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잔고 불어나도 시총 상위 종목은 손도 못댄다
2026.05.08 15:03
국내 증시 대차거래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면서 대형주 중심의 증시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80조6284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차거래잔고가 1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 급등 이후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비한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 금액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다.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재매수해 상환한다. 즉 대차거래잔고 증가는 공매도 대기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
◆대형주 공매도 급감…삼성전자 1년 내 최저 수준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등 최근 증시 상승을 주도한 대형주들에 대한 공매도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최근 집계일 기준 21억1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기준 최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올해 3월 한때 3708억2500만원까지 증가한 바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공매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최근 집계일 기준 SK하이닉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713억6700만원으로, 지난달 말 6800억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피지컬 AI 핵심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차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도 감소했다. 현대차의 최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6623억700만원으로 최근 한 달 기준 최저 수준이다. 앞서 현대차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지난달 30일 1조9634억원까지 증가했으며, 한동안 1조원 이상을 유지해왔다.
이 밖에도 두산에너빌리티(234억4600만원), LG에너지솔루션(8445억5400만원), 삼성바이오로직스(670억8784만원), 삼성전기(1173억5700만원) 등 주요 대형주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종목은 공매도가 오히려 증가했다. SK스퀘어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134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HD현대중공업 역시 1조3775억2100만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약 두 배 늘었다.
◆"대형주 공매도 부담 커져"…미국 닮아가는 국내 증시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공매도 흐름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평가한다. 코스피 상승 초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됐지만, 최근 대형주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가 5000선에 도달했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크게 늘어났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대형주 중심 상승세가 7000선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대형주들의 공매도 비중 역시 미국 빅테크처럼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공매도 비중은 낮은 수준이다. 미국 투자정보 플랫폼 마켓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의 공매도 비중은 유통주식 수 대비 1%대에 불과했다.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테슬라 역시 2.67% 수준이다.
미국 증시 데이터 플랫폼 버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장사의 평균 공매도 비중은 유통주식 수 대비 약 5% 수준이며, 바이오·테마주의 경우 15%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증시가 장기간 빅테크 중심 상승 구조를 유지해온 만큼 핵심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역시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AI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국내 대형주들의 실적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공매도 역시 감소하고 있다"며 "다만 전체 공매도 규모 자체는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그 외 종목 간 수급 차별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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