손잡고 ‘K-거래소’ 수출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왼쪽)와 응우옌 칵 하이 SSID CEO가 지난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 SSI 본사에서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빗썸]
지난 7일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베트남 자본금 기준 1위 증권사인 SSI증권의 자회사 SSID(SSI Digital Technology)와 ‘현지 거래소 사업 및 금융 서비스 개발·운영’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와 응우옌 칵 하이 SSID CEO, 응우옌 유이 흥 SSI증권 회장이 직접 참석해 양사간 파트너십을 다졌다.

빗썸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기술 아키텍처 구축, 지갑 및 수탁(커스터디) 시스템, 보안 및 위험 관리 등 거래소 운영 전반의 노하우를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향후 베트남 내 가상자산 규제 승인을 전제로 SSID 지정 법인에 대한 빗썸의 직접적인 지분 투자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베트남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빗썸의 협력 범위는 단순 기술 이전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번 MOU에는 ▲기술 아키텍처·개발 ▲지갑·수탁(커스터디) 시스템 ▲보안·위험 관리 ▲규제 지원·지식 이전 ▲사업·제품 개발 ▲기관 비즈니스 등 거래소 설립과 운영 전반이 협력 범위로 명시됐다.

무엇보다 베트남 가상자산 규제 승인을 전제로 SSID 지정 법인에 대한 직접 지분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는 “현지 전통 금융사인 SSI증권·SSID와의 협력은 빗썸의 거래소 운영 역량과 투명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베트남 금융당국의 규제 환경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안전한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SSI증권은 하노이·호치민·하이퐁 등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베트남 자본금 1위 증권사로 자회사 SSID를 통해 디지털자산·핀테크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 연 300조원 굴리는 ‘코인 성지’ 베트남
체이널리시스 2025 글로벌 크립토 채택 지수에서 베트남은 종합 4위를 기록했다. [자료=체이널리시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가상자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압도적인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2025 글로벌 가상자산 도입 지수’에 따르면 베트남은 인도와 미국 등에 이어 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지난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베트남 트레이더들이 거래한 가상자산 규모만 무려 2200억~2300억달러(약 300조~314조원)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로 일평균 거래 대금만 6억달러를 상회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인구의 약 5.1%가 가상자산을 경험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싱가포르(19.7%)에 이어 아세안(ASEAN) 2위다.

현재 베트남인이 보유한 코인 자산 총액은 약 180억달러(약 24조원)로 추정되며 규제 환경에 따라 2030년까지 저성장 시나리오에서도 480억달러, 완화된 규제 시나리오에서는 1090억달러까지 연평균 18~35%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협소한 회사채 시장과 프론티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주식 시장, 글로벌 기준치보다 10% 이상 높게 거래되는 금값 프리미엄 및 부동산 투기 과열 등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가계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대거 쏠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 “해외 거래소 차단”…규제 샌드박스로 돈 몰린다
SSI증권·테크콤증권 등 5곳에 부여될 예정인 베트남 디지털자산 거래소 시범 라이선스 운영 구조. 승인된 모든 거래는 베트남 동(VND)으로만 결제된다. [자료 = PwC]
빗썸의 가장 결정적인 베트남 진출 모멘텀은 베트남 정부의 급격한 규제 환경 변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대부분의 코인 투자자는 바이낸스·OKX·바이비트 등 해외 중앙화 거래소(CEX)를 통해 거래해왔다.

가상자산이 교환·투자 수단으로서의 유효성은 인정되지만 법정화폐나 결제 수단으로는 인정받지 못해 명확한 국내 거래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 현지 가상자산 규제 공백이 빠르게 메워지고 있다. 지난 2025년 9월 발효된 ‘가상자산 시장 파일럿 시행 결의’는 5년간의 규제 샌드박스 틀을 법제화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디지털기술산업법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처음으로 공식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했다. 단, 결제 수단 지위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베트남 재무부는 최근 자국민의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 등 해외 중앙화 거래소(CEX)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통제되지 않는 자금 흐름을 막겠다는 취지다. 대신 베트남 중앙은행(SBV)과 정부는 가상자산 파일럿 프로그램(규제 샌드박스)을 가동할 예정이다.

철저히 현지 법인으로 등록된 발행사와 실물자산(RWA) 기반 토큰, 그리고 현지 통화(VND) 결제만을 허용하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최소 자본금 요건만 10조동(약 3억 8000만달러)에 달한다.

높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지 금융사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이미 뜨겁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1차 파일럿 라이선스 심사에서 VP뱅크, 테콤뱅크(Techcom Securities), LP뱅크 등 현지 주요 민간 은행과 VIX증권, 베트남 최대 민간 기업인 선그룹(Sun Group) 등 5곳이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가능 디지털 자산은 약 50종이며 모든 결제는 베트남동(VND)으로만 허용된다.

앞서 레 민 훙 총리는 의회에서 “올해 2분기 파일럿 개시가 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동시에 국민의 해외 거래소 이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 중이다.

판 득 쭝 베트남 블록체인·디지털 자산 협회장은 “성공적인 국내 거래소 출범은 거래 수수료를 국내에 머물게 하고 국가 세수 확보 및 디지털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 인구의 5.1%가 코인을 경험하며 아세안 2위의 침투율을 기록했다. 향후 규제 완화 시 2030년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 PwC]
규제 환경이 구체화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3대 거래소인 OKX는 이미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을 전략 투자자로 둔 VP뱅크와 합작법인 ‘CAEX’를 설립하고 베트남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자본금 10조동(약 3800억원)을 충족하기 위해 이달 중 대규모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OKX 창업자인 스타 쉬 CEO는 “베트남 시장에서 1위 규제 준수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응우옌 홍 쫑 CAEX 이사회 의장은 “싱가포르·두바이·미국 등 고규제 관할권에서 축적한 컴플라이언스 경험을 현지에 이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 역시 현지 최대 증권사인 SSI와 선제적으로 MOU를 맺음으로써 이 거대한 제도권 재편 과정에 핵심 플레이어로 탑승하게 된 셈이다.

◆ 빗썸이 베트남에 주목하는 3가지 이유
베트남이 빗썸과 같은 한국 가상자산 기업에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구조적으로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가장 먼저 짚을 점은 베트남 현지로 수출 가능한 기술 수요가 크다. 파일럿 초기 단계인 베트남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선진 거래소의 보안·수탁·AML 인프라가 절실하다. 빗썸이 SSID에 이식하려는 것이 정확히 이 부분이다.

다음으론 규제 철학이 유사하다. 한국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체계와 베트남의 엄격한 자본통제·투자자보호 원칙이 방향을 공유한다. 베트남 당국 입장에서는 이미 규제권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 거래소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신뢰를 부여할 여지가 있다.

끝으로 시장 성격이 다양하다. 체이널리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리밋런스·게임·저축 등 일상 인프라로 코인이 깊숙이 뿌리내린 ‘생활 금융’ 시장이다. 이는 단순 투기 시장이 아니라는 뜻으로 알트코인 거래 다양성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인 한국 거래소의 상품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토양이다. APAC 전체 온체인 거래량은 지난 1년간 69% 급증했으며, 베트남은 그 성장세의 중심에 있다.

다만 시장의 우려도 존재한다. 레 홍 한 베트남 RMIT 대학교 금융학 교수는 “정부의 모델이 투명성은 높지만 싱가포르나 두바이 등 경쟁국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초기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거래소 이용만 차단할 경우 시장이 지하화되거나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만 높아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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